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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최근 병원 신세를 졌다. 오른쪽 무릎 관절에 문제가 생겨서 고양시 '일산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고 연골막 손상 치료를 위해 내시경 수술을 받았다. 그에 따라 4일 동안 입원을 했다. 지난달 17일 입원을 하고, 18일 수술을 하고, 20일 퇴원을 했다.
수술이 잘 되고 상태가 좋아서 조기 퇴원을 했지만 모든 치료가 종료된 것은 아니다. 지난날 31일 다시 병원에 가서 담당 의사의 검진을 받았는데, 이 달 14일 한 번 더 보자는 지시에 따라 특진 예약을 하고 왔다.
우리가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일산병원을 택한 것은, 지난 4월 그 병원에 입원해 있는 어떤 지인의 모친 문병을 갔을 때 그 병원의 깨끗하고 시원하고 훤한 모습에 매료를 느낀 것이 일차 이유다. 알고 보니 '의료보험공단'에서 지어 운영하는 병원이라고 했다. 의료 시스템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병합되어 있다고 했다.
큰 병원에 온 기회에 현재 태안의 정형외과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아내의 오른쪽 무릎 진단을 좀 받아보기로 했다. 내 차에 태안의 방사선의원에서 찍은 엑스레이 사진도 있어서 가지고 가 보여드리니, 심각한 상태는 아닌 것 같다며, 태안에서 계속 치료를 받으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 우리가 처음 대면한 일산병원 정형외과 의사는 윤한국 교수였는데, 매우 온화하고 친절한 태도와,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서 들려주는 자세한 설명에 우리 부부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태안에서 길래 해결이 되지 않으면 이 병원으로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그때 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길 사정도 매우 좋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후로 여러 번 확인한 것인데, 태안에서 고양시 일산병원까지는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서서울 톨게이트까지 올라간 다음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과 '자유로'를 타니 계속 고속도로로만 가는 셈이다.
자유로에서 빠져나오면 바로 코앞이 일산병원이다. 서해안고속도로에서 휴게소를 잠시 들르고, 시흥과 계양 사이 상습 정체 지역을 통과할 때 제 속도를 내지 못해도 2시간밖에 걸리지 않으니, 대학병원이 두 개나 있는 천안을 가는 것보다 더 수월한 길이다.
그리고 일산병원은 주차요금도 받지 않고, 병원 건물 바로 앞 지상 주차장의 장애인차량 주차 공간도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그런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니까 우리 부부는 지난 4월 14일 생전 처음 일산병원을 구경한 날 그 병원을 마음에 새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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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태안에서 정형외과의원을 바꾸면서 계속 치료를 받아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정형외과의원을 바꾼 이유는 처음 진료를 한 의원의 원장님 태도가 불친절하고(환자가 밀려 있지 않은 상황인데도 영 자상하지를 못하고) 언성이 다소 투박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찾은 의원의 젊은 원장님은 매우 친절하고 자상했지만, 한 달이 넘어도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를 않았다.
우리는 정형외과의원 치료를 중단하고 한방치료로 방향을 돌렸다. 그리고 계속 한의원을 다녔다. 비싼 한약도 한 재를 먹고, 일주일에 두세 번씩 다니며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달 보름 동안의 치료에도 효과가 없음을 확인한 담당 한의사는 큰 병원에 가서 정밀 검진을 받아보기를 권했다. 아무래도 MRI 촬영 등 정밀 검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결국 한 달 보름 동안의 정형외과의원 치료와 한 달 보름 동안의 한의원 치료가 다 무위로 돌아가고, 우리는 무려 석 달이라는 시간과 수고와 비용을 허비한 셈이었다. 이때 나는 처음부터 큰 병원으로 가지 않은 것을 후회했고, 큰 병원들이 있는 도시에서 살지 않는 내 불리한 입지 조건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괜한 한탄을 해야 했다.
나는 일산병원으로 전화를 걸어 정형외과 특진 예약을 했고, 우리 부부는 6월 21일 오후 오현철 교수를 처음 대면했다. 오현철 교수도 친절함과 자상함으로 우리 부부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진단 방법도 다른 것 같았다. 환자의 말을 듣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환자를 눕게 하고 오른쪽 다리를 전후좌우로 꺾어보고 돌려보고 하면서 통증의 정도를 확인했다.
