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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 화요일, 언론중재위원회를 방문한 우리.
7월 10일 화요일, 언론중재위원회를 방문한 우리. ⓒ 최재인

첫 만남

호기심에 카카오 99%짜리 초콜릿을 사왔다. 한번 혀를 대어 보니 너무 써서 입에 넣을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두려웠다. '애인과 헤어지고 싶으면 카카오 99% 초콜릿을 선물하라'는 한 네티즌의 글처럼, 초콜릿을 처음 입에 넣어 씹었을 때에는 '이게 음식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이어 살살 녹여 먹은 두 번째 조각부터는 그 맛에 빠져들어 버렸다. 오마이뉴스와 나와의 첫 만남도 마찬가지였다.

면접 전날, 심지어 면접 당일 아침까지 '가도 탈락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가뜩이나 상식도 없고 정치에도 무관심한 나인데, 똑똑한 지원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괜히 갔다가 얼굴만 알리고 떨어지느니 안 가는 게 낫다고 수없이 생각했다. 광화문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기 직전까지 나는 너무 괴로웠다. 몇 천 번 생각해 본 후 결국, '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사무실로 갔다.

그렇게 힘들게 첫 발을 디뎠지만, 의외로 첫 출근은 너무나 재미있었다. 첫날,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어라, 더듬이를 세우라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확확 와 닿았다. 교육이나 강연을 들으면서 그때만큼 소름끼친 적은 없었다.

'면접'이라는 '첫 만남'은 너무나 힘들었지만, '오마이 초콜릿'을 한번 녹여먹어 보니 그 이후엔 매일 매일 손이 갔다. 2주 동안 그렇게 '오마이뉴스 100%' 초콜릿을 맛있게 먹었다.

중독 증세

평소 카카오 99% 조각을 야금야금 씹어먹을 때마다 '초콜릿쟁이', '초콜릿 중독자'란 소리를 익히 듣던 나. 2주째 토요일에는 '오마이뉴스'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회사에 가지 않는 날인데도 6시에 눈을 뜨고 할 일을 찾고 있었다. 아침에 방송하는 라디오프로그램을 듣고, 신문을 보고. 그동안 출근, 퇴근, 퇴근 후 과제로 이어지는 쉴 틈 없는 생활에 중독되었는지 끊임없이 할 거리를 찾았다.

사회부로 배치받은 후, 중독증세는 더욱 심해졌다. 어디서 신기한 것이 보이거나 들리면 곧바로 취재수첩을 꺼내 쓰는 버릇이 생겼다. 기자를 하고픈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자세이지만, 그런 작은 변화에서도 나 스스로 신기했다.

그리고 그 중독증세는 엄청난 '희열'로 다가왔다. '영어강의' 기사를 완성한 날 저녁의 기쁨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우리는 정말 신나 회사 로비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광화문 거리의 야경을 보며 감탄을 연발했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본 밤거리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며칠간 괴로움을 곁들인 중독증세가 기쁨으로 다가온 날이었다.

사무실에서 기획회의를 하던 중, 우리는 감자로 배고픔을 달랬다. 왼쪽부터 재인언니, 나, 미정언니.
사무실에서 기획회의를 하던 중, 우리는 감자로 배고픔을 달랬다. 왼쪽부터 재인언니, 나, 미정언니. ⓒ 김미정

가끔은 너무 쓴 '오마이 초콜릿'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99% 다크 초콜릿이어도 계속 먹으면 질리는 법. 인턴생활 4주째에 먹은 '오마이뉴스 초콜릿'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써서 괴로웠다.

예상할 수 없는 현장취재거리가 매일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와중에 우리는 개인기획과 팀 기획을 놓쳐서는 안 되었다. 다음날에 무슨 일이 터질지도 모르는데 아무런 준비 없이 현장에 달려가야 하고, 동시에 기획을 항상 손에 쥐고 있으라는 선배의 말은 너무 어렵게 들렸다. 한 가지를 제대로 하기에도 바쁜 나에게 너무 큰 압박이었다.

게다가 날씨는 얼마나 더운지. 나가서 발로 뛰는 순간도 힘겨웠다. 4주째의 '오마이' 초콜릿은 너무 썼지만, 동기 언니, 오빠들에게 괴로움을 털어놓으며 쓴맛을 함께 나누었다. 동기들끼리의 단합과 위로는 카카오 99%의 쓴맛을 달래주는 '핫초코' 같았다. 막내인 나에게 우리 언니, 오빠들은 특히 너무나 달콤한 핫초코였다.

눈만 뜨면 그대 생각

초콜릿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집에 카카오 99% 초콜릿을 사두느냐고? 그렇지 않다. 집에 그 녀석이 있으면, 나는 눈뜨는 순간 그 녀석에게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초콜릿이 집에 없어야 신경을 덜 쓰지, 그렇지 않으면 하루종일 쓴 초콜릿만 먹을지도 모른다.

마지막 두 주 동안 '오마이 초콜릿'은 나를 더욱 사로잡았다. 바코드의 원리를 파헤치는 팀 기획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주제로 한 24시간 잠복 취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막판 스퍼트를 하면서 '오마이 초콜릿'은 '눈만 뜨면 생각나는 그대'가 되어버렸다.

'인천공항 24시간 파헤치기'의 첫날밤. 왼쪽부터 귀자언니, 나, 병기오빠.
'인천공항 24시간 파헤치기'의 첫날밤. 왼쪽부터 귀자언니, 나, 병기오빠. ⓒ 김미정
잠을 자면서도 '그대 생각'에 심취해서인지, 자다가 중간에 깨는 일이 많았다. 다음날 취재할 것을 준비하고, 쓰다만 기사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수면 부족이 괴롭지는 않았다. 그만큼 내가 '오마이 초콜릿'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오마이 초콜릿'을 사랑하는 마음은 더 커져, 인턴활동기간이 끝난 지금 중독 증상은 더 심해졌다. 새벽에 문득 깨서 매일 보던 선배, 동기들을 못 본다는 생각에 울컥하며 오마이뉴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기도 하고, 취재수첩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하지만 인턴활동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서운하거나 슬프지는 않다. 순간의 쓴맛을 참고 살며시 녹여 먹으면 카카오 99% 초콜릿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듯이, 취재와 기획의 힘든 점을 이겨내면 '오마이 초콜릿'의 풍미를 느낄 수 있고, 이는 장차 내가 원하는 길을 가는데 큰 힘을 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오마이 중독자로서, 앞으로도 '오마이 초콜릿'을 음미할 것이다.
#오마이뉴스#인턴기자#6주#인턴#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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