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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드라'로 시청자들의 호감을 얻어냈던 개그우먼 김현숙씨. 현재 케이블 채널 tvN의 리얼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주인공으로 열연 중이다.
'출산드라'로 시청자들의 호감을 얻어냈던 개그우먼 김현숙씨. 현재 케이블 채널 tvN의 리얼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주인공으로 열연 중이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영애씨의 고군분투 이야기 때문에 살맛납니다."(아이디 dltjdgo8711)
"요즘 여성들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는 막돼먹은 영애씨…. 앞으로도 계속 통쾌한 장면 많이 보여주세요. 화이삼!" (아이디 doriggae)


그렇다. 요즘 '막돼먹은 영애씨' 때문에 여성들 살맛난다. 못된 상사 칫솔로 변기 닦기, 버스 안 치한 흠씬 패주기, 변태 바바리맨 퇴치하기 등 영애씨의 복수극을 보고 있으면 10년 묵은 체증, 1초만에 내려간다.

여성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tvN의 <막돼먹은 영애씨(이하 <영애씨>, 16부작·매주 금요일 밤 11시 방송)> 시즌1이 지난 3일 끝났다. 평균 시청률 1%. 지상파 시청률 10%와 맞먹는 수준이다.

"그런 여배우는 없다... 아, 김현숙이 있다"

<영애씨>의 인기는 판타지를 쏙 빼고 리얼리티를 살려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성공 요소가 있다. 바로 '입소문'.

몇몇 영화들이 입소문에 힘입어 '대박'을 터트린 적이 있다. <영애씨>도 그런 케이스다. 홈페이지 '시청소감'엔 "주변사람이 재밌다고 해서 한 번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다시보기로 1편부터 다 봤다"는 내용이 많다.

애초 제작진은 '정말 리얼리티한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일념 하에 배역을 맡을 만한 여배우를 찾고 있었다. 그래서 판타지도 배제하고 '주어진 상황에 자기 몸을 불태우며 연기할 수 있는, 거기에 희극적인 요소도 갖춘' 여배우를 원했다.

제작을 맡은 정환석 피디는 "그런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송창의 tvN 대표가 '출산드라' 김현숙을 생각해 냈다. 그렇게 김현숙은 '막돼먹은 영애씨'가 됐다.

"기획사 대표가 '너 때문에, 너를 위하여 시트콤을 만드는데 대본 써야 하니까 제작자가 한 번 보자고 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작가들을 만났는데 이야기를 해보니 콘셉트도 마음에 들고 데뷔 전 시청자 입장에서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던, 내가 꿈꿔왔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드라마인 것 같아서 흔쾌히 수락했다."

지난 6일, 시즌1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현숙(30)씨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만났다.

지난 4월 20일 첫 방송을 시작한 <영애씨>는 외모가 평균 이하라는 이유로 남자들에게 외면당하는, 까칠한 성격의 30살 노처녀 '영애(김현숙 분)'를 중심으로 그의 '콩가루' 가족과 회사 동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담아낸다. 여기에 버스 치한·소매치기 등 이 사회 '막돼먹은' 인간들에 대한 영애의 통쾌한 '복수'를 보여줌으로써 가슴 시원하게 해준다.

또한 <영애씨>는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접목해 만든 '다큐드라마'다. 다큐멘터리에서 사용되는 6㎜카메라를 이용하고 성우의 내레이션이나 자막을 넣어 리얼리티를 살린 것.

북한산의 리얼리티... "그림 따고 끝날 줄 알았는데"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렇다 보니 이야기도 리얼하다. 회사나 우리 주변에서 보통 일어날 법한 직장 상사와 불화, 화장을 지우고 자는 여배우는 그렇다 치고, 집에서 옷 갈아입는 장면까지 적나라하게 나온다.

"적합하지 않은데 벗어야 했다면 거부를 했거나 안 했을 것이다. 고집도 있고 자아가 뚜렷한 편이라서. 어차피 처음부터 서로가 그런 부분에 대해 동의를 했고 전후 상황이 벗었을 때 합당했다. 남들이 그 장면을 보고 '야하다, 에로틱하다'고 안 느끼니까. 우리 집에서 혼자 있을 땐 그러지 않나. 나중에 제작진이 '야, 우리 리얼리티'라고 하면서 선을 넘기려고 했을 땐 내가 제지했던 거 같다. 리얼리티를 추구하다 혐오감을 주면 안 되겠다 싶어서…."

