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사는 어린이들이야 날마다 접할 수 있는 것이 들꽃이겠지만 도회지 어린이들은 이런 것들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이런 어린이들에게 야생화를 심은 화분을 모두 하나씩 기르게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작고 보잘것없는 생명에게서 배울 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방학도 되었으니까 어린이들에게 자기 집 주변 또는 동네 시냇가나 길가에서라도 눈에 띄는 작은 야생화를 한 그루씩 채집하여 심은 화분을 만들어 보라고 하자.
어느 학교에 근무할 적에 이런 과제를 주었더니 잘못 이해한 학부모님께서 철쭉 화분을 사들고 교실을 찾아온 일이 있었다. 나는 그 학부모님께 야생화 화분을 갖게 한 목적을 자세히 설명을 하여 드렸다.
"야생화를 기르도록 한 것은 교실에 화분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그 작은 생명에 관심을 갖게 하고, 아무리 짓밟혀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다시 일어서는 잡초의 강인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 어린이들에게 끈기와 굽힐 줄 모르는 인내심을 길러 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킨 것이었습니다. 길가의 민들레, 질경이를 보십시오. 아무리 짓밟혀도, 잎이 찢기고, 꽃대가 부러져도 부러진 대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서 꽃씨를 퍼뜨리고 마는 게 잡초 아닙니까?
지금 우리 어린이들은 영양 섭취가 과잉이어서 비만을 걱정해야 할 만큼 체격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체력 면에서는 못 먹어서 비쩍 마른 아이들을 걱정하던 5, 60년대의 아이들보다 훨씬 더 뒤지고 있습니다. 그 시절에는 턱걸이 세 개를 못하면 바보 취급을 하였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풍부한 영양으로 커진 체격에도 불구하고 턱걸이 세 개를 하면 괴물 취급을 받을 정도로 허약해지고 있지 않습니까?"
"교장선생님, 그런 줄도 모르고 좋은 걸로 사온다고 일부러 사온 것인데요. 그럼 다시 만들어야 하겠네요" 하면서 이왕 사온 화분은 교실에 두고 보라고 떠맡기고 가셨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야생화나 잡초들 중에서 이렇게 어린이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것들은 수 없이 많다. 부모님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몇 시간의 나들이에서도 십여 종은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토종 식물을 길러보게 하여 친해지고 익숙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우리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는 것이며,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지켜가기 위한 작은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이렇게 아주 작고 하찮아 보이는 식물들을 기르면서 식물들도 자기 나름대로 살아가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 어린이들이 자기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특별한 나름의 재능을 찾고, 그것을 길러서 남보다 더 훌륭하게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보게 한다면 조그만 식물 한 포기가 인생의 교훈을 주는 스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보잘것없는 잡초 한포기를 기른다면 기르기 쉽고 돈들이지도 않으면서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녹원환경뉴스,디지털특파원,개인블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