우리는 오현철 교수의 지시에 따라 MRI 촬영 예약을 한 다음 26일 오후에 다시 가서 촬영을 했고, 28일 오전에 나 혼자 가서 오 교수로부터 진단 결과를 설명 들었다. 연골막 양쪽 손상이 확실하다고 했다. 내시경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고, 내시경 수술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내시경 수술 전문의인 이윤태 교수가 진료를 맡게 된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7월 3일 오후에 다시 가서 이윤태 교수를 처음 대면했고, 역시 친절하고 자상한 이 교수의 지시에 따라 채혈실과 X레이 촬영실과 심전도 검사실을 차례로 들렀다. 그리고 10일 다시 가서 정형외과 이윤태 교수를 대면한 다음 순환기내과와 내분비내과와 소화기내과를 차례로 돌았다.
아내에게 고혈압과 당뇨가 있는 까닭에 순환기·내분비내과 검진은 예약을 했지만, 피검사 결과 약간의 간수치가 발견되어서 소화기내과도 당일 접수로 검진을 받아야 했다.
약간의 간수치를 제외하곤 피검사 결과가 좋게 나오고, 심전도 검사 결과도 괜찮은데다가, 내과 세 곳의 검진 결과도 '수술 가능'으로 나와서 정형외과 이윤태 교수는 여름방학이 시작된 이후인 18일로 수술 날짜를 잡아주었다. 18일 수술을 위해서는 17일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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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일 오전 일산병원의 원무과 직원으로부터 입원 안내 전화를 받고, 우리 부부는 오후에 출발을 했다. 일산병원 원무과 직원은 일반 병실에는 병상이 없다고 했다. 1일 23만원인 일인 병실만 있는데, 일인 병실에서 하루를 지내면 일반 병실로 옮길 수 있다고 했다.
오후 5시쯤 병원에 도착한 다음 공휴일이라 응급실에서 업무를 보는 원무과 직원을 만났다. 다시 일인 병실 얘기를 하는 그에게 항의를 하고 사정을 했다. 큰 수술을 해야 하는 중환자이거나 극노인이라면 당연히 일인 병실로 가야하고 또 우리가 먼저 자청을 하겠지만, 고작 무릎 관절 내시경 수술을 받을 사지 멀쩡한 젊은(?) 사람이 일인 병실로 들어가는 건 남 보기에도 미안하고 창피한 일 아니냐고 했다.
원무과 직원은 이리저리 전화를 한 끝에 다행히 72병동 일반 병실에 병상이 하나 있다고 했다. 예약 환자가 입원 취소를 해서 갑자기 생겨난 병상이라고 했다.
우리는 7층의 72병동으로 올라가서 757호실의 병상을 하나 차지할 수 있었다. 깨끗하고 비교적 넓은 병실이었다. 4개의 병상에는 각각의 커튼이 있어서 그 커튼으로 독립된 형태를 취할 수도 있었다.
나는 71병동과 72병동의 모든 병실들을 살펴보았다. 병실 문 옆에 부착된 환자 이름표를 보니, 병실마다 만원이었다. 병상 하나가 갑자기 생겨났다는 원무과 직원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고, 나는 그 행운에 감사했다. 일반 병실은 사용료가 1일 1만원대인데, 일인 병실은 23만원이라 하니….
수술은 18일 오전 11시 45분에 시작되었는데, 한 시간만에 회복실로 옮겨지고, 또 회복실에서 한 시간만에 나왔다. 전신 마취가 아닌 오른쪽 다리 부분 마취를 해서인지 아내의 입에서 약 냄새도 나지 않고 정신도 온전해서, 지난해 1월 아들녀석의 '이소성콩팥 요관협착증' 수술(강남성심병원) 때와는 여러 가지로 비교가 되었다.
수술이 잘되고 상태가 좋아서 아내는 입원 나흘만인 20일 퇴원을 하게 되었다. 18일 수술 후 대학생 딸아이에게 엄마 병상을 맡기고 집에 내려와 있던 나는 아내가 다음주 월요일쯤 퇴원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생각보다 이른 퇴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현대의학에 감사하는 마음과 기쁜 마음을 안고 오전 9시 잠시 은행을 들렀다가 일산병원으로 갔다. 환자복을 입은 채 일층 로비에서 걷기를 하며 묵주기도를 하고 있는 아내를 보니 고마운 마음 한량없었다.
