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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저녁 이랜드 노사가 민주노총 3층 전교조 회의실에서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일 저녁 이랜드 노사가 민주노총 3층 전교조 회의실에서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실패·결렬·중단·파행·난항·원점….

이랜드 노동조합과 회사의 교섭을 두고 나오는 말들이다.

'이랜드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노사간의 교섭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일 저녁 7시 20분께 시작된 이날 교섭도 마찬가지였다.

뉴코아 노사는 다음 교섭 일정을 잡지 못한 채 1시간 만에 끝났고, 홈에버(이랜드) 노사 역시 3시간 30분 협상이 끝이었다. 오는 8일 실무교섭을 열기로 합의는 했지만 핵심 쟁점에선 여전히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외주화 철회] 회사 "10달 뒤에 시행"... 노조 "못 믿겠다"

뉴코아 노사 쟁점
노조쟁점회사쪽
1개월 이내 완료계산 업무
용역(외주화) 철회
도급 계약 끝나는
10개월 후 완료

용역전환 철회 기간 내
정규직으로 원직 복귀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화계약종료(예정)자 중
희망자는 고용보장,
정규직화는
비정규직법에 따름

용역전환 철회 기간 내
전환배치 철회 및 원직 복귀

정규직 전환배치대상자 면담 후 결정

노동조합, 조합원에
책임 묻지 않아야

고소고발·손해배상·징계교섭 대상이 아님,
단순 가담자는 선처

위 4가지 조건 수용될 경우
현실적인 수준에서 협상

2007년 임금인상 교섭올해 임금 동결
내년 사측 위임
우선 뉴코아와 홈에버 쪽은 핵심 쟁점부터 서로 다르다. 뉴코아의 가장 큰 요구사항은 '외주화 철회'다. 뉴코아 회사쪽은 지난 7월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계산원 업무에 대해 외주화를 단행했다. 노조에 의하면 지난 4월부터 계산원 350여명(회사 쪽 주장은 223명)이 계약해지라는 이름으로 일터에서 쫓겨났다.

뉴코아 노조는 외주화 즉각 철회를 통해 계약해지된 비정규직의 원직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회사 쪽도 지난달 17일 서울지방노동청 관악지청에서 열린 교섭에서 '외주화 철회'를 받아들였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외주화는 성급했고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등 회사 쪽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남은 문제는 철회 시기다. 현재 뉴코아 쪽은 "10개월 후 외주화를 전면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연배 뉴코아 관리담당 이사는 "위약금 문제가 있기 때문에 도급 계약이 끝나는 10개월 뒤에 외주화를 철회하고 복직을 원하는 계약만료자 223명에 대해 모두 재계약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의 약속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외주화를 1개월 이내에 철회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박양수 뉴코아 노조 위원장은 "즉각 철회하지 않는다면 비정규직의 원직 복귀가 이뤄질 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교섭위원인 최영호 뉴코아 야탑점 지부장은 "사측이 '-100'을 만들어 놓고는 90을 들어주었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요구한 게 없다, 원상회복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밝혔다.

노사가 '외주화 철회'라는 큰 틀에서 합의한 만큼 철회 시기에서도 곧 접점을 찾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노사는 '외주화 철회' 문제가 해결될 경우 ▲해고자의 복직과 고용보장 ▲정규직 전환배치 철회 ▲고소고발·손해배상·징계 철회 등의 쟁점도 쉽게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 쪽이 '외주화 철회를 통한 계약만료자 전원 원직 복직'을 두고, 노조에 어떻게 신뢰를 주느냐가 교섭 타결의 관건인 셈이다.

