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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10월 '광주평화개혁포럼 창립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민주당 설훈 의원.
지난 2003년 10월 '광주평화개혁포럼 창립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민주당 설훈 의원. ⓒ 안현주

설훈 전 의원이 최근 손학규 전 지사 대선캠프에 합류했다.

15·16대 의원을 지낸 설 전 의원은 지난 2004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추진에 삭발과 단식농성으로 저항했다. '한나라당-민주당 공조'의 책임을 물어 조 대표의 퇴진을 추진하다가 무산되자 민주당을 탈당했고, 17대 총선에도 불출마했다.

물밑에서 범여권 통합작업을 해오다 지난 24일부터 손 전 지사 쪽에 결합한 그는 2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민주당의 독자경선 추진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특히 '민주당 사수'를 주장하면서 대선출마를 선언한 조순형 의원에 대해 "한나라당이 조 의원의 출마에 대해 상찬을 보낸 것이 뭘 의미하겠느냐"면서 결국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설 전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을 뜻하는 '동교동계'의 막내격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손 캠프'합류를 놓고 범여권에서는 동교동이 본격적으로 손 전 지사 지원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설 전 의원은 "추측일 뿐이고 김 전 대통령은 어디로 가라 말라 하실 분이 아니다"면서 "김 전 대통령께 손 전 지사에게 가겠다고 직접 말씀드린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손 지사 캠프로 간 동교동의 막내, DJ의 뜻?

설 전 의원은 "기존의 범여권 후보들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 학생운동 선배인 손 전 지사가 지사직을 퇴임하기 직전 지사 관저로 찾아가서 '한나라당에서는 도저히 안 되니, 탈당하라'고 권유했다"면서 "탈당 생각이 없었으면 뭐라고 했을텐데, 아무 말이 없기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나 그가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20만 달러 수수의혹을 제기했다가 유죄판결을 받은 뒤 사면복권됐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비판은 자못 거세다.

나경원 대변인은 "설 전 의원은 이 나라 공작정치의 상징같은 인물"이라면서 "2002년 손 전지사 역시 공작정치의 유혹에 이끌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전날에도 한나라당은 손 전 지사에게 "설훈을 추방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설 전 의원은 이에 대해 "20만불 사건은 언제가 되던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면서 "최규선씨가 양심고백 하면 다 풀린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사실상 정치 재개를 한 것인데.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 범여권이 승리해야 하고, 거기에 일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동안은 범여권 통합작업을 해왔고, 통합작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이 돼서 손학규 전 지사 캠프로 들어간 것이다."

- 통합작업을 해왔다고 했는데 어떤 활동을 한 것인가.
"박상천 대표도 만나고, 통합과 관련해 만나야 할 모든 사람들을 만났다. 지금 제 위치가 열린우리당 소속도 민주당도 소속도 아니고, 양쪽에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였다."

- 한나라당에서는 '이회창 20만불 수수설'사건을 거론하면서, 캠프에서 추방하라는 논평을 냈는데.
"20만불 사건은 언제가 되던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최규선씨가 양심고백하면 다 풀린다. 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나기는 했지만, 역사를 보면 나중에 진실이 드러난 예가 얼마나 많은가."

"손학규, 적통성 없으나 범여권 최상 후보"

- 어떻게 해서 손학규 캠프로 간 건가.
"사실은 손 지사가 지사 퇴임하기 두어 달 앞두고 수원에 있는 지사 관저로 찾아갔다. 2006년 3·4월쯤인데, 손 전 지사는 출마를 결심하고 후보경쟁에[ 뛰어든 상태였다. 내가 먼저 연락하고 간 것이다. 당시 범여권쪽 후보들로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는 판단을 했다. 손 전 지사는 학생운동 선배고 평소에 잘 안다. 밤 9시부터 2시간 정도 만났다.

개인적으로는 형님이라고 부르는데, '형님, 한나라당에 있으면 절대 안 된다. 우리가 통합신당 만드니까 탈당해서 이 쪽으로 오시라'고 했더니, 대답 않고 가만있더라. 탈당 안 할 것 같으면 나보고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가능성 있겠다고 판단했다. 올해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 탈당하고 한 뒤에도 찾아가지 않다가, 신당 창당발기인 대회(24일) 끝나고 오후에 바로 손 전 지사 찾아가서 결합하겠다고 했다."

- 왜 손학규인가.
"그는 대학 다닐 때 학생운동의 최고 맹장이었고 리더였다. 그래서 당연히 동교동 쪽으로 왔어야 했는데 그렇게 안 됐다. 그가 서강대 교수 시절에 야당총재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특강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떻게 김영삼 전 대통령과 연이 닿아서 한나라당으로 갔다. 그런데 당과는 전혀 생각이 안 맞았다. 행동도 그렇고.

