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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과 비평사, YES24
1990년 대에 처음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유홍준씨는 대학 교수였다. 처음 책을 낼 때만 해도 몇 권 팔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의 문화재에 대한 애정을 담았을 뿐만 아니라, 어떤 요소가 그 문화재를 훌륭한 것으로 만드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었기에 답사 가이드북으로 많은 사람들이 구입했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후 유홍준 교수가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관계는 있는 책인 <답사문화의 길잡이> 시리즈가 출판되었다. 각 도 별로 출판되었고 그 지역의 보물급 문화재 뿐만 아니라 작고 소박한 문화재도 잘 설명해 놓았다.

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 성곽이 많으면 뒤에 부록으로 성곽에 대한 보충 설명, 장승이 많은 지역은 부록으로 장승 보충 설명 등도 실었다. 그래서, 기자는 지금도 여행을 떠날 때마다 직접 구입해서, 혹은 빌려서라도 반드시 챙겨가고 있다.

<화인열전>은 윤두서의 그림을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 관아재의 그림이 왜 좋은지, 동국진체가 대체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알려준 책이다. 그래서 지금도 내 돈 들여서 살 가치가 충분하다고 만족하고 있는 도서 중 하나이다.

문화재청의 기념품

지금 이 책들이 문제가 된 것은 유홍준씨가 문화재청장으로 있는 문화재청에서 이 책들을 기념품으로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장 개인 홍보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는 비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재청의 기념품으로는 무엇이 적당한 것일까? 티셔츠, 수건, 시계, 수첩, 볼펜 등이 적당할까? 기자라면 감사하게 받겠지만 요즘은 물자가 흔해져서 이런 것은 받아도 쓰레기통에 버리고 가는 사람도 있는 세상이다.

문화재청이라면 책을 기념품으로 선물하는 것도 문화재청답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념품을 책으로 결정했다면 적당한 책은 무엇일까? 만약, 유홍준씨가 문화재청장이 아니었다면 이 책들을 기념품으로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까? 그만큼 이 책들이 수준이 보잘 것 없고 형편없는 책들일까?

이 책들은 유홍준 씨가 문화재청장이 아니었어도 문화재청에서 책을 기념품으로 주기로 결정했다면 분명 기념품에 들어갔을 가치가 있는 책들이다. 너무 학술적이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불가능한 책도 아니고, 너무 수준이 낮아서 문화재청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책들도 아니기 때문이다. 적당히 대중적이면서도 수준 있고, 문화재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어서, 문화재청과도 어울리기 때문이다.

부정부패가 없는 세상을 꿈꾸며

언론과 여론이 발끈하는 이유는 과거에 여러 기관장들이 허접한 시집, 수필집 따위를 쓰고는 그것을 기념품이랍시고 세금으로 사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작태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과거에 아무도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로 수준도 있고, 문화재와 관련도 많은 도서 구입을 청장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비난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문화재청에서 대량 구입했기에 유홍준씨가 인세를 더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책들은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고, 그의 답사기는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문화재청에서 대량으로 사주어야만 팔리는 책들은 분명 아니다.

그리고, 역대 문화재청장 중 유홍준 씨 만큼 유명한 사람이 있었을까? 그가 문화재청장이 된 것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등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북한을 방문해서 <북한 문화유산 답사기>를 쓸 수 있을 만큼 유명해진 다음이다. 이런 기관장을 더 이상 홍보할 필요가 과연 있을까?

기자는 이것이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을 보고도 놀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기사 첫머리에 인용한 중국의 고사처럼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청장의 책이건 다른 사람의 책이건, 의혹의 눈길로 바라보지 않아도 될 만큼 모두가 깨끗하고 청렴한 세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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