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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나는 그 당시 최고의 아이돌 그룹이었던 H.O.T.의 열성팬이었다. H.O.T.가 나온 텔레비전과 라디오 프로그램을 챙겨 보는 것은 기본이고 공개 방송에 따라가 흰 풍선을 들고 열심히 "H.O.T.! H.O.T.!"를 외쳤었다. 심지어 한 멤버의 집에까지 쫓아가 직접 얼굴을 본 적도 있었다.

단짝 친구와 썼던 교환일기장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H.O.T. 이야기가 들어가 친구가 'H.O.T. 이야기 좀 그만 쓰라'고 나에게 면박을 주기까지 했었다. 지금처럼 친구들과 술 한잔 마시면서 스트레스 풀 여유가 없었던 그때, 텔레비전에 나와 노래하고 춤추는 H.O.T.를 보는 것은 나의 중요한 기쁨 중 하나였다.

대학생이 되면서 텔레비전을 보는 것 외에도 싸이월드, 미팅, 클럽 등 재미있는 일이 많아지면서 연예인 따라다니기는 중단되었다. 하지만 차츰 노래방 신곡 대신 예전 노래를 부르는 친구들과 달리 나의 최신가요와 가수들에 대한 관심은 멈추지 않았다. 노래방에서 간주에 나오는 빠른 영어랩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던 10대 시절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도 나는 텔레비전에 '슈퍼주니어'나 '동방신기'가 나오면 하던 일을 멈추고 텔레비전 앞으로 달려간다.

슈퍼주니어 주연의 영화 '꽃미남연쇄테러사건'이 개봉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말을 이용해 고등학교 동창인 남희와 함께 극장에 가서 관람했다. 우리는 롯데시네마 건대점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스타벅스에서 고교 시절을 추억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 '꽃미남연쇄테러사건' 포스터
ⓒ 차예지

차예지(이하 차): "영화 생각보다 괜찮은데? 완전 웃기다. 넌 어땠어?"

김남희(이하 김): "나도 웃겼어. 부학생회장으로 나온 려욱이가 제일 코믹하던데. 보아의 '아르헨티나 소녀'를 좋아한다는 희철이의 말도 너무 웃겼어. 중학교 때 본 젝키 주연의 영화 '세븐틴'은 역시 가수는 연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는 좀 다른 것 같아. 만화 같은 특수효과를 써서 진지한 쪽보다 아예 유치하더라도 재미있는 쪽으로 나가려고 한 거 같네."

차: "서로 '똥 맞으려' 하는 상황이 너무 재밌었어. 그나저나 너 중학교 때 젝키 좋아했어? 누가 제일 좋았는데?"

김: "김재덕! 귀엽고 장난꾸러기 같은 이미지가 좋더라구. 난 방송국 공개방송은 두 번 가보고 드림콘서트도 가봤어."

차: "빨간 풍선 들고 젝키짱! 젝키짱! 이랬겠네?"

김: "어. 게다가 젝키 앨범 다 사고 잡지랑 사진도 진짜 많이 샀었어."

차: "나도 공개방송 진짜 많이 다녔었는데. 엄마가 참 싫어하셨지. 한번 보내줬더니 계속 간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에 공부를 더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되돌아간다 해도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웃음) 요즘은 가수 누구 좋아해?"

김: "슈퍼주니어 귀여운 거 같아. 노는게 귀여워 보여서 보고 있으면 재미있어. 잘 생겨서 보고 있으면 대리만족을 느끼는 거 같아. 저런 남자친구 있었으면 하는.(웃음)

차: 나도 슈퍼주니어 좋아해. 멤버가 13명이나 돼서 이름을 다 모르긴 하지만. 넌 누가 좋아?"

▲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기범
ⓒ SM픽쳐스
김: "난 동해랑 강인, 그리고 희철이. 동해는 스타일이 좋고 강인이는 연예인 같지 않게 선해 보여. 희철이는 자신감이 넘쳐 보이고."

차: "실제로 주변에 저런 남자친구가 있다면 어떨까?"

김: "음… 싫어. 부담스러울 거 같아. 내 친구의 친구 중에 꽃미남이 있는데 이미지 관리 정말 심하게 해서 행동이 다 부자연스러워 보이더라. 게다가 팬 관리 하느라 자기 좋아하는 여자한테 여자친구 있다고 말도 안 해. 역시 인물값 하더라고."