정말 기쁜 마음으로 퇴원 수속을 했다. 49만여 원을 지불했다. 6월 26일의 MRI 촬영 검진비 49만여 원, 그동안의 여러 가지 진료비와 모든 경비를 합해 150만원 정도 들었는데, 내 예상보다 적은 금액이었다.
나는 '국가유공자·상이군경'인 덕에 보훈병원에 신세를 지면 진료비 전액을 감면 받는다. 가족도 60% 감면을 받는다. 그래서 처음엔 아내를 데리고 보훈병원으로 갈 마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보훈병원은 서울도 대전도 너무 멀고 찾아가기가 불편하다. 그래서 일산병원을 택하고 경비까지 150만원 정도의 비용을 들였는데, 일상병원 의료진의 친절과 자상함을 생각하면 조금도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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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이 글을 쓸 마음은 없었다. 너무 사사로운 얘기일 뿐만 아니라(내가 워낙 사사로운 얘기를 잘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여러 가지 부끄러운 사항들이 노출되기 까닭이었다. 마누라의 무릎 관절 연골막 손상과 필연적으로 관련되는 '비만' 문제도 자꾸만 의식의 끈을 잡아당길 테고….
그런데 어제 오후에 일산병원 72병동의 한 간호사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아내가 나흘 동안 입원했던 72병동의 757호실을 담당한 간호사는 3명이었다. 그 중에서 나는 내가 직접 본 2명의 이름과 얼굴을 지금도 기억한다. 나는 그 두 명의 간호사에게 ‘20주년 결혼기념일에 계룡산을 오르다’라는 내 글이 실려 있는 <태안문학> 18집을 한 권씩 선물하기도 했다.
그 두 명의 간호사 중에서 앳되게 생긴 정한나씨가 어제 아내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한 것이다. 7월 31일 예약 날에 병원에 와서 검진을 받았는지와 검진 결과를 묻고,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적당히 운동도 하면서 건강관리를 잘하시라는 말을 했다. 안부를 묻는 전화인 셈이었다.
나는 아내로부터 일산병원 간호사 정한나씨 전화 얘기를 듣고 즐거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퇴원 후에도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환자를 관리하기 위한 병원의 방침에 따라 정한나씨가 전화를 한 것인지, 아니면 <태안문학>을 읽은 나머지 스스로 내킨 마음으로 전화를 한 것인지….
일산병원은 진료 예약 날 아침에는 환자의 휴대폰으로 예약 사실을 알려주곤 한다. 물론 녹음된 음성이다. 환자 관리(관리라는 말이 좀 어색하지만)는 그런 식으로 기기를 이용하여 얼마든지 할 수 있을 터이다. 그런데도 환자가 입원했던 병동의 간호사가 직접 안부 전화를 했으니….
지난달 18일 수술 날 아침에 내가 병동 벽에 부착된 '친절 간호사를 추천해주세요'라는 팻말을 보고 간호사들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간호사들이 하나같이 얼굴이 밝고 친절하니, 누구를 추천하지?"하니, 한 간호사가 "그럼 모두 추천해주세요"해서 함께 웃은 적이 있다.
어느 병원이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고양시 일산병원 의료진의 친절에 좋은 인상을 받고 길래 고마운 마음을 안고 있던 차에, 어제 아내에게 온 정한나 간호사의 전화 얘기를 듣고 이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아직 병원 경험이 없는 독자들께는 병원 진료에 관한 이런 글이 좋은 참고 거리가 될 수 있겠다 싶기도 해서….
일산병원의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여름방학 전에 여러 번 일산병원을 다니며 진료를 받을 때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가 1학년을 맡고 있는 덕을 많이 보았다. 그래도 매번 퇴근 시간 이전에 학교를 나와야 했다. 학교에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매번 따뜻한 이해와 격려를 베풀어주신 태안 백화초등학교의 교장·교감 선생님과 동료 교직원 여러분께도 이 지면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