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코카콜라는 중국에서 커코우커러(可口可樂)로 불리고 있다. 사전적으로는 '입에 맞는 콜라'로 번역되지만, 글자를 하나하나 해석하면 '입에 맞아서 즐길 만하다'로 번역되고 있다. 영어 '코카콜라'와 발음도 비슷하고 그 뜻도 재미있다는 점에서, '커코우커러'는 아무리 보아도 매우 절묘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많은 한국인들이 한 가지 중대한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커코우커러라는 표현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중국인들이 외국어를 수용하는 방식은 참으로 독특하다"고들 말한다. 중국인들이 외국어를 자국어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내는 일종의 주체성을 지적할 때에 '커코우커러'의 예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한국인들의 착오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 입장인 중국인들이 외국 기업을 위해서 그처럼 좋은 이름을 지어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을 것이다. 또 미국 기업 코카콜라가 중국인들이 자회사 상품명을 지어주기까지 기다렸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을 볼 때, '커코우커러'라는 명칭은 중국측이 아닌 코카콜라측에서 자체적으로 고안해낸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할 것이다. 물론 코카콜라 측에서 현지 중국인들의 자문을 구했을 수는 있다.
만약 외국 기업이 자회사의 중국어 명칭을 스스로 짓지 않는다면, 아마도 그런 회사는 중국인들에게 제대로 인식되지 않거나 혹은 중국인들에게 인식된다 하여도 이상한 중국어로 불릴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몽골을 멍구(蒙古)라는 경멸적 표현으로 부르고 있는 데에서 느낄 수 있듯이, 중국인들은 외국과 관련된 것에 대해서는 가급적 비하적 표현을 쓰는 경향이 있다.
만약 코카콜라가 스스로 중국식 이름을 짓지 않았다면, 코우(口)가 쿠(苦, 쓰다)로 바뀌거나 러(樂)가 라(辣, 맵다 혹은 지독하다)로 바뀌는 등의 '수모'를 당했을지도 모른다. 커코우커러라는 절묘한 표현은 중국 측이 아닌 코카콜라 측의 노력의 산물이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게다가 코카콜라 측이 사용하고 있는 붉은 색 이미지는 붉은 색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정서에도 부합하고 있다. 코카콜라 측이 중국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하여 상품 명칭이나 색깔 등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점은 비단 코카콜라만이 아니라 다른 외국 기업의 사례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도이치 방크(독일은행)의 중국식 이름인 더이즈(德意志) 은행은 '독일의 의지' 혹은 '덕 있는 의지'라는 의미를 풍기고 있다.
또 제빵점인 뚜레쥬르는 중국에서 '둬러즈르(多樂之日)'로 불리고 있는데, 이는 '매우 즐거운 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고급 시계의 대명사인 롤렉스는 '라오리스(勞力士)'라는 중국식 이름을 갖고 있다. '노력하는 선비'라는 뜻이다. 중국에서 전통적으로 존경받은 사대부(선비)의 이미지를 이용해서, 마치 노력하는 선비만이 롤렉스를 찰 수 있다는 식의 이미지를 풍기고 있다. 약간은 소비자의 허영심을 자극하는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한편, 햄버거와 코카콜라 등을 사먹는 중국인들이 가득한 맥도널드는 '마이당라오(麥當勞)'라는 중국 이름을 갖고 있다. '밀은 노력에 상당한다'라는 마이당라오는 맥도널드가 소비자의 입맛에 맞도록 정성껏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이미지를 주는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또 베이징시 중관춘의 전자상가에 진출해 있는 프랑스 회사 아코스(Archos)는 '예뻐서 볼 만한'이라는 아이커스(愛可視)를 중국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예뻐서 사랑이 영원히 변치 않는다'는 광고문구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이 프랑스 회사는 자회사 전자제품을 예쁜 이성친구에 빗대서 광고하고 있다.
또한 코카콜라에 밀리고 있는 펩시콜라는 '바이스커러(百事可樂)'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펩시콜라를 마시면 모든 일이 다 즐거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위의 사례들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서양식 회사명·상품명을 갖고 있는 외국 기업들은 긍정적인 의미를 담은 중국식 이름을 고안해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중국식 명칭만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대부분의 외국 기업들은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영어 열풍으로 중국인들의 영어 실력이 향상되고 있는 데에 대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중국식 이름을 잘 사용하지 않는 기업들도 있다. '스타벅스'나 '도요타'처럼 영어 이름을 전면에 앞세우는 기업도 있고, '삼성' 같은 한국 기업의 경우에는 굳이 새로운 한자를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자국어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에서는 굳이 중국식 이름을 함께 사용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중국인들의 영어 실력 때문이다. 최근에는 많이 바뀌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영어에 별로 친숙하지 않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영어 단어도 중국에서는 쉽게 통하지 않는다. 이렇게 영어가 불통인 중국에서 특히 서양 기업들이 자국 상품을 판매하려면 중국어 이름을 갖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한자가 표의문자이기 때문이다. 표음문자인 한글과 달리 표의문자인 중국어로 외국어를 번역할 때에는 그 발음뿐만 아니라 의미에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발음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의미상으로 전혀 엉뚱한 이미지를 전달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중국인들의 영어실력에 한계가 있고 또 중국어가 표의문자라는 점 때문에, 외국 기업들로서는 자회사의 회사명·상품명이 어떤 글자로 번역되는가에 대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영어실력이 점차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중국어 명칭을 병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날이 언젠가는 도래하게 될 것이다. 베이징 시내에서 코카콜라라는 명칭이 커코우커러보다 점점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점을 볼 때에 그런 예측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중국인들의 영어 실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재는 두 명칭이 함께 병용되고 있는 것이다.
영어 명칭을 사용하게 되면, 외국기업으로서는 자국 상품의 명칭을 소비자의 뇌리에 좀 더 강렬하게 인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커코우커러가 아무리 좋은 뜻을 담고 있다고 해도, 원래 이름인 코카콜라와 발음이 다소 다르기 때문에 상품 홍보 측면에서는 일정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입에 맞아서 즐길 만하다' 혹은 '노력하는 선비' 등등 좋은 의미의 중국식 이름을 고안해내는 외국 기업 특히 서양 기업의 사례는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이다.
무조건 돈만 싸들고 중국에 진출하는 무모한 일부 한국 기업들과 달리, 서양 기업들은 표의문자를 사용하는 중국인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원래의 이름과 발음이 비슷하면서도 의미상으로도 긍정적인 좋은 이름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붉은 색을 앞세운 코카콜라처럼 중국인들의 기호를 홍보 전략에 활용하는 기업들도 많다.
서양 기업들보다는 중국 문화에 더 친숙한 한국 기업들은 이런 이점을 활용하여, 중국 문화에 대한 보다 면밀한 관찰과 분석을 기초로 중국시장 진출 전략을 끊임없이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용감한 사람이 멋있는 이성을 얻을 수 있듯이, '노력하는 선비'가 중국 시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