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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권적 이주노동자 정책과 차별로 숨져간 이주노동자 합동 추모식'이 지난 2005년 10월 서울 종로 제일은행앞에서 96명의 신위가 모셔진 가운데 35개 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 주최로 열렸다.
'반인권적 이주노동자 정책과 차별로 숨져간 이주노동자 합동 추모식'이 지난 2005년 10월 서울 종로 제일은행앞에서 96명의 신위가 모셔진 가운데 35개 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 주최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004년 8월부터 시행한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의 취업기간을 3년으로 하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강제 추방하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시행 3년째가 되는 이번 8월부터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급증한다.

고용허가제를 시행할 당시에도 당사자인 이주노동자들과 노동계는 반대했다. 정부는 고용허가제의 실패가 분명해지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단속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 달 7월 29일 법무부는 8월부터 불법체류외국인을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20일 유엔 이주자 인권 특별보고관은 "한국의 산업연수생 제도(ITS)와 고용허가제(EPS) 모두 이주노동자의 지위를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등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보고서를 유엔 인권이사회 제4차 총회에 제출한 바 있다.

뒷구멍으로는 기업주들에게 착취의 자유를

불법 체류 외국인 현황을 보면 2001년 총 체류자 56만7000명의 48.8%인 27만3000명, 2002년 총체류자 62만9000명의 49%인 30만8000명이었는데, 2003년에는 67만9000명의 22.7%인 15만4000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이는 고용허가제 시행을 앞두고 무자비한 '인간사냥식' 단속, 추방의 결과였다.

그런데 2007년 6월 현재 총 체류자 97만4000명의 22.6%인 22만여명이 보여주듯이 신규 유입자와 산업연수생의 이탈 등으로 불법체류가 증가하는 추세다. 고용허가제 실시 3년차가 되는 이달부터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과 추방이라는 악순환을 예비하는 것이다.

오늘날 이 땅의 이주노동자들은 한국경제를 성장 발전시키는 데 있어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산업전사들이다. 그들은 3D업종에 종사하는 대표적 노동자들이다.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로부터 돈을 벌기 위해 이주해 온 노동자들이지만, 한국사회나 한국경제가 그들을 절실하게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4대 보험은 물론이고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그들은 억압과 멸시 폭력과 착취를 당하고 있다. 당사자들은 지금 노동허가제(노동비자) 도입을 통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합법적 지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기존의 정책을 변경할 생각이 없다. 2일 이주노동자들의 기자회견문에서 지적했듯이 "불법체류라는 딱지를 붙여 규제하는 척하면서 뒷구멍으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약점을 활용하여 돈벌이를 하려는 기업주에게 무한한 착취의 자유를 열어주기 위함"이다.

이주노동자를 유린하며 성장하는 추악한 나라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지난 2월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에서 이주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지난 2월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에서 이주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2월 11일 10명의 이주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17명이 부상한 여수 외국인 보호소 화재사건은 한국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러나 제대로 보도되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는 헤아릴 수 없다. 특히 단속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망, 자살사건들은 항상 한국인들의 관심 밖에 있을 뿐이다. 비인간동물처럼 내쫒길 대대적인 '인간사냥'이 예상되고 있다.

2일 정부 청사 앞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주노동자들은 이것이 테러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부당해고·임금체불·폭행·성폭력에 더해 불법체류자라는 딱지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유린하면서 성장하는 한국경제의 추악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오늘의 한국경제가 있기까지 한국인들도 이주노동자로서 해외에서 많은 돈을 벌어왔다. 그러나 광부나 간호사로 독일에서 일했던 한국인들은 이주노동자였지만 지금 한국사회가 이주노동자에게 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대우를 받았다. 1960~70년대 서독경제에 비해 지금의 한국 경제규모가 훨씬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나 한국사회는 그들을 보편적 인권을 가지고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착취의 대상으로 삼을 뿐이다.

국제화·세계화를 말하면서 편협한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에 갇혀 있다. 한 지역사회에 사는 인간들은 누구나 이주노동자다. 누가 1000년 전, 100년 전, 10년 전에 이주해 왔는가의 시간의 차이일 뿐이다. 그런데 기득권의 행사가 너무 비인간적이어서 이주노동자를 비인간동물 취급하는 인간사냥이 벌어질 상황이다. 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것은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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