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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당원들의 모습
지지 당원들의 모습 ⓒ 전희식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매달 2만원씩 당비를 내고 있지만 당 행사에 참석한 적이 없다. 아니, 참석할 수가 없다. 어머니 곁을 떠날 수가 없기 때문인 것은 최근 1년도 안 된 일이고 그보다는 주먹 쥐고 구호 외치는 것이 언젠가부터 어색해서다.

이번에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에 나선 노회찬 의원의 전북 선거대책본부 출범식에 참석하게 된 것은 여러군데서 참석해 달라는 간곡한 전화가 와서다. 아마 심상정 후보나 권영길 후보에게서 연락이 왔더라도 참석했을 것이다. 세 후보 다 나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분들이고 다 존경하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세 분 중 누가 민주노동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서도 좋다는 게 내 생각이다. 득표력이나 내년 총선의 지렛대로서의 역할 등 이번 대선에 대한 여러 현실정치적 고려가 있겠지만 실은 그런 것보다는 당내 통합과 당력의 고양이 훨씬 더 중요한 사안이라고 보는 때문이다.

어머니를 소양집에 모셔다 놓고 아내가 돌보는 사이 내가 대회장인 전북대 문화관 ‘건지홀’에 간 것은 저녁 7시였다. 대회가 시작되고 민중의례를 하는데 숨진 민주열사들에 대한 묵념시간이었다.

노회찬후보의 전북선거대책본부 발대식
노회찬후보의 전북선거대책본부 발대식 ⓒ 전희식
몇 년 만에 해보는 민중의례였다. ‘투쟁에 목숨 바친 열사와 지금도 옥중에 있는 동지’에 대한 묵념을 하자니 갑자기 가슴이 울컥하면서 오열이 받쳤다. 숨져 누운 열사들의 혼령이 내 온몸을 순식간에 감쌌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강렬했던 기운이 나를 놓아 주고 나서 떠오른 생각은 스콧 니어링의 좌우명이었다.

‘계급투쟁과 항상 긴밀한 접촉을 유지할 것’. 이것은 열두 개의 좌우명 중 열 번째이다. ‘간소하고 질서 있게 생활할 것’이 첫째다.

‘대선 경쟁력 1위’라는 펼침막과 ‘제7공화국 건설, 노회찬’이라는 손펼침띠가 인상적이었다. 300석 쯤 되는 강당에 빈자리가 듬성듬성 보였다. 연단에 오른 노회찬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의 비약적인 도약을 이루겠다고 역설했다. 2004년 총선 당시, 그해 2월에는 지지율이 2% 남짓이었으나 4.26 총선에서 13%의 지지를 획득했다면서 이번 대선에서 그런 폭발적인 도약을 위해 자기를 지지해 달라고 했다.

‘부드러운 송곳’. 노회찬 후보가 쏟아내는 풍자와 해학은 그의 연설을 듣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자기가 맨 꼴찌로 당선된 국회의원임을 상기시켰다. 당시 낡은 정치의 대명사겪인 자민련 김종필씨를 누르고 새벽 먼동이 틀 때 비례대표의원으로 당선되던 순간이 떠올랐다. 노회찬 대표는 자기야말로 3김정치를 끝낸 장본인이라고 했다. 밉지 않은 익살이다.

염경석 선대본 본부장이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염경석 선대본 본부장이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 전희식
며칠 전 어느 신문에 부인 인터뷰가 실렸는데 남편인 노회찬씨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자기는 자기의 삶이 있으므로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노라고 한 기사를 대회장에서 사회자가 소개하면서 “영부인이 공석이다.”고 하자 노회찬후보는 “마치 영부인 공모라도 하는 듯 얘기하는데 그런 말 하면 오늘 내 안전한 귀가가 위협 받는다”고 하여 장내를 웃겼다.
아내가 귀농하여 농사짓는 게 꿈이기 때문에 청와대에 들어간다면 경내에 텃밭을 만들어 청와대 내에서 농사를 짓게 하겠다고 하여 박수를 받기도 했다.

연설을 들으면 ‘노회찬 참 웃기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런데 웃기는 건 이명박 전시장이나 박근혜 전대표도 마찬가지다. 손학규 전지사도 웃기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웃기면 기가 막히지만 노회찬이 웃기면 가슴이 후련해지는 차이가 있다.

연설에서 한미에프티에이 협상이나 파병, 비정규직 문제를 얘기하며 현 참여정부를 몹시 비판하기에 뒤풀이 자리에 따라가서 사석임을 핑계로 격식 없이 인터뷰를 해 봤다.

