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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운탕(雲湯)'이라는 음식이 있나 보다. 만두의 얇은 피가 구름처럼 퍼져있다는 뜻의 운탕이 한국식으로 변형되어 완당이 되었다. 맛객이 부산 맛 기행 길에서 꼼장어에 이어 두 번째로 선택한 완당.
완당으로 소문난 집은 자갈치시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남포동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옥호는 '18번완당집'. 노래 18번을 얘기하는 건지 18번지에서 장사가 시작되었다는 건지 알 수는 없다. 다만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지 않을 독특한 옥호임이 틀림없다.
그래서일까? 부산에서는 일찍이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집이다. 부산사람치고, 특히 남포동에서 데이트하는 연인치고 이 집에 가보지 않은 사람 없을 거라고 한다. 그 정도로 오래되었고 또 많은 시민들이 다녀간 집이다. 식당은 지하에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중간 벽면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쓰여 있다.
완당 한 그릇을 먹고 나니 천지가 내 것이로구나
뭐냐 이 자신감은. 완당 한 그릇 먹었다고 천지를 얻은 만족감이 들까? 금세 탄로날 거짓말을 하다니. 당장에 들어가 확인해보자. 앗! 웬 사람들이…. 고풍스런 느낌을 주는 실내분위기 속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완당 한 그릇을 주문했다. 완당이 나오는 동안 주위를 살폈다. 한쪽 벽면에 조그만 공간이 있고 그 안에 두 사람이 들어앉아 쉼 없이 손놀림을 하고 있다.
자세히 보니 완당을 빚고 있다. 헌데 그 기술이 거의 신기에 가깝다. 완당 한 개 빚는데 0.7초! 거의 기계적 속력이라 할 만하다. 생활의 달인이 따로 없다.
곧이어 깍두기와 단무지가 차려지고 연이어 완당이 등장한다. 달걀지단과 김 송송 썬 파가 고명으로 올라가 있다. 완당은 숙주나물과 어울려 헤엄치고 있다. 완당의 얇은 피가 마치 금붕어의 꼬리를 연상시킨다.
그래 누구는 이 완당을 보고 구름을 연상했지만 맛객이 보기엔 헤엄치는 만두라 할 만하다. 아니다. 승무도 연상된다. 흐물거리는 하얀 만두피가 승무의 흰 장삼처럼 보인다.
감상은 그만하고 어서 맛을 보자. 완당을 숟가락으로 국물과 함께 떠 후루룩 먹으면 된다. 부드럽고 얇은 피는 씹을 것도 없이 국물과 함께 삼켜지고 물만두보다 적은 완당의 소가 감질나게 씹힌다. 다시마와 멸치로 우려 낸 국물은 개운하고 시원하다.
깔끔하게 한 그릇 비우고 나니 만족감이 든다. 물만두보다 맛있는 완당. 완당을 먹고 나오면서 계단에 있던 글귀를 다시 보았다. 완당 한 그릇을 먹고 나니 천지가 내 것은 아니어도 이 순간 다른 음식이 생각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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