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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게 갖다준 가지, 토마토, 고추, 피망
이웃에게 갖다준 가지, 토마토, 고추, 피망 ⓒ 정현순
"누구세요?"
"네 앞집이에요."
"어머나 어서 오세요."
"이거 얼마 안 되는데 맛 좀 보세요. 주말농장에서 농사지은 거예요."
"이쁘게도 담아오셨네요."

8일, 광명시로 이사하고 10일 만에 앞집에 사는 이웃을 찾아갔다. 그는 우리가 이사 오는 날 우리집까지 들어와서는 "난 바로 앞집에 사는 사람이에요. 이삿짐이 들어오고 있기에 와 봤어요. 왜 인제야 이사 오셨어요. 우리는 5월에 이사 왔는데..."라고 하기에 난 "그러셨군요. 반갑습니다"하며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는 시원한 물이 없으면 우리집에서 갖다 먹고 필요한 거 있으면 갖다 쓰라면서 이웃의 푸근한 정을 베풀기 시작했다. 아파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친절이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라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아파트 생활이란 것이 누가 이사를 하든 말든, 큰소리가 나든 말든 내다보지도 않는 요즘 인심인데. 더운 날씨에 이사하기 힘들지 않느냐면서 먼저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준 이웃이 생겼다는 것이 내심 기분이 좋았다.

내가 채소 바구니를 내밀자 그는 들어와서 차 한 잔 하자고 한다. 그와 난 차 한 잔씩을 앞에 놓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시시콜콜 별별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난 그의 나이를 물었다. 그는 나보다 3살이 적었다.

내 나이를 가르쳐 주자 그는 자신은 일찍 결혼해서 아이들이 모두 결혼을 했다고 한다. 그가 작년에 결혼했다는 아들이야기를 했다.

"내가 초면에 별 이야기를 다하네."
"우리 나이에는 금세 만나도 별별 이야기를 다 하지요."
"그렇지요. 하하하."

우리는 남편 이야기, 자식이야기, 친정이야기, 이아파트로 이사 오기까지의 과정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아파트는 재개발된 곳이라고 했다. 그도 자신이 살던 지역이 재개발이 되어 이곳에 들어오게 되었다고 한다. OOO동에는 조합원들이 많이 산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그리고 재개발 조합원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는 이야기도 조금 들려주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TV에 비추어지는 것은 거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네요"했더니 "그럼요 그것은 게임도 안 돼요"하며 가깝게 지냈던 사람의 안타까운 사연을 말해주기도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잖니 난 아직도 우물안개구리란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앞으로 그에게서 내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에 대해 많이 배울 것 같다. 그는 오후 3시에 놀이방에서 오는 손녀를 데리고 와서 딸이 퇴근할 때까지 돌봐준다고 한다. 그는 광명시에서 20년을 살아서 많은 지역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아파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큰 재래시장이 있고, 큰 시장 옆에는 큰 마트가 있단다. 그 마트는 얼마 전 재래시장상인들과 큰 마찰이 있었던 바로 그 마트였다. 가까운 곳에 있는 재래시장은 작은 재래시장이란 정보도 알았다. OO병원이 왜 문을 닫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났다. 첫 날부터 너무 오래 앉아있었던 것 같아 일어섰다. 그가 더 놀다가라고 붙든다. 그러나 난 "나도 일이 있어 가봐야 한다"고 하며 그의 집을 나섰다. 그는 오전 8시에는 아파트 뒤에 있는 산으로 등산을 다닌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침에 별일 없으면 같이 다니자고 한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었으니 안정이 되면 그러마했다.

오랫동안 아파트생활을 하면서 이웃을 잘 만나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직까지 크게 나빴던 일은 없었지만 비슷한 또래를 만나니 공통의 걱정거리와 공감대가 있어 잘 통할 것만 같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지 않고 넘치지도 않게 잘 지내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해본 하루였다.
#아파트#이웃#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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