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6일 낮(현지시각) 매릴랜드 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레반은 죄없는 민간인을 죽이는 냉혹한 살인자"라고 맹비난하면서 대 테러전쟁을 계속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양국 정상은 탈레반에 대한 양국의 공동 대처 방안에 대해 기자회견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해 설명하면서도 한국인 피랍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또 기자들의 질문에서도 이 사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와관련 <로이터통신>은 "부시 대통령과 카르자이 대통령은 한국인 피랍 사건에 대해 논의했다"며 "한국 정부는 두 나라에게 협조를 구했으나, 부시와 카르자이 대통령은 한국인 인질의 석방을 위해 탈레반에게 양보를 하지 않겠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보도했다.
고든 존드로 백악관 대변인은 "양국 정상은 인질 석방 협상에 있어서, 그 어떤 보상도 있어서는 안된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잔인한 탈레반이 이런 일로 더 대담해져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은 "탈레반이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하고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는 등 어둠의 비전을 가진 세력"이라며 "카르자이 대통령과 탈레반 세력 척결해 평화를 이룩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고 말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탈레반이 비록 최근 다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나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대해 위협적이지 않다"며 "그들은 무고한 어린이와 성직자, 구호인력을 공격하는 비겁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두 정상은 9일 열리는 아프가니스탄 부족장회의인 로야 지르가에서 "탈레반 세력에 대응하기 위한 바람직한 해결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주둔 국제안보지원군의 오폭으로 인해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는 문제였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민간이 사상자 문제에 대해 부시 대통령과 깊이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피랍자 가족들이 목을 빼고 기다렸던 피랍 사건에 대한 언급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되레 원래 양국 정부의 입장으로 이해되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민감한 시기에 탈레반에 대한 맹비난만 나와 그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 정도였다.
노 대통령 부시와 전화통화?
이미 탈레반은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인질들의 운명을 결정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자칭 탈레반 대변인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6일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와의 전화통화에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회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이번 회담에서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 교환에 대한 결정이 나오지 않을 경우 끔찍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 AP통신 >과의 전화통화에서도 인질들의 생명은 부시 대통령과 카르자이 대통령의 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아마디는 "부시와 카르자이는 인질들에게 무슨 일이 발생하든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마디는 <로이터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도 똑같은 주장을 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피랍 사태에 대해 의견을 나눴는지를 놓고 탈레반과 한국 정부는 엇갈린 주장을 했다.
아마디는 < AIP >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협상 대표단이 어젯 밤(5일 밤)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과 전화를 통해 인질 문제를 논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 교환 문제에 대한 결정을 받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 AFP통신 >도 아마디의 말을 인용해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통화해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의 도움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외교부 당국자는 "이런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