거침없고 무서워하는 것도 없을 것 같은 김현숙이지만, 5회 방송된 북한산 등반 장면은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말한다. 이런 장면에서도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했던 걸까.

"어느 정도 그림 따고 올라가다가 정상인 척하는 곳에서 끝날 줄" 알았던 김현숙의 바람은 여지없이 무너졌고 고소공포증이 있던 김현숙은 네 발로 북한산 '꼭대기'까지 올라야 했다. 극 중 영애를 '덩어리'라 부르는 사장님이 이날은 많이 도와줘 큰 힘이 됐고, 그래서 반했단다. 딱 0.1초간.

김현숙의 기억엔 '북한산' 촬영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았나 보다. 하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선 15회(7월 27일)에 보여준 원준(최원준)과 한 키스신이 가장 기억에 남을 듯한데.

"키스신은 설렜다. 근데 NG가 한 번도 안 났다. 이 자식이 NG 안 내려고 이를 악물고 하더라(웃음). 키스신 전에 말도 안 되는 윙크신이 있었고, 그 때는 웃음이 터져서 웃고 그랬는데…. 원래 스태프들도 NG를 많이 내는 편인데, 그 때는 너무 집중해서 NG가 한 번도 안 났다."

"난 A형, 성격상 영애처럼 화끈할 수 없어"

김현숙씨가 가장 힘들어 했던 5회 북한산 등반 장면
김현숙씨가 가장 힘들어 했던 5회 북한산 등반 장면 ⓒ tvN
사실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영애가 김현숙 같고 김현숙이 영애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뭐 연기를 잘해서 그런 거겠지'라고 넘기면 될 일이지만 그래도 궁금해서 물어봤다. 영애랑 김현숙, 얼마나 같은가?

"인물 자체가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유사한 점도 많고 다른 점도 많다. 난 성격상 영애처럼 화끈하게 할 수 없다. 난 A형이다. 남한테 해코지도 못할 뿐더러 속으로 막 쌓이는 데도 싫은 소리 못한다. 꽁하고 있다가 갑자기 폭발한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도 안 다녀보고 어떻게 그렇게 잘 하냐고 하는데, 유사한 정서적 기억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많이 겪었다. 거기서 많이 참고해 영애라는 인물을 상상하면서 그걸 토대로 감정을 이입시킨다."


이 드라마에선 대사를 더듬어도 그냥 간다. 여타 드라마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이 드라마에선 된다. <영애씨>에선 딱 대사가 없고 뼈대만 있고 동선도 정해져 있지 않단다. 여성들이 공감하고 열광했던 버스 변태신도 그런 경우다.

앞에서 김현숙이 A형이란 이야기를 듣고 별 기대 없이 질문했다. 혹시 영애처럼 상사 칫솔로 변기 닦기 같은 거 해본 적 있냐고?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던 김현숙은 기억이 떠올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있다, 있다"를 반복했다. 근데, 그 대상이 엄마랑 오빠란다.

"어릴 때 엄마한테 혼나면 몰래 엄마 칫솔을 바닥에 막 문질렀다. 칫솔은 까맣게 변하고. 엄마가 양치질하러 가선 부른다. '이리 와.' 그리고 맞고. 오빠랑 싸우고 나면 앞에선 맞을까봐 못하고, 오빠 베개에 침을 뱉는다. 또 오빠 전과나 교과서·문제집을 막 찢어서 베개 속에다가 구겨넣기도 하고."

카메라 앞에서도 무대 위에서도, 연기는 일맥상통

<영애씨> 이전엔 '출산드라'로 잘 알려졌던 김현숙은 사실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연기력을 쌓던 연기자였다. 그렇게 뮤지컬을 하고 있던 와중에 '여자 개그우먼'을 키우고 싶다던 <개그콘서트> 김석현 PD에게 픽업됐다.

