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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지역에 있는 몽계폭포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지역에 있는 몽계폭포 ⓒ 서종규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지역에 있는 몽계폭포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지역에 있는 몽계폭포 ⓒ 서종규

장마가 지나간 자리에 불볕더위가 혀를 날름거린다. 세상은 온통 타오르는 가마솥 같은 느낌이다. 집안에 가만 앉아 있어도 등에서는 어느덧 굵은 땀방울이 줄기지어 흐른다. 속옷은 흥건하게 젖어들고, 욕실에 들어가 차가운 물 한 바가지 끼어 얹고 다시 돌아온다. 그래도 몸은 금방 땀으로 범벅이다.

그래서 가장 시원한 곳을 찾아 여름휴가를 떠나는가 보다. 여름휴가 장소야 말할 것 없이 바다가 최고일 것이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고 있으면 시원함이 온 몸으로 파고들 것이다.

그런데 바다는 당일로 다녀오기가 힘들다. 2박 3일 정도는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유명한 바닷가는 민박이니 숙박이니 모두 만원일 것이다. 차는 차대로 몰려들어 바닷가가 있는 길은 주차장으로 변할 것이다. 그러니 유명한 바닷가는 계획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계곡이 또 다른 대안이다. 특히 당일치기 휴가는 제격이다. 그냥 시원한 계곡에 앉아 있는 것이다. 자리라도 하나 깔고 앉아서 시원한 계곡이 되는 것이다. 우거진 나무들과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시원스레 울어대는 휘파람새 소리며, 시끄러울 정도로 극성스러운 여치 울음도 자연스럽다. 매미들의 울음이며 하늘하늘 빙빙 도는 고추잠자리가 그려놓은 어지러운 길을 따라가는 것도 좋다.

그런데 국립공원의 계곡은 조심해야 한다. 금년부터 강화된 각종 규제들을 잘 지켜야 한다. 야영, 흡연, 취사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야생동물을 잡거나, 나무를 베거나 야생식물을 채취하는 행위도 금지되고, 온 몸을 물에 담그는 목욕도 금지된다. 사실 국립공원에서 계곡의 출입을 금하고 있는 곳이 많다.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지역에 있는 몽계폭포의 윗부분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지역에 있는 몽계폭포의 윗부분 ⓒ 서종규

계곡 중에서도 폭포는 그 시원함이 대단하다. 시원한 폭포 아래에 앉아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불볕더위를 씻어 버린 것 같다. 장마가 지난 뒤에 쏟아지는 폭포의 물은 충만하다. 파란 하늘만큼이나마 하얀 물방울들이 우렁차게 쏟아진다. 그 물방울들이 바위에 튀기며 물보라를 일으킨다. 폭포는 폭포다. 그래서 시원하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폭포들이 많다. 작년 백두산에서 보았던 장백폭포의 위용, 제주도 정방폭포의 높이, 내변산 직소폭포, 쌍계사 불일폭포, 설악산의 폭포 모두 우리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는 폭포들이다.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씻어 줄 폭포의 하얀 물줄기들이 한없이 떨어져 가슴으로 들어오는 폭포들이다.

그런데 위 폭포들은 전국적으로 유명하지만 단점이 있다.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위험성이 있어서 멀리서 바라만 보아야 하는 곳이 많다. 그 아래에는 출입이 통제되어 그 시원함을 만끽하지 못한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 폭포를 보려고 달려가면서 쏟았던 그 땀방울들을 씻을 수가 없다.

이 무더위를 몰아내려고 찾는 폭포는 이름 없는 폭포가 더 나을 지도 모른다. 이름 없는 폭포들은 그 밑에까지 다가가 떨어지는 물줄기를 손으로 받아보기도 하고, 신발을 벗고 흘러내리는 물에 발이라도 담글 수 있기 때문이다.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지역에 있는 몽계폭포  전경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지역에 있는 몽계폭포 전경 ⓒ 윤영조

무더위가 한창인 23일(월) 오후에 찾아간 몽계폭포는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 지역 남창골에 있는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폭포이다.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나들목을 지나 백양사 쪽으로 가다보면 남창계곡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온다. 호남에서는 잘 알려진 기도원이 두 곳이나 있다. 전남대학교 수련원도 자리 잡은 곳이다.