[고용보장 대상] 회사 "3~18개월 비정규직? 더이상 양보 못해"

홈에버 노사 쟁점
노조쟁점회사쪽
‘3개월 이상 18개월 미만’
고용보장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화‘18개월 이상’만 고용보장
(계약 만료자는 계약 만료 후 1개월의 유급전직 기간 보장)

완전 정규직화

2년 이상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화
직무급제를 통한 정규직화

즉각 철회

정규직의 보직변경,
인사이동
회사의 기본적인 인사권,
교섭 대상이 아님

즉각 철회

외주화비핵심 업무 외주화 방침

노동조합, 조합원에
책임 묻지 않아야

고소고발·손해배상·징계교섭 대상이 아님,
단순 가담자는 선처
임금 15만원 인상2007년 임금인상 교섭올해 임금 동결
홈에버의 경우 '3개월 이상 18개월 미만 비정규직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노조의 주장에 회사 쪽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홈에버 쪽은 현재 "'18개월 이상 고용보장'도 큰 양보를 한 것이다, 이제 노조가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18개월 이상 고용보장'은 단협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며 "회사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노조원이 '3개월 이상 18개월 미만 비정규직 고용보장'에 해당되는데, 노조는 이와 관련해 쉽게 새로운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회사 쪽 역시 비용 부담의 이유로 진전된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총은 이 쟁점을를 양보할 경우 사회 전체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어 이랜드 그룹도 쉽게 패를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3일 교섭에서 회사 쪽은 "계약 만료 후 1개월간의 유급 전직 기간을 주겠다"는 안을 내놓았지만 노조는 "고용보장과 관계없는 것으로 의미가 없다"며 거부했다.

뉴코아와 마찬가지로 홈에버 역시 노사간의 불신이 극에 달한 것도 교섭을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일과 3일 교섭에서는 핵심 쟁점에 대한 이야기조차 나누지 못했다. 회사 쪽이 "과장급 노조원을 교섭위원으로 인정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 판결까지 나왔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홍윤경 이랜드일반노조 사무국장(위원장 대행)은 "사측이 갑자기 엉뚱한 걸 들고 나와 시간을 끌고 있다"며 "회사 쪽에서는 교섭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고 사측을 비판했다.

현재 뉴코아·이랜드 노조는 '일괄타결'을 주장하고 있어 한쪽이라도 교섭이 풀리지 않으면 '이랜드 사태' 해결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전문가들 "주요하고 상시적인 업무는 직접 고용해야"

공권력 투입을 하루 앞둔 지난 달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에서 농성중인 노조원들이 노조측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협상결렬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회사측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권력 투입을 하루 앞둔 지난 달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에서 농성중인 노조원들이 노조측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협상결렬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회사측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렇다면 교섭 타결의 실타래는 어디서 뽑아야 할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언급하며 회사의 양보를 우선적으로 주문했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코아와 관련해 "계산원 업무에 대한 외주화는 불법은 아니지만 경쟁력·이미지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계산원 업무는 유통업에서 상시적이고 주요한 업무"라면서 "(노조의 주장대로) 18개월이 안되더라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은 연구위원은 또한 "외국의 경우 일자리 창출을 위해 비정규직을 고용한다"며 "외국 특히 유럽에서는 이에 대해 절차·규모·방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규율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 안돼) 제2·제3의 이랜드 사태가 발생하면 사회적으로 인력관리 규제가 심해질 수 없다"며 "밀려서 하는 것보다 교섭을 통해서 하면 비용이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노조에 대해서도 은 연구위원은 "직접고용에 상응하는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정규직화에 따른 비용을 같이 부담해야 한다"며 "사측에서 '좀더 안 좋은 정규직'을 제안하더라도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은 연구위원은 마지막으로 "노사가 인내심을 가지고 협상을 해야 한다"면서 "교섭을 계속하고 있는 이랜드 노사 교섭은 다른 비정규직 분쟁에 비해 타결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정부에 대해서는 "정부는 싸움은 말리고 교섭을 붙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주환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소장은 "이 문제는 일반 노사관계처럼 덜 주고 더 주는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부소장은 "외주화 철회를 한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게 아니다"면서 "(궁극적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처우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공권력 투입을 하루 앞둔 지난 달 30일, 이랜드 노조가 점거한 킴스클럽 강남점의 모습.
공권력 투입을 하루 앞둔 지난 달 30일, 이랜드 노조가 점거한 킴스클럽 강남점의 모습. ⓒ 오마이뉴스 선대식

#이랜드#비정규직#홈에버#뉴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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