그래서 '거기 있어봤자 항상 3등밖에 안된다, 원래 정확하게 가야할 길로 돌아오라'고 설득했다. 기존 범여권 주자들의 인물과 역량에 대해 잘 안다. 그런데 지금 인물들로는 돌파가 안 된다."

- 손 전 지사가 후보가 될 경우 '한나라당 대 짝퉁 한나라당' 대결이 돼 본선경쟁력이 없다는 분석이 많은데.
"기본적인 범여권표에다 한나라당 표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범여권 후보들 중에서 최상의 경쟁력이 있다. '짝퉁'이라는 말은 비하하는 표현이다. 한나라당에 있다 왔기 때문에 적통성이 없는 것은 사실인데, 그 이전에 인생역정 살아온 것을 보면 괜찮다. 손 전 지사가 꾸준하게 국민들을 잘 설득해나가야 한다."

- 이미 천정배 의원과 신기남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비판을 시작했다.
"우리가 지금 한나라당의 행태에서 배울게 있다. 저건 경선이 아니고 죽이기다. 우리는 그렇게 가면 안 된다. 동지적 애정 갖고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 앞에 한나라당 이라는 높은 벽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의 DJ 비판 잘못... 당 만든 사람이 누군데"

ⓒ 안현주
- 손 전 지사의 김대중 전 대통령 방문도 주선했나.
"그건 손 지사가 알아서 한 일이다."

- 설 전 의원의 손학규 캠프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는데.
"추측일 뿐이다. 김 전 대통령께 손 전 지사에게 가겠다고 직접 말씀드린 적이 없다. 간접적으로 들으셨을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어디로 가라 말라 하실 분이 아니다. 정치적 중립 아닌가."

- 정치적 중립이라고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김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분위기인데.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민주당을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겠나. 당을 만든 사람이 누군데."

- 김 전 대통령이 범여권 통합에 동교동계 인사들을 동원해 직접 개입한 것 아닌가.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었던 사람들이 바라는 게 뭔가. 범여권 통합 아닌가. 그 염원에 보답하는 것일 뿐이다. 지금 연세가 얼마인데, 무슨 야욕이 있겠나.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당연히 나쁘겠지만,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만든 사람들 입장에서는 김 전 대통령이 그렇게 안하면 정말 나쁜 것 아닌가. 정치적 중립이지만 소리는 말씀은 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 북한 핵실험때도 햇볕정책 유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서, 결정적인 중심을 잡은 것 아닌가. 통합문제도 마찬가지다."

- 민주당과 신당 통합 문제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당내 반대 등 여러 상황 때문에 결정을 못 내리는 건데, 박상천 대표가 개인적으로는 통합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가 나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가 통합을 위해 노력해온 것은 사실이고 인정해줘야 한다. 그런데 꼭지를 못 따고 있는 것이다. (신당창당하는) 8월 5일에 합치면 다 좋은 것이다."

"왜 한나라당이 조순형 출마를 칭찬하겠나."

- 민주당 시도당 위원장 15명은 독자후보 선출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냈고고, 조순형 의원도 민주당 사수를 주장하면서 대선출마를 선언했는데.
"시도당 결의문 부질없는 일이다. 그렇게 안 했으면 좋겠다. 조순형 의원 출마에서 재미있는 것은 한나라당이 좋다고 한 것이다. 상찬을 보냈는데, 이게 뭘 의미하나. 뭔가 징표가 있는 것 아닌가. 결국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이다."

- 손 전 지사는 노무현 대통령을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등으로 비판했고, 유시민 전 장관은 참여정부를 실패했다고 하는 세력과는 같이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대동단결할 때다. 작은 차이는 극복해야 한다. 한나라당에 대적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서로 약점을 들추거나 하면 안 된다. 여러 생각 있겠으나 내가 유시민 전 장관이라면 '통합이 필요하다, 내가 밀알이 되겠다, 참여정부 잘못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인정하겠다'는 자세로 신중하게 접근하겠다. 잘못 없는 정부가 어디 있나. 우리가 요구할 게 아니라 알아서 그렇게 하는 게 모든 사람들에 좋겠다."

- 유시민 전 장관의 신당 결합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단 한 표라도 표를 늘릴 생각을 해야 하는 게 대선이다. 심지어 한나라당에서라도 데려와야 하는데, 하물며 같이 하겠다는 사람들은 다 데려와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설훈#조순형#김대중#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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