차: "아까 시원이 머리 속에 들어있는 생각 중에 이런 거 봤어? '코가 간지럽지만 지금 긁으면 안된다' 저 나이 때가 폼생폼사가 극치일 때지. 괜히 멋있는 척하는 어린 남자애 같아서 귀엽더라고. 내가 시원이 또래 여자애였다면 '쟤 폼 재고 있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나이 어린 남자애들은 뭘 해도 다 귀여워 보인다.(웃음) 나도 인물값 한다는 말 공감해. 예전에 고등학교 때는 그런 거 생각 안 하고 얼굴 괜찮고 스타일 좋은 얘들이 멋있어 보였는데 지금은 꼭 그렇지도 않아."

김: "맞아. 고등학교 때는 슈퍼주니어 같이 귀엽고 춤 잘 추고 이런 얘들이 멋있어 보였지."

차: "영화 속 성민처럼 '군중 속에 섞여 있어도 저 놈이 주인공이구나' 싶은 남자!(웃음) 지금은 어떤 남자가 좋아?"

김: "지금은 자기 관리 잘하고 젠틀한 남자가 좋아. 아직 결혼할 나이는 아니니까 잘생긴 남자 사귀어 보고 그 기분이 어떤지 알고 싶기도 해.(웃음)"

차: "그런데 아까 동해랑 희철이는 웬 거울을 그렇게 뚫어지게 봐? 나는 남자들이 거울 오래 보는지 영화 보면서 처음 알았어. 실제로 남자들이 거울을 영화에 나오는 슈주 멤버들처럼 오래 보나?"

▲ 꽃미남 3인방 희철, 강인, 시원
ⓒ SM픽쳐스
김: "우리 오빠도 오래 보던데. 전에 남자친구들도 보면 화장실에 가서 나보다 더 늦게 나오던걸."

차: "새로운 사실 알았네. 그리고 아까 관객 95%가 여자더라고. 대학생 이상은 우리밖에 없는 거 같더라. 약간 민망하더라.(웃음) 영화 시작하기 전에 강인 나오는 광고 보면서 소리 지르고 그러던데 완전 나 예전 생각나더라. 넌 지금 보면 연예인에 열광하는 여학생들 어때 보여?"

김: "나도 그랬었으니까 한심해 보이거나 그러지는 않아. 저러다 말겠지 하는 생각도 들고."

차: "중고등학교 때는 마땅히 스트레스 풀 것도 없고 그러니까 연예인에 더 열광하게 되는 것 같아. 아까 영화 첫 부분에 기범이가 컴퓨터를 하다가 엄마가 들어오니까 얼른 공부하는 척하는 장면이 있었잖아? 엄마가 간식을 놓고 가면서 '일년만 더 고생하자'라고 기범이에게 말하는데 나 중학교 때가 생각나더라고. 나 그때 성적 때문에 엄마랑 갈등이 참 많았었어. 내가 전학을 온 다음 성적이 많이 떨어져서 엄마가 걱정이 많으셨거든. 나는 나대로 힘든데 엄마가 공부하라고 잔소리하시니까 더 힘들고."

김: "영화 속 학교 벽에 '죽어라 공부해도 죽지 않는다'라고 써 있더라고. 신경쓰지 않는 듯 보이지만 강인이나 희철이도 영화 속에서 계속 대학 갈 수 있나 은근히 걱정하더라. 예나 지금이나 중고등학교 때는 대학진학 때문에 학생들이 스트레스 많이 받는 거 같아. 나도 옛날 생각나더라."

차: "끝부분에서 기범이가 '우리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 어른들은 그것을 가능성이라 부르지만 우리는 불안이라 말한다'고 말하더라. 그 대사를 들으니까 고3 때랑 현재 내 모습이 겹쳐 보였어. 그때도 알 수 없는 미래 때문에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도 그런 면이 없지않고. 너는 대학 고민이랑 취직 고민이랑 어느 쪽이 더 힘든 것 같아?"

▲ 극중 '울트라주니어'의 댄스
ⓒ SM픽쳐스
김: (잠시 생각에 잠기다) "둘 다 비슷하지 않을까? 취직을 해야 먹고 살지만 또 취직을 하려면 대학을 가야 하니까."

차: "음 그런 것 같네. 그나저나 무대인사 못 가봐서 아쉽다. 갔으면 나 고딩처럼 소리 지르면서 좋아했을 텐데."(웃음)

김: "너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고교 동창과 함께 꽃미남 그룹이 출연하는 영화를 보고나니 왠지 다시 고교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이제는 더는 꽃미남 그룹이 '오빠'가 아니지만 어떠랴. 꽃미남 스타가 마음속의 별임은 소녀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걸.

태그:#슈퍼주니어, #꽃미남연쇄테러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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