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거 운동 용어 아니냐?"
"맞아!"
"글쎄 그게 왜 도로에 씌어 있냐고?"
"아! 그거? 다리 아래 길이란 뜻이래!"
위 내용은 '언더패스→'라는 도로표기를 본 '얘기꽃'이라는 누리꾼이 지난 7월 8일 한글문화연대에 올린 글의 일부이다. 이 누리꾼은 '언더패스(UnderPass)'라는 표기를 접한 경험담을 아래와 같이 풀어놓았다.
"천변 도로를 달리는데, '언더패스→' 이런 노면표지가 있더군요. 왼쪽에 아파트 단지 진입로가 있고, 시외방면으로 가는 차량과의 엉킴을 해결하기 위해 다리 아래로 우회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았더군요. 아파트 단지를 지나면 이내 원래의 도로와 만나게 되는 짧은 거리의 우회도로였습니다. 여러 번 반복해서 노면표지를 써 놓았는데 무식해서 뜻을 이해할 수가 없으니."
한글문화연대는 이 내용을 다음사이트 아고라에 올려 누리꾼들의 동참을 요구하고 나섰다.
"'언더패스'는 '철도나 다른 도로의 아래를 지나는 도로'란 뜻입니다. 이 말의 뜻을 아는 운전자가 몇 명이나 될까요?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으로 우리말이 오염될 뿐만 아니라 뜻을 알 수 없어 안전하지도 않습니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표지판은 알기 쉬운 우리말로 표시하여야 합니다."
영어 모르는 사람, 차 끌고 다니겠나
많은 누리꾼들은 이 청원에 호응하며 여러 가지 비판의견을 내 놓고 있다.
"공기나 물, 그리고 소음만 오염이 아닙니다. 나라의 말글을 함부로 쓰는 일이야말로 가장 큰 오염입니다."(bomjong36)
"교통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어요, 운전자가 저게 뭔 말이지? 생각하다가…."(다은사랑 )
"영어 모르는 넘 어디 차 끌고 댕기겠나. 학력 미달자는 저기서 사고내도 잘못 없는 거죠?"(a5600212)
"우리는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는 것인가? 일제시대의 끔찍한 일들을 벌써 잊었는가? 우리가 우리말을 쓰지 않으면 누가 우리말을 써 주리오."(글빛)
누리꾼 '얘기꽃'이 네이버사이트에서 '언더패스' 검색을 통해 지적한 여러 기사 내용들을 보면, 언더패스라는 용어는 서울·부산·대전·광주·전주 등 전국의 도로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다.
한글문화연대 유재경 간사는 "지방도로의 경우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쓰이는 말이라고 해서 공공기관이 앞장 서 영어 표기를 남발하는 것은 국어기본법에 어긋나는 행위이다"고 지적했다.
유 간사는 이어 "3개월 전쯤 도로공사와 국회교통위원회에 IC(InterChange)를 나들목으로, TG(TollGate)를 요금소로 바꾸는 등 도로표지판과 관련해 공문을 발송한 적이 있는데 아직까지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U턴·P턴도 고쳐야겠지만, 언더패스도 우회로나 나가는 길 등 도로가 있다는 사실만 알려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글문화연대는 네티즌 10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건설교통부와 행정자치부에 도로표기 시정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