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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전통문화행사 2005. 9. 22.
국정감사 전통문화행사 2005. 9. 22. ⓒ 이종민
사업의 발굴 부문에서도 우리는 전주의 ‘욕심’보다 국가가 기왕 펼치고 있는 정책방향을 최대한 고려하며 사업들을 정리해나갔다. 정부가 가능한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했던 것이다. 추진단과 전주시, 문화관광부, 그리고 용역을 맡은 한국문화재정책연구원 공동으로 마련한 5대 핵심사업은 이런 취지에서 취사정리된 것이다.

전통문화도시경관조성사업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시경관을 갖춘 도시를 간절히 원하고 있던 문화관광부의 바람과 전통문화도시로서 경관을 정비하고 싶어 하는 전주시의 소망이 합쳐지면서 성사된 사업방향이다.

전통문화체험중심도시사업도 점점 희박해져가는 한민족 정체성 재정립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정부의 고민을 여건이 잘 갖춰져 있는 전주가 대신 해나가겠다고 제안하여 채택된 사업이다. 해외동포 2,3세는 물론 자라나는 신세대들 모두 서구문화에 익숙해져 한민족으로서의 자긍심도 주체의식도 점점 잃어가고 있다. 결혼을 통해 이주해온 여성들과 그 2세들 또한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이들에게 한민족의 뿌리를 느끼게 하고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주는 일이 무엇보다 절박한 마당에 전통문화의 체험교육이 그 최선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다.

전통문화국제학술대회 2005. 12. 3.
전통문화국제학술대회 2005. 12. 3. ⓒ 이종민
아태무형문화허브도시사업 또한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정책과 문화재청의 고민, 그리고 가장 풍부한 무형문화를 자랑하는 전주의 여건 등이 합작으로 만들어낸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한국무형문화전당이 전주에 세워지기로 되었으니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사업이었던 것이다.

한브랜드거점도시사업도 같은 취지에서 제안되었다.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맞이하여 문화관광부 주요 고민 중의 하나가 우리 고유의 브랜드를 창출하여 문화의 산업화를 주도해나가는 것이다. 이런 고민도 한브랜드 관련 부문 거의 모두를 고루 갖추고 있으며 앞서나가고 있는 전주가 거들고 나서겠다고 역 제의를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한 세미나와 워크숍을 지속적으로 개최하여 문화관광부의 신뢰를 쌓아가는 일 또한 전략적 차원에서 우선 추진되었다. 정부 또한 한브랜드사업 관련 무엇을 해야 할지 아직 모색 중인 상태였기 때문에 전주의 제안과 시범사업에 많은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적극적인 설득 작전

이러한 작업들을 해나가면서 가장 염두에 두었던 것은 ‘징징거리지 말자’는 것이다. 소위 ‘소외론’ ‘낙후론’을 내세우며 이제 이 지역을 위해 예산 좀 배정해달라고 호소하는 일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대신 우리가 가장 잘 해날 수 있는 일, 준비가 잘 되어 있는 일, 그 중에서도 국가사업으로 명분을 갖춘 일을 앞장서 해나갈 테니 필요한 만큼만 지원을 해달라는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논리와 명분을 잘 갖춘 기획안을 가지고 정부를 압박해나간 것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2006년 2월 21일. 노무현 대통령이 혁신도시 출범식 참석차 전주에 들르게 되었는데, 그때 한옥마을에서 이 지역 문화예술 전문가들과 오찬간담회를 갖자는 제안을 해왔다. 이 일을 준비하면서 오찬 참여자들에게 이런 호소를 했다. 제발 ‘이 지역은 30~40년간 소외당하여 운운’이나 ‘이 지역은 낙후되었으니 예산 좀 내려 보내 달라’ 등의 애걸조로 분위기 망치지 말자고.

대신 참여정부가 비난도 많이 받고 있지만 지방분권이나 국가균형발전 등 이 지역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에도 매우 긍정적이라 할 수 있는 정책을 펴나간 점이나, 권위주의 청산 등 민주주의의 확산에 큰 진전을 이룩한 점 등을 강조하며 덕담으로 분위기를 잡아나가자고. 전주전통문화사업에 관한 것은 추진단장과 문화재단이사장이 적당하게 건의하겠다고. 참여정부의 정책기조를 감안한 전략적 대응을 준비한 것이다.

노대통령 전통문화간담회 2005. 2. 21.
노대통령 전통문화간담회 2005. 2. 21. ⓒ 이종민
결과는? 잘나가다가 예의 ‘소외론’ ‘낙후론’이 터져 나와 마무리 분위기가 좀 흐려지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화기애애하니 참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참석자들의 얘기를 다 듣고 난 후 노대통령은 ‘얘기를 듣고 보니 지방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 있고 중앙정부에서 할 일이 있는 것 같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적극 해나가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정도의 약속이면 됐다 싶었는데 광주와 마찬가지로 ‘전주를 전통문화중심도시로 만들어주겠다!’와 같은 명백한 선언적 약속을 기대하고 있던 한 원로가 결국 “우리 지역은 수십 년간 낙후되고 소외당하여” 타령을 늘어놓고 만 것이다.

