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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개발과 산업화에 따른 환경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선 환경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이 펼쳐지는 가운데 관련 환경산업 또한 미래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류는 개발과 산업화에 따른 환경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선 환경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이 펼쳐지는 가운데 관련 환경산업 또한 미래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 여성신문
[정양수 기자] 올 가을 결혼을 앞둔 김여창·강영애 예비부부(인천 동암동)는 요즘 혼수 마련에 여념이 없다. 가전제품 매장에 들른 두 사람은 환경마크, ISO14001 마크 등 친환경 마크가 붙은 상품만을 구입했다. 미래에 태어날 아이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기 때문. 앞으로 결혼생활 중에도 필요한 물건은 꼭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기로 약속했다.

이처럼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시장의 욕구를 반영해 업계도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는 등 발 빠르게 환경경영을 도입하고 있다.

풀무원, 유한킴벌리, 포스코 등은 녹색구매제도를 본격 시행하는 등 환경경영에 앞장서는 선도기업으로 꼽힌다. 생산, 판매, 유통 등 제조물이 생산돼 시장을 거쳐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친환경 경영방침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국제적 환경도 달라졌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국의 환경기준에 맞는 제품을 수입하는 등 앞다퉈 환경장벽을 높이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환경문제에 있어서는 '국제표준'을 주도할 만큼 앞서나가고 있다. 우리 산업계에 발등의 불로 떨어진 '신화학물질 관리정책(REACH)', '폐전기전자제품 재활용(WEEE)', '유해물질사용 제한지침(RoHS)' 등이 모두 EU가 발의한 환경규제 정책들이다.

기업들은 EU의 환경기준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이처럼 기업에 '환경은 곧 돈이요, 생존'이 되고 있는 것이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기업은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인식도 변했다. 환경운동은 이제 일부 환경운동단체나 시민들만의 역할이 아니다. 사회 전반으로 환경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녹색경영'(그린경영)이 기존 환경운동과는 차별화돼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주체도 소비자, 기업, 정부, 지자체 등 모든 조직을 포괄한다.

연간 100회 이상 특강을 하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녹색경영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노력 등 환경적 노력과 함께 인류가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업경영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3년 발표된 경제5단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경제계 환경경영 헌장'에 따라 기업들은 ▲환경친화적 기업경영체제 구축 ▲환경과 경제의 상생원리 구현 ▲협력과 나눔을 통한 환경공동체 건설 ▲청정기술 개발과 녹색구매 실천 ▲사회적 신뢰를 통한 투명한 환경경영 ▲국제적 환경보전 노력 적극 동참 ▲미래세대 배려 등에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2003년에 삼성SDI, 현대자동차, 한화석유화학 등이 지속가능 보고서를 첫 발간한 뒤 기아자동차, 포스코, 대한항공,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공사 등도 보고서를 발간, 기업경영 정책에 반영했다.

최근 기업들의 녹색경영 방침에는 '인류의 지속적인 발전'이란 글로벌화된 의미가 녹아 있다. 지속가능 발전이란 기업이 이윤추구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회, 환경, 인권 등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기업 또한 오랫동안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다.

이 개념이 처음 도입된 해는 1992년으로 유엔 지구정상회의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지속가능 개발을 상정하고, 기업의 녹색경영과 사회공헌활동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지난 7월3일 '지속가능 기본법'을 공포하고 정부와 지자체 등이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다양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처럼 기업을 비롯한 정부, 지자체, 소비자 등이 환경에 대한 투자에 나서는 것은 경영적 측면에서 충분히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 계열사들도 '녹색경영'을 선포했다. 환경부문 사업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인식되는 데 따른 조치다.

이미 EU의 환경규제에 대응해 모든 제품에서 납, 수은, 카드뮴 등 유해물질이 포함된 부품은 쓰지 않고 있다. LG상사도 환경사업을 새로운 수익창출구로 보고 청정개발체제 사업에 진출했다. 앞으로 유엔 기후변화협약 등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실현되면 사업이 급성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경영 이어 '그린마케팅' 붐~!
유통업·식품업·건설업 등 다양한 그린마케팅 '눈길'

▲ 롯데백화점의 상품권 광고는 지난 2004년 백화점 측의 환경가치경영 선포 이후 크게 달라졌다. 선포 전(왼쪽)과 선포 후.

지속가능한 경영을 필두로 한 '환경경영'이 부각되고 있는 것과 때를 같이해 '그린마케팅' 열풍이 불고 있다.

'그린마케팅'이란 기업의 제품이 개발되고 유통, 소비되는 과정에서 자사의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환경보전 노력을 소비자들에게 호소하는 마케팅 전략. '지속가능한 마케팅'이라 불리기도 한다. 환경친화적인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로하스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요즘 특히 선호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선 한양사이버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소비자들은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사회적·환경적 발전을 동시에 추구한다"면서 "그린마케팅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뒷받침했다.

그렇다면 기업들의 그린마케팅 전략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까?

지난해 환경부가 그린마케팅 우수사례로 꼽은 롯데백화점은 2004년 환경가치 경영을 선포한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그린마케팅을 실시해 왔다. 전단지와 명함 제작에 재생지를 사용함은 물론, 콩을 원료로 한 친환경 소이 잉크를 사용했다. 또 롯데백화점이 발행하는 모든 광고물에 'Think Tomorrow'라는 슬로건과 나뭇잎·새의 그림이 담긴 심벌마크를 넣어 푸른 자연에 대한 롯데백화점의 특별한 관심을 홍보했다.

환경보전 캠페인도 두드러진다. 롯데백화점은 2004년 환경재단 만분클럽(기업 매출 1만분의 1을 환경기금으로 조성해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활동들을 지원하는 모임)에 가입해 상품권 매출액의 0.1%를 환경기금으로 적립해 왔다.

또 매달 '이달의 새'를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겨울철새 먹이주기 봉사단, 철새 탐조여행, 저어새 사진전 등을 개최해 조류보호 캠페인에 앞장섰다. 이 밖에 어린이 환경학교와 환경사진 동호회, 환경사랑 바자, 환경 콘서트 등을 열어 고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그린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백화점(유통업)을 제외한 다른 업종에서도 그린마케팅은 각양각색으로 이뤄지고 있다. 음료와 과자 등을 생산하는 식품업계는 녹차와 클로렐라 등을 원료로 한 웰빙식품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내용물뿐만 아니라 포장에도 친환경 재질을 사용하고 녹색 옷을 입히는 경우도 많다. 해태제과의 '녹차 칼로리 바란스'와 롯데제과의 '첫눈에', 크라운제과의 '그린산도'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건설업계의 그린마케팅은 아파트 이름에서부터 차별화되고 있다. '푸르지오'(푸른+지구)와 '꿈에 그린'이 대표적. 사람과 자연환경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살고 싶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이름 속에 절묘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자연생태 길, 텃밭 등의 자연체험 공간을 창출하는 것과 시공시 친환경 페인트와 접착제 등을 사용하는 것 또한 건설업체들의 그린마케팅 전략 중 하나다. 이밖에 의류업체, 외식업체, 통신업체 등 업종을 망라한 전 분야에서 그린마케팅이 기업의 핵심 마케팅으로 실시되고 있다.

최선 교수는 "그린마케팅은 투자액과 매출 사이의 상관관계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기업의 장기적인 이미지 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시대적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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