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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KBS <미녀들의 수다>가 처음 방송됐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은 ‘신선하다’였다. 그 전까지 방송에 그렇게 많은 외국인이 한꺼번에 출연한 적은 아마 외국인 노래자랑 같은 명절에 하는 단발성 프로그램이 전부였던 듯하다.

이렇게 겉이 신선했음은 물론이고, 내용적인 면에서도 외국인 100만이라는 시대에 맞게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좋은 방송이었다.

당시 신선함을 무기로 한 <미녀들의 수다>는 일요일 오전 시간을 평정하고 당당히 ‘황금시간대’라고 하는 월요일 밤 11시로 옮기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처음에는 당시 그 시간대를 주름잡던 SBS <야심만만>을 물리치고 시청률 호조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그 힘이 떨어져 다시 <야심만만>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무엇이 <미녀들의 수다>의 힘을 빼놓았는가?

우선은 그 요인을 사라진 신선함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기 있는 패널들이 고정으로 매회 등장하면서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더 이상 흥미롭지 못하다.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비슷한 이야기를 재생산하는 정도다. 하지만 이들은 말 그대로 계륵이다.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으나, 이미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들에게 과감하게 손을 댈 수 없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 일부 새로운 패널이 등장해 선선함을 불어 넣으려 노력하지만,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그들은 꿔다놓은 보리자루 마냥 가만히 있다가 가는 경우도 흔하다. 단지 새로운 패널의 등장이 아닌 그들이 방송 안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할 수 있게 제작진이 도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단지 패널만의 문제는 아니다. 소재의 고갈도 문제다. 9개월여를 이어온 미녀들의 수다에서는 참 많은 소재를 다루었다. 대부분의 주제가 “~충격이다”, “~놀랍다”로 끝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 소재는 외국인들의 문화충격에 관한 것이었다.

외국인들과 만드는 방송에서 그 이상의 소재는 찾을 수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그동안 다양한 종류를 다룬 만큼 이제는 할 이야기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최근에는 매인이 되는 주제토크를 줄이고 미녀들에 관한 앙케트에 치중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동안 제작진들이 말해오던 ‘한국에 사는 평범한 외국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거부해오던 패널들의 연예인화를 부추기는 것은 아닌가?

<미녀들의 수다>는 어떤 면에서는 <야심만만>과 상당히 비슷한 방송이다. 두 방송 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주면서(한쪽은 외국인의 입으로 한쪽은 유명 연예인의 입으로) 우리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둘 다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흥행적 요소가 다분하다. <야심만만>도 한때 방향성을 잃고 유명 스타에게만 의지하다가 큰 위기를 맞은 적이 있었다. 그 때 <야심만만>의 선택은 내용의 확장이었다. 사람들이 가장 흥미를 느끼던 사랑에 관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사회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신선한 주제를 찾을 수 있었고, 위기에서도 탈출 했다. 이 점을 <미녀들의 수다>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미수다#미녀들의 수다#예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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