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종답(宗畓)에서 모래를 파자는 업자의 제의가 있었다. 이 논이 개울 가까운 곳에 있어 땅속에 모래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글쎄 과거 홍수로 이 지역의 물길이 자주 바뀐 것은 알지만 모래가 있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그런데 업자가 몇 군데 시추를 해 보았고 그 결과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요즘 지방의 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육상 골재 채취이다. 하천에서 골재를 채취하는 행위가 하상 골재 채취라면, 논이나 밭과 같은 곳에서 골재를 채취하는 일은 육상 골재 채취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800만원의 공금이 생겼고, 2006년 그 땅에서 다시 100만원의 도지를 받을 수 있었다. 900만원의 공금이 생겨 내가 그 해 2월 설 때 집안의 단합대회 겸 해외여행을 제안했다. 숙부들 부부와 우리 형제 부부 해서 총 12명(6집)이 베이징(北京) 정도 가면 비용이 적당할 것 같았다. 베이징을 가본 사람들이 여럿 있었지만 다시 한 번 가도 좋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그러나 실행 단계에서 의견이 달라져 가을 추석에 가는 것으로 일정을 연기했다. 여행지를 이번에는 홋카이도(北海道)로 정했다. 추석이 성수기인지라 약 3개월 전에 미리 예약을 했고 1인당 110만원에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모두 여섯 커플이니 한 집에서 70만원씩만 더 내면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런데 추석에 임박하자 여행사에서 연락이 와 1인당 135만원은 내야 여행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때가 성수기라서 항공료가 올랐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여행사의 새로운 제의를 거절하고 여행을 올해 여름 휴가철로 연기했다. 여행지는 일본으로 하고 모든 결정은 내가 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 올해 봄에 다시 홋카이도 프로그램을 찾아보니 6월까지는 90만원 정도 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되겠지 했는데 6월쯤 되어 7월 말∼8월 초 홋카이도 프로그램을 보니 140만, 150만원으로 인상되어 있었다.
홋카이도를 포기하고 다른 여행지를 찾다가 만난 프로그램이 히로시마(廣島) 마츠야마(松山) 상품이다. 히로시마로 들어가 마츠야마로 나오는 항공에, 히로시마 현의 세계유산 두 곳과 도고 온천을 즐기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하루가 자유 일정인데 나는 곧바로 히로시마의 조선통신사 유적을 볼 것을 제안했다.
구레(吳)시에 있는 시모가마가리지마(下蒲刈島)와 후쿠야마(福山)시에 있는 도모노우라(?ノ浦)가 그 대상이다. 이곳이 바로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에 있는 섬들로 조선 후기 일본과 교류를 하던 통신사들이 머물던 명소이다. 올해가 조선통신사 일본 방문 40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일본 곳곳에서 관련 행사가 열린다.
이번에는 숙부들 부부와 우리 형제 부부 외에 고모와 할머니도 함께 하는 것으로 팀을 구성했다. 80세가 다 되어가는 두 분이 언제 다시 해외여행을 해 보겠나 해서 우리가 조금 힘들더라도 모시고 가기로 했다. 그리고 또 여행인원이 14명이 되면 우리 가족만으로 단독 여행팀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6월 중순 예약 단계에서 동생 부부가 여행을 할 수 없다고 통보해 왔다. 8월 초에 회사 창립기념일 행사가 있는데, 그날 빠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여동생에게 바로 연락을 해 이번 히로시마 마츠야마 여행에 함께 할 수 있는지 의견을 물었다. 바로 좋다는 연락이 왔다. 이렇게 해서 7월 말∼8월 초 가족끼리 하는 일본여행이 성사되기에 이르렀다.
아, 그런데 또 고모께서 전화를 해 이 기회에 대고모도 한번 모시고 가자는 것이다. 대고모는 할아버지의 막내 여동생으로 올해 연세가 80이다. 고모와 대고모는 한 세대 차가 나지만 나이는 세 살 차이로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 더 친근하게 지내신다. 안반내댁 고모 1세대가 대고모라면, 고모 2세대가 고모이고, 내 여동생이 고모 3세대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서방네 집 여자 3대가 일본으로 함께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할머니와 고모, 대고모는 모두 여권이 만료되어 새로 여권을 만들었다. 할머니는 내가 만들어 드리고 고모와 대고모는 자식들이 각자 알아서 만들어 드리도록 했다. 출발은 오는 7월 31일이다. 가장 더운 때 무더운 일본으로 여행하는 것이 걱정되기도 한다. 70∼80 노인들을 모시고 다니는 일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마지막 효도를 한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여행을 기다린다.
덧붙이는 글 | 16명으로 구성된 가족 여행단의 일본여행기이다. 참여한 사람들은 숙부와 조카 부부가 중심이지만, 고모 3대가 함께 하는 특이한 여행이기도 하다. 이들 가족이 히로시마현과 에히메현에서 보고 느끼면서 부딪치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일본의 문화를 기술할 예정이다. 그리고 우리 조상들의 흔적인 통신사 유적을 방문,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