이 내장산국립공원 남창계곡은 가을에 단풍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리고 입암산성이 산을 능선을 둘러싸고 있어서 찾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입암산성에 올라보면 갓바위가 있는데 호남고속도 정읍을 지나 광주로 가다보면 왼쪽에 우뚝 솟은 산이 보이는데 바로 이 입암산성의 갓바위이다.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지역에 있는 남창계곡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지역에 있는 남창계곡 ⓒ 서종규

남창계곡은 여름에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계곡은 지리산에 비해 그리 깊지는 않지만 우거진 나무 밑으로 흐르는 계곡물이 너무 시원하다. 바위들도 계곡에 늘어져 있어서 그 정취가 더하다. 그래서 호남 인근에서 당일 코스로 찾는 사람들이 많다.

남창계곡으로 쏟아지는 물줄기는 입암산성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하나 있고, 또 하나는 바로 내장산 상왕봉과 사자봉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하나 있다. 그런데 이 물줄기 중간에 거대한 바위에서 떨어지는 몽계폭포가 있다.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지역에 있는 몽계폭포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지역에 있는 몽계폭포 ⓒ 서종규

전남대 수련원 옆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시집을 꽂아 놓은 안내소가 나온다. 그 옆으로 오르는 길은 상왕봉과 백양사 뒷산인 백학봉에 오르는 길인데, 약 1㎞ 정도 산길을 올라가면 커다란 물소리가 들리고 그 곳을 따라 찾아가면 하얀 폭포가 쏟아진다.

우거진 산림과 깊은 계곡의 그윽함이 어우러져 그 시원함을 가득 선사하는 폭포이다. 거대한 바위들로 입구가 막혀 있지만 30여m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는 2층을 이루면서 쏟아져 내린다.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지역에 있는 몽계폭포의 아랫부분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지역에 있는 몽계폭포의 아랫부분 ⓒ 서종규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지역에 있는 몽계폭포의 윗부분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지역에 있는 몽계폭포의 윗부분 ⓒ 서종규

"내장산의 상왕봉과 사자봉에서 흐르는 물이 울창한 숲과 우람한 바위에 부딪히며 옥구슬처럼 맑게 몽계의 폭포가 되어 흘러내릴 때, 신선의 운무가 날린다하여 붙여진 '몽계폭포'는 조선 선조 때 하곡 정운용 학사가 수도한 곳이라 하여 '하곡폭포'라고도 한다. 몽계폭포 바위에 '하곡석문'이라고 새겨진 글씨는 정운용 학사가 쓴 것이라고 한다." - 몽계폭포 안내 표지에서


장마가 지나간 뒤끝이라 폭포의 물은 풍성하였다. 하얗게 쏟아지는 물방울들이 그대로 내게 떨어진다. 온 몸으로 맞고 싶은 물방울들을 바라보며 벅찬 가슴을 내밀어 본다. 그냥 찍어 댄 사진 렌즈에 물방울이 튄다.

유명한 사진작가들이 찍어 놓은 폭포의 모습은 가는 실들을 이어놓은 폭포의 물줄기들이 아니다. 우람하게 쏟아지는 물방울들을 가는 실처럼 이어놓을 필요가 없다. 그냥 찍었다. 그것이 그대로 시원하게 마음 속을 파고든다.

그냥 오랫동안 폭포 아래에 앉아 있었다. 경건한 기도처럼 앉아 있었다. 불볕더위가 시작되는 금년 여름의 시작을 이렇게 폭포 밑에서 맞고 있는 것이다. 폭포에 빠져버린 내 몸은 그냥 떨어지는 물방울이 된다.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지역에 있는 몽계폭포의 아랫부분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지역에 있는 몽계폭포의 아랫부분 ⓒ 서종규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지역에 있는 몽계폭포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지역에 있는 몽계폭포 ⓒ 서종규

#내장산국립공원#몽계폭포#남창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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