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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는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 사람은 지붕이 있는 정류장 안에서 쓰러져 많은 비를 맞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정류장은 버스를 오르내리는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제가 지켜봤던 불과 1~2분 사이에도 십여 대의 버스가 멈춰 서서 승하차를 반복했고, 그 곳을 거쳐 간 사람만도 수십 명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쓰러진 사람을 돌보는 이는 없었습니다. 우산을 쓴 채 그 사람 주위를 서성거리는 사람들만 몇 있었을 뿐, 대개는 한 번 쓱 쳐다보고 무심하게 제 갈 길을 갔습니다.
누군가는 도와주겠지, 하고 지켜보던 저는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술에 취했든 아니면 어딘가 정말 안 좋았든, 쓰러진 사람을 그대로 내버려 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112로 전화를 걸어 상황설명을 하고 경찰들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고는 계속 창가에서 정류장을 지켜봤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술에 취한 청년들이 그 곁을 서성거릴 때는 '혹시~지갑을 털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버스는 거들떠도 안 보고 의자에 앉아 그 사람을 기웃거리는 사람이 있을 때는 '그래~도와줘~'라고 속으로 응원했습니다.
경찰에 신고한 지 10분이 지나고, 15분이 지나도록 경찰차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꼼짝 않고 있는 그 사람을 보며 시간이 흐를수록 저는 불안했습니다. '이거, 신고하고 바로 정류장으로 내려가서 도와줬어야 했는데', '잠시 한 눈을 팔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 저는 이러저러 생각에 정류장으로 가지도, 그렇다고 그 사람에게서 눈을 떼지도 못했습니다.
드디어 20여 분이 지나자 경찰차가 도착해 상황을 마무리했습니다. 경찰관들은 역시 술에 취했는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 사람을 깨우고 달래서 경찰차에 싣고 떠났습니다.
휴~. 순간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20여 분간 비 내리는 거리를 바라보던 저는 세상이 정말 각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바로 눈앞에 쓰러져 있는데, 그것도 여러 사람이 모여 있던 정류장에서 그랬는데 어떻게 저리들 무심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인심이 사나워지다 보니 도와주려는 것이 지갑 등을 털려는 모습으로 오해 받을 수도 있습니다. 남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수상한 사람들이 접근하면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냥 지나쳐서야 되겠습니까. '내 일 아니다'고 생각하던 것이 언제 내게 내 주변에 생길지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