- 노무현이 문제인가?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무섭다는 생각 안 해 봤는가?
= 사실 무섭다. 과신과 자기도취에 빠지기 쉬운 자라라고 생각한다. 자신감이 과잉된 모습을 보는 안타까움이 있다. 3보1배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그분들을 경멸하는 반언을 보고 놀랐다. 최고의 선출직이라는 자만심이 보였다.

인터뷰하는 모습1
인터뷰하는 모습1 ⓒ 전희식
- 당신은 어떤 점에서 다를 것인가?
= 모든 사람들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반대파 의견을 경청하고 소수자도 끝까지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여론을 편의대로 해석해서 마음에 맞는 것만 선택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이 확정되었을 때 자택에서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았다. “저를 당선시킨 분들을 절대 잊지 않겠다. 청와대 들어가면 사람이 바뀌게 된다고 하는데 함부로 장담 해서는 안 되겠지요. 그러나 오늘 이 순간의 제 각오를 잊지 않을 겁니다.”라고 까지 했다.
= 그런 말도 했었나?

- 다시 묻겠다. 당신은 어떤 점에서 다른 대통령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 두 가지로 답 하겠다. 하나는 내 개인적 소신과 삶이 철학이고 또 하나는 민주노동당의 당적 특성이다.

- 한나라당이 대선후보들에 의해 당이 휘둘리는 반면, 민주노동당은 당의 결정과 권위가 후보보다 상위에 있다는 말인가?
= 바로 그것이다. 나 노회찬이 주장한 것을 당이 공약으로 채택하면, 다른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당선되더라도 내 주장은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된다. 이것이 민주노동당의 특성이다.

- 이명박전시장과 박근혜전대표의 국민 지지율이 가장 높다. 어떻게 보는가?
= 참여정부 실정의 반사이익과 보수신문들의 이데올로기적 선동 덕을 봤다.

- 그렇게 간단히 말하고 넘어가도 되나?
= 민주노동당이 왜 지지율이 떨어졌느냐. 참여정부 실정의 반사이익은 민주노동당에 왜 안 왔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민주노동당의 과오가 크다.

- 국민이 타락했다고 생각 않는가?
= 그렇게 생각 않는다.

- 임실치즈를 만든 지정환신부님이 그랬다. 농지를 늘이고 산양을 키워 치즈공장을 만들어 생활이 60년대에 비해 획기적으로 나아졌는데도 한국농민들은 행복해 하지를 않는다고. 우리 국민들이 물질에 타락했다고 생각 않는가?
=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민주화보다 경제성장이 더 중요하다고 80% 국민이 답했다지만 그것은 그만큼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는 반증 아니겠는가. 경쟁과 속도에 시달린다고 생각한다. 성장주의의 한계라고 본다. 어쩌면 나는 ‘저성장주의자’라고 할 수 있겠다. 격차와 차별을 줄여야 한다.

- 정치인들은 국민을 비판하지 않는 모양인데 한 마디만 해 봐라. 우리 국민 욕 좀 해 봐라. 세 가지만 말 해 봐라.
= 편협한 민족주의를 넘어섰으면 한다. ‘피해 받은 민족’이라는 인식으로 우리나라에 와 있는 타 민족의 피해를 당연시하거나 묵인해서는 안 된다.

- 결혼이민자 여성과 이주노동자를 두고 하는 말인가?
= 그렇다.

인터뷰하는 모습2
인터뷰하는 모습2 ⓒ 전희식
-이민족에 대한 멸시라기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중적인 태도가 문제 아닌가. 백인에 대한 동경과 동남아와 흑인에 대한 우월의식처럼.

= 두 번째는 참된 국제적인 표준인권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외국에서 농민보호를 위해 어떤 조치들을 취하는지, 소수의견을 어떻게 보장하는지, 국회의원을 어떻게 뽑음으로 해서 국민여론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반영하고자 하는지, 세계 어느 나라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50%가 넘는 나라가 있는지 등등. 외국의 관광지나 스포츠나 영화에만 관심 기울이지 말고 인간적 삶에 관심 갖기를 바란다.

- 세 번째는 뭔가.
= 각종 차별을 넘어섰으면 한다. 남자와 여자의 차별, 외모차별, 학력차별, 키 차별에서 나이차별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극복하길 바란다.

- 9월 15일까지 남은 기간 당내 선거운동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
= 두 가지다. 첫째 본선경쟁력을 내 세우면서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 할 것이다. 둘째는 누가 이기든 우리 민주노동당이 하나로 뭉쳐서 그야말로 민주노동당 다운 아름다운 경쟁을 선 보이는데 주력 할 것이다.

- 누가 이기든?
= 그렇다. 누가 이기든 후보가 확정 되는 그 순간 낙선한 두 후보들은 당선된 후보의 핵심선거운동원으로 들어 갈 것이다. 나 역시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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