이 해프닝으로 정부의 태도가 바뀌었을 리는 없다. 그러나 투정만 부려서는 아무것도 얻어낼 수 없다는 것을, 정부에 정책기조에 걸맞은 그럴듯한 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적절한 논리와 명분으로 포장을 하지 않고는 정부를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지역에서만 모르고 있을까, 안타까움을 다시 확인하고 만 셈이 되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을 통한 홍보전략

외국인노동자 전통문화체험 2005. 7. 31.
외국인노동자 전통문화체험 2005. 7. 31. ⓒ 이종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준비되어 있다는 것, 이를 위해 자발적인 투자가 이미 이루어져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의 예산에만 기대고 있는 게 아니라 자생을 위한 노력과 의지가 분명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야 한다고 적어도 우리 추진위원들은 믿고 있었다.

이를 위해 수십 차례에 걸쳐 각종 세미나, 토론회를 마련했으며 특히 영향력 있는 전국적인 명망가들을 전주에 초정하여 준비상황과 조건 그리고 이 지역의 의지와 역량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들을 통해 전주 전통문화도시로서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대신 홍보케 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전주 사람이 전주 자랑을 하는 것이나, 전통문화 관련자가 전통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할 수 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전주 좋다!” “전주 가고 싶다!”를 외치게 하는 것, 다른 전문가들이 ‘전통문화는 민족 정체성의 원천이요 문화콘텐츠의 보고다!’라고 강조하는 것이 훨씬 유효한 홍보 전략이라 생각한 것이다(이런 점에서 영문학 전공자가 추진단장을 맡은 것도 매우 전략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우리 추진위원들은 지난 2년 반 동안 그야말로 신나게 일을 했다. 그래서 남부럽지 않은 성과도 얻었다고 자부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전주전통문화정책을 국가사업에 반영시켰다는 것. 추진단이 바로 이 일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인 만큼 소기의 목적은 온전히 달성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한명숙 전 총리 전통문화체험투어 2004. 9. 19.
한명숙 전 총리 전통문화체험투어 2004. 9. 19. ⓒ 이종민
더불어, 전주 알리기를 통해 ‘완전’을 꿈꾸는 이 도시를 전국적인 주목의 대상으로 부각시킨 점, 정부로 하여금 전통문화에 대한 정책을 좀더 힘차게 펴나가도록 견인한 점, 이 지역 및 전국의 문화예술 관계자 사이의 끈끈한 네트워크 형성에 기여한 점, 시민들에게 자기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자긍심을 심어주고 (전통)문화의 향유를 통한 삶의 질 향상에 관심을 갖도록 분위기를 이끈 점 등도, 원래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값진 성과라 할 수 있겠다.

또 민관 협치(governance)의 전범으로 다른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것이나 전주시 공무원조직의 잦은 교체에도 불구하고 이들과의 토론 교육을 통해 정책추진의 일관성을 견지한 것, 슬럼화된 한옥마을 활성화에 일정한 기여를 했다는 것, 무엇보다도 전통문화가 제대로 피어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수요층의 확산이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천년전주사랑모임’이라는 순수민간조직을 출범시킨 점도 놓치고 싶지 않은 ‘부수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어렵게 마련된 전주전통문화정책의 터전이 차후 크게 흔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다시 또 경제나 개발의 논리에 휘둘리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전통문화의 상품으로서의 가치만 따지지 말고 그 근본정신, 느리고 더디지만 자연과 생태를 함께 생각하는, 대안적 삶의 모색과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조급하게 가시적 성과에 매몰되어 ‘전주다움’을 잃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쉽게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 ‘유격조직’에 무한한 신뢰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전주시 당국과 전주시민, 홍보보도에 열과 성의를 다해주신 언론 관계자 여러분, 끝까지 함께 보조를 맞추어 성심성의로 매진해주신 추진위원들과 사무실 식구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전주에 초청되었다가 전주의 팬이 되어 “전주 좋다!” “전주 가고 싶다!”를 끊임없이 외치며 홍보역할을 대신해준 민예총, 작가회의, 문화연대, 문화우리, 문화문, 열린 문화 등의 내로라하는 문화예술인들, 고향사랑 차원에서 홍보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선 전민동, 신지식인네트워크 등의 출향 어르신들께도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무리 혁신적인 전략이라도 별무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다만 고마울 뿐이다.
#전주#전통문화#지역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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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주를 가장 한국적인 도시,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문화가 살아숨쉬는 곳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입니다. 오마이유스를 통해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살기좋은 전주의 모습을 홍보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제가 친구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보내주는 음악편지도 연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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