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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크렘린 광장에서 일행들과 기념사진 한컷. 맨 오른쪽이 본인이다. 모스크바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되는 9288km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종착역이다.
모스크바 크렘린 광장에서 일행들과 기념사진 한컷. 맨 오른쪽이 본인이다. 모스크바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되는 9288km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종착역이다. ⓒ 유근종
valign=top빛나는 백야의 시베리아를 달리다

나의 가장 큰 꿈은 통일이 되면(지금이라도 남북철도만 연결이 되면) 부산에서 서울, 북한을 거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유럽까지 가는 것이다.

곧 연결될 줄 알았던 한반도 종단철도가 아직 지지부진 상태라 아쉬울 따름이지만 이 꿈은 아직 유효하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시작 지점이자 끝 지점은 북한의 북쪽 국경과 아주 가까이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다. 지난 해 6월 보름동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탔고 여행을 다녀왔다. 블라디보스토크 역에 가면 횡단철도의 길이인 9288㎞라고 쓰인 기념비가 하나 서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서울-부산을 12번 정도를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아시아와 유럽 사이, 기차로 건넌다

러시아에 간다는 것은 일반인들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언어 문제뿐 아니라 러시아인들의 사고방식이나 일처리 방식 때문에 혀를 내두르기 일쑤다. 하지만 이제 예전보다 훨씬 환경이 좋아졌다는 것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입국 심사 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제 몇년 전의 러시아가 아니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꼬박 일주일을 달려야 한다. 열차는 중간 중간 사람들을 태우고 그 곳에서 잠시 쉰다. 잠시 정차를 하는 동안 사람들은 내려서 빵과 음료를 사기도 하고 간단한 운동을 하기도 한다. 애완견이 있다면 이 시간에 꼭 데리고 내려서는 운동을 시킨다.

횡단열차로 가다보면 그 풍경이 그 풍경 같지만 조금씩 바뀌어 가는 모습도 재미있다. 시베리아 쪽은 계속 평지를 달리지만 우랄지역에 오면 산을 끼고 달리기도 한다. 자작나무숲 사이로 안개들이 춤을 추는가하면 백야 무렵의 환상적인 일몰을 볼 수 있기도 하다. 온통 보라색으로 덮인 라벤더 밭을 지나기도 하고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여러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횡단열차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은 예카테린부르크를 통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철길 옆으로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를 나타내는 오벨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열차가 시속 70여㎞로 달리기 때문에 오벨리스크를 볼 수 있는 시간은 단 몇 초에 불과해 아쉬움이 남지만 보는 것만으로 즐거운 일이다. 사람들은 이 순간을 즐기기 위해 다들 창 쪽으로 모여들어 환호성을 지르기도 한다.

넘쳐나는 차들, 깨끗한 거리... 러시아 도시가 달라졌다

러시아 횡단열차 바이칼호의 승차권. 러시아 횡단열차 요금은 열차, 지역, 내·외국인 등 조건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러시아 횡단열차 바이칼호의 승차권. 러시아 횡단열차 요금은 열차, 지역, 내·외국인 등 조건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 유근종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내려 찾아간 짙푸른 바이칼 호수.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내려 찾아간 짙푸른 바이칼 호수. ⓒ 유근종
유럽으로 들어오면 이제 모스크바까지는 1777㎞ 밖에 남지 않는다. 이르쿠츠크에서 열차를 탄 우리는 3박4일이 걸려 모스크바의 야보슬라블역에 도착했다. 모스크바는 몇 년 사이에 완전히 다른 도시가 되어 있었다. 넘쳐나는 유럽의 고급차들이며 출퇴근 시간이 아님에도 밀리는 차들….

얼마 전 신문을 보니 세계에서 가장 출장비가 비싼 곳이 모스크바란다.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것이 제법 느껴질 정도였다.하지만 젊은이들의 거리인 '아르바트 거리'는 예나 지금이나 활기가 넘치는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모스크바를 거쳐서 러시아 제2의 도시인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향했다. 페테르부르크는 몇년 전 도시 건설 300주년을 맞아 깨끗하게 정리를 한 덕에 도시가 예전에 비해 많이 깨끗해졌다. 도심 여기저기에 보이던 집시들도 보이지 않았고 거리들은 활기가 넘쳐났다. 여기도 역시 모스크바처럼 고급 외제차들의 천국이었다. 러시아제 차들은 낡은 차외에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페테르부르크의 명물이라면 표트르 대제의 여름궁전과 네바강의 다리가 올라가는 것을 보는 것이리라. 여름궁전은 지금 분수들의 천국으로 바뀌어서 수많은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네바강의 다리는 연인끼리 친구끼리 데이트를 하는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여정은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는 것이지만 페테르부르크는 덤으로 반드시 둘러봐야할 곳이다. 무더위가 절정으로 줄달음치는 지금, 지난해 러시아에서 보낸 여름이 그리워진다.

덧붙이는 글 | 유근종 기자는 1998년과 1999년 여름 러시아를 다녀와서 사진전 "러시아 1999"를 열었으며 2000년 7월부터 2001년 추석 전까지 러시아에 머물다 왔습니다. 지난 해 6월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 당시 촬영한 사진들을 모아 오는 경남 진주 영채메티컬 센터 내 채송아트홀에서 9월 17일부터 23일까지 '빛나는 백야의 시베리아를 달리다' 사진전을 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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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경상대학교 러시아학과에 입학했고,지난 1998년과 1999년 여름 러시아를 다녀와서 2000년 졸업 뒤 사진전 "러시아 1999"를 열었으며 2000년 7월부터 2001년 추석전까지 러시아에 머물다 왔습니다. 1년간 머무르면서 50여회의 음악회를 다녀왔으며 주 관심분야는 음악과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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