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기자] 서울 S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강원섭(27)씨는 2학기 등록금 고지서를 보면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마련하고 있지만 매 학기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통에 이번엔 또 어떻게 목돈을 마련해야 하나 걱정이 태산이다.
학자금 대출을 신청하고 싶지만 졸업 후 취업이 불투명한 데다 그동안 대출 받은 금액이 있어 불어나는 대출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이럴 때 등록금을 카드로 납부할 수 있다면 일부라도 카드로 결제해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 수 있을 테지만 학교 측에서 ‘카드는 절대 받지 않는’ 만큼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다.
2학기가 다가오면서 대학 등록금 카드 납부제에 대한 논란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매 학기 등록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불거지는 문제지만 대학들이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등록금 대란’으로 불릴 정도로 갈수록 오르는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지난달에는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등록금을 카드로 낼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대학 측은 불가 입장만을 되풀이할 뿐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받고 있는 곳은 전체 대학 중 45개로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비싼 4년제 대학교는 덕성여대, 성공회대 등 13개교에 불과하다. 이처럼 들끓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이 신용카드 수납을 거부하는 것은 수수료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이 카드로 등록금을 받을 경우 내야 하는 1.5~4%의 수수료가 학교 재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것.
한 사립대 관계자는 “등록금을 카드로 받을 경우 수수료만 연간 1억원 넘게 나간다”며 “수수료 감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카드 납부를 추진하면 결국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카드업계에서는 더 낮은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은 가맹점 수수료를 내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고 일축하고 있다. 현재의 수수료가 최저치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수수료 인하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현재 대학의 가맹점 수수료는 구성원가보다도 낮은 최저 수준으로 카드사의 영업이익 측면에서 오히려 역마진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더욱이 대학 등록금 평균금액이 약 350만~400만원의 고액으로 연체 위험률이 높은 상황에서 수수료까지 부과하지 않는다면 카드사들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등록금 카드 결제 문제의 해결은 대학이나 교육부의 의지에 달렸다”고 못 박았다. 일부 대학에서는 정부가 수수료를 어느 정도 지원해주면 신용카드 수납이 가능하다는 ‘조건부 카드 허용’ 방침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카드 수수료를 지원하는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이므로 그보다는 카드 수납을 시행하는 대학에 재정 지원 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편 교육부는 조만간 세제 당국과 카드사, 대학 관계자 등과 함께 등록금 카드 납부 문제에 대한 회의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