하지만 김현숙은 스스로 자신이 없어 무대에 서지 못했다. 그래서 3주 동안 작가실에서 벽만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시간이 지나 무대에 서긴 했지만, 김석현 PD는 김현숙을 보고 그랬다. 다른 애들은 (무대에) 못 서서 안달인데, 너 같은 애는 처음 봤다고.

"근데 그걸(무대에 서지 않겠다고 한 것) 김PD가 나쁘게 보지 않더라. 그러고 보면 난 은근히 인복도 있다. (사람들이) 내가 하는 것에 대해 진심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고마웠다. 처음에 '내 스스로가 무대에 설 자신이 없는데 끌려 다니다 보면 이 바닥에서 한도 끝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배짱부릴 땐 부렸다. 남들이 볼 때는 '어떻게 저럴 수 있나'라고 할진 모르겠지만, 내 스스로에게는 용기 있게 한 편이다."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에서 연기를 하던 김현숙은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생소했다. 그래서 친한 뮤지컬 배우이자 황정민의 부인인 김미혜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정민 오빠처럼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돌아온 대답은 "연기는 모든 장르를 떠나서 일맥상통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작품이든 진실성을 가지고 몰입을 하다 보면 된다는 거였다.

김현숙은 지난해 성형 논란을 부르며 흥행에 성공했던 <미녀는 괴로워>에서 한나(김아중)의 절친한 친구 정민역을 맡아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그 때보단 지금이 (연기하는 게) 편"하단다.

"그 때 나름대로 분석도 했지만, 연기를 하면서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지 못했다. 지금은 내가 뭘 하고 있구나, 집중을 잘하고 있구나를 느끼면서 하고 있다. 경험이 쌓이면서 같이 연기하는 상대방의 감정을 여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단계가 됐다. 아직도 과제가 많지만 그 때보단 조금 편해진 것 같다."

"사람냄새 나는 토크쇼 MC 하고 싶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누구랑 함께 연기하고 싶나'란 질문에 김현숙은 거침없이 나문희·고두심 등 중견 연기자의 이름을 나열했다. 연륜 있는 분들과 연기하고 호흡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받고 싶다고. 그럼, 김현숙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배우의 기준은 뭘까?

"아름다운 배우는 극 상황에 가장 적합하게, 가장 알맞게 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배역에 몰입하는 게 가장 아름답다. 배역은 그게 아닌데 내 스스로가 '예쁜척' 하는 것은 옳지 않고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최근 김현숙은 <영애씨>이외에도 '클릭국악속으로'라는 행사 MC를 맡기도 하고 몇몇 라디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가 입담을 과시하고 있다. 또 '스키조'의 '버스 안에서'란 노래에 피처링을 해 화제가 됐다. 방방곡곡을 누비며 실력을 과시하고 있는 김현숙에게 더 하고 싶은 게 있느냐고 물었다.

"토크쇼 MC를 해보고 싶다. 연예인들이 나와서 농담 따먹기 하고 이런 것도 재밌고 좋지만, 일반인들이 많이 공감하고 사람냄새 나는 토크쇼를 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 아직 때가 아닌 게 나 자신도 연륜을 많이 쌓아야 하고 보는 시청자들도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시청률을 배제할 수 없는 거니까. 연기나 개그를 통해서도 일반인의 지치고 힘든 일상에 힘을 주고 싶다. 많은 분들이 왜 풍자적인 것을 많이 하냐고 하는데, 내 지향점이 그래서 그런 것 같다. 뭘 하고 나서 별로 안 남는 건 안 좋은 거 같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말에 김현숙은 "라디오 디제이랑 좋은 영화 한 편하고 싶고, 시사성 있는 서민들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개그코너 하나 하고 싶다"며 "내 영원한 지향점은 좋은 희극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영애씨> 찍은 이후 CF 제의가 들어왔느냐고 물었다.

"기획사 대표님은 시즌2 끝날 때쯤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CF에 너무 목말라 있다(웃음). 만 2년 됐다. 출산드라 이후에 한 번도 못 찍었다."

9월경 제작·방송될 <영애씨> 시즌2에서 그가 어떤 모습으로 또다른 리얼리티를 시청자들에게 선보일지 기대가 된다.
#막돼먹은 영애씨#김현숙#출산드라#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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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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