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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놀아야 철이 들지> 표지.
<잘 놀아야 철이 들지> 표지. ⓒ 바보새출판사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산과 계곡으로 찾아 든다. 그 시간 아이들은 무엇을 할까. 부모를 따라나선 아이들은 여행이 즐겁지만은 않다. 아이들은 정겹게 펼쳐진 여행지의 삶을 들여다보기보다는 휴대폰으로 게임을 즐기기에 바쁘다. 그 일도 성에 차지 않으면 여행지에 있는 PC방을 찾는다.

느리게 진행되는 자연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화려하고 자극적인 컴퓨터 게임보다 지루하다는 게 이유다. 그 일은 시골 아이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시골에 살면서도 도시 아이들과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시골 아이들에게 자연에서 찾는 즐거움은 없다.

자연이란 그저 재미없고 지루하고 단순한 것으로 치부되어 지는 세상에서 '놀이'라는 것은 하품 나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과연 그러할까. 자연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일이 재미없고 지루하기만 할까.

그 답을 모아 놓은 사람이 있다. 김종만 선생.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놀이에 관한한 전문가인 그가 펴낸 책 <잘 놀아야 철이 들지>,<북녘 아이들 놀이 100가지>,<아이들 민속놀이 100가지>를 보면 자연과 자연 속에서 찾아낸 우리네 놀이가 다 들어있다.

<잘 놀아야 철이 들지> 책엔 계절별로 자연과 함께 놀 수 있는 '놀이'를 정리해 놓았다. 살펴보면 부모 세대쯤이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던 놀이들이다. 친구들과 헤어지기가 싫어 어머니가 저녁 밥 먹으라며 찾아와도 숨어버리던 시절의 놀이들이다.

<아이들 민속놀이 100가지>엔 잊고 살았던 놀이가 많다. 어릴 적 한 번씩은 해보았던 놀이들이라 아이들에게 가르치기도 좋다. <북녘 아이들 놀이 100가지>는 '저격수 놀이' 같은 군사놀이를 제외하면 우리네 놀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네의 놀이라는 것은 남녀의 구별이 없다. 구슬치기 대장도 순이가 될 수 있고 딱지치기 대장도 영희가 될 수 있었다. 훼방꾼이 없으면 놀이도 심심하기 마련. 여자들만의 놀이라는 고무줄놀이에서 남자들은 아이스케키나 가위로 자르는 일로 놀이에 동참했다.

치마가 걷어 올려진 소녀는 부끄러움에 눈물짓고, 고무줄을 끊긴 소녀들은 소년의 뒤를 쫓아가며 주먹을 을러메는 일까지도 놀이의 한 모습이다. 책에 나오는 놀이는 자연의 이해와 자연이 주는 미덕을 알아가는 공부 시간이다. 놀이를 하다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들이다.

골목을 가득 메웠던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북녘 아이들 놀이 100가지> 표지.
<북녘 아이들 놀이 100가지> 표지. ⓒ 바보새출판사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자연을 아는 체 하는 것도 어린 시절의 놀이를 통해 습득한 지식들이다. 쌀 나무가 어떤 것인지 모르는 아이야 없겠지만 요즘 아이들은 자연에 대해 모르는 것이 참 많다.

억지로 주입하기엔 자연은 배울 것이 많다. 사철 변화하는 자연을 배우는 일엔 놀이만큼 좋은 것도 없다. 들로, 강으로, 산으로, 바다로 쏘다니다보면 눈에 익히는 것이 다 돈 들여 배워야 할 것들이다.

'요즈음 그 수많은 놀이들이 어느 구석으로 처박혀 버렸는지 나는 숨이 절로 나온다. 봄이면 산을 쏘다니며 놀았던 그 개미 같이 많았던 아이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는 것일까' - 책 머리말 중에서

김종만 선생이 고민하듯 골목을 가득 메우던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요즘 아이들은 각자의 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학원으로 달려간다. 아이들이 사라진 골목은 빈 과자봉지만이 날리고 가끔씩 지나가는 자장면 배달 오토바이만이 어느 집에 아이들이 있는 지 확인 시켜준다.

지금은 군에 입대한 조카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겨울. 조카와 함께 양수리로 가다가 두텁게 얼어붙은 겨울 강으로 갔다. 그 나이가 되도록 얼음판을 한 번도 걸어보지 않았던 조카는 한 걸음도 떼지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얼음판이 녹을 때까지 언 강에서 놀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웃을 수도 울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예전엔 놀이라는 것은 어른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전해 내려왔다. 때로는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 내기도 했다.

놀이의 규정을 따지며 주먹질을 하며 코피를 흘리다가도 금방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놀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놀이'를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놀이는 공동체 문화이다. 마을 마다 독특한 놀이가 있었던 이유도 부침 있는 역사와 함께 이어진 공동체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내던 놀이가 사라졌다

어른이 된 당시의 아이들은 자신의 아이에게 놀이를 전승하지 않았다. 함께 놀 친구가 없는 탓이기도 했다. 학원에 가지 않고 혼자 노는 아이가 더 불쌍하게 보이는 게 요즘 세상이다.

놀이가 단절된 요즘 '놀이'를 책으로 배우는 게 마뜩치 않지만 그래도 책으로 묶여져 나온 게 반갑다. 어른들도 이 책을 본다면 무릎을 치며 '그땐 그랬지' 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 놀이의 백과사전과도 같다.

문제는 이처럼 사라지는 것들을 추억만 할 게 아니라 컴퓨터에 빠져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놀이'를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까 이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면 오늘부터라도 진정한 놀이 한 가지씩 해보자. 여행지에서 화투판만 벌일 게 아니라 아이들과 놀아주는 부모가 최고의 부모가 아닐까.

책엔 놀이의 방법이 그림으로도 자세하게 나와 있어 놀이의 지침서로도 훌륭하다. 술래잡기 놀이의 목적은 함께 하는 것이지 요즘처럼 정말 자신의 방에 '꼭꼭' 숨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술래가 사라진 세상에서 나 스스로 술래가 되어 아이들을 모아보는 일 지금이라도 해보자.

생각컨데, 어린 시절 고무줄을 타다 욕설을 퍼 부으며 쫓아오던 여자 친구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할까. 그 친구들 아직도 고무줄놀이를 하며 불렀던 노래를 기억하고 있을까.

"장난감 기차가 칙칙 떠나간다…."

덧붙이는 글 | 김종만 선생이 들려주는 놀이야기 시리즈 <잘 놀아야 철이 들지, 바보새 刊. 1만원>,<북녘 아이들 놀이 100가지, 바보새 刊. 1만원>, <아이들 민속놀이 100가지, 바보새 刊. 1만원>


잘 놀아야 철이 들지

김종만 글, 이태수 그림, 바보새(2007)


아이들 민속놀이 100가지

김종만 글, 이태수 그림, 바보새(2007)


#놀이#김종만#게임#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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