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 하원은 30일 오후 2시 40분 본회의에서 일본 정부에게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공식 시인, 사과하고 역사적 책임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상정, 단 35분 만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역사적 결의안 통과는 민주당의 일본계 3세인 마이클 혼다 의원이 지난 1월 말 결의안을 발의한 지 6개월여 만에 이뤄졌다.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몇 안 되는 생존자로 지난 4월 외교분과위원회가 주관한 청문회에서 증언했던 이용수 할머니와 워싱턴과 뉴욕, 그리고 LA 지역 범동포대책위 관계자를 비롯해 이날 하원의 결의안 채택 과정을 지켜보던 미국내 한인단체 관계자들은 결의안 통과가 확정되자 서로 얼싸안고 그 동안의 노고를 격려하는 등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위안부 결의안은 당초 이날 본회의 3번째 안건으로 상정이 예정돼 있지만 주관상임위인 외교위원회의 톰 랜토스 위원장(민주당)이 백악관 행사에 참석하느라 당초보다 50여분 상정이 늦어졌다. 톰 랜토스 위원장은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본 결의안의 본회의 상정과 통과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랜토스 위원장은 결의안의 제안설명에서 "일본제국의 군대가 많은 아시아 여성들을 (위안부로) 강제동원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며, 위안부 희생자들을 비난하는 등 장난질하려는 일본의 태도는 구역질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잇따라 토론을 벌였으나 반대 발언 없이 찬성 목소리만 회의장에 울려 퍼졌다.

결의안을 발의한 혼다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외교위 청문회에서 일본군의 만행에 대해 증언한 사실을 언급한 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는 것과 '고맙다'라고 말하는 것뿐이었다"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험난한 삶을 의원들에게 상기시켰다.

공화당 소속인 탐 데이비스 의원은 일본이 미국의 동맹국임을 거론하며 "진정한 친구는 친구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라며 결의안 채택의 당위성을 주장했고 여성인 린 C. 울시 의원(민주당)은 "다시는 여성이 전쟁의 희생물이 돼서는 안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특히 의원들은 미 하원에서 제일 처음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고 3차례 결의안을 냈던 레인 에번스 전 의원(일리노이주)을 회상하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그의 열정과 헌신을 칭송, 눈길을 끌었다.

오후 2시 40분 결의안이 상정되고 35분간 계속된 토론에서 의원들로부터 반대 없이 찬성 발언만 이어지자 임시 의장은 의원들에게 구두로 결의안에 대해 찬반을 물은 뒤, 반대 목소리가 없자 3시 15분 원안대로 통과를 선언했다.

당초 랜토스 위원장측은 이번 결의안이 갖는 의미를 감안해 표결에 부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으나 반대의견이 전혀 없자 구두표결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결의안이 통과된 후, 의원회관 캐넌 하우스 계단에서 결의안 통과를 위해 그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미주 한인단체 '결의안 121 연대'와 이용수 할머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할머니는 회견에서 "역사적인 한을 풀어줘서 고맙다. 오늘 이렇게 기쁠 줄 몰랐다"며 연실 감사의 인사를 했다. "일본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법적인 배상을 하라"고 이 할머니는 약간 격양된 어조로 일본을 성토했다.

워싱턴 한인사회를 대표한 범대위 이문형 회장은 "사실 그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리는 그만큼 어려운 일을 해냈다"며 기쁨을 표시했다.

이날 의회의 본회의 방청석에서는 뉴욕의 범대위 김영덕 위원장과 LA의 '역사바로세우기 정의연대' 정연진 대표, 워싱턴 DC의 김명순 대표 등이 참석해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봤다.

#미 의회#위안부 결의안 통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