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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종로 네거리 코리아나호텔 부근 조선일보 사무실 밀집지역.
서울 세종로 네거리 코리아나호텔 부근 조선일보 사무실 밀집지역. ⓒ 오마이뉴스 권우성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들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제 한쪽 편에 서게 됐다. 누구 편에 섰을까? '이명박 후보' 쪽이다.

이들 신문들은 무슨 소리냐고 목소리를 높일지 모른다. 언제 이명박 후보를 편든 적이 있느냐고 공박할 수도 있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느냐고 삿대질을 할지도 모르겠다.

이들 신문들이 내놓고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고 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이명박 후보 쪽 편에 서게 됐다. 왜냐하면 이들 신문들이 이명박 후보에게는 크게 불리할 수 있는 '검증 작업'을 일관되게 외면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에 그랬다.

일관되게 '검증 작업' 외면하는 조·중·동

이명박 후보의 맏형 이상은씨의 도곡동 땅이 '제3자 소유로 보인다'는 검찰의 중간 수사 발표는 막바지 국면에 이른 한나라당 경선 국면의 풍향을 뒤흔들 수 있는 주요 변수임에 틀림없다.

박근혜 후보 쪽에선 이명박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명박 후보 쪽은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검찰청사로 달려갔다. 그만큼 이번 검찰의 중간 수사 발표가 미칠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 쪽으로서는 '불행하게도' 이대로라면 이 문제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언론은 14일 일제히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했지만,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쟁점화할 의지를 보인 신문은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비롯해 일부 신문에 불과했다.

한나라당 지지층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 보수적인 신문들은 검찰의 중간 수사 발표를 '정리'해주는 수준에 그쳤다.

실제 이들은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거의 보도를 하지 않다시피했다. 지면에 보도되지 않는 사안에 기자들이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다. 그러니, 검찰 수사 발표 이외에 이들 신문들이 따로 보도할 것도 거의 없다.

서울 세종로 동아일보사 건물.
서울 세종로 동아일보사 건물. ⓒ 오마이뉴스 권우성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은 14일 '기억상실증이 좋다'는 칼럼에서 "경선이 끝나면 이명박과 박근혜는 기억 상실증에 걸리는 게 좋다"며 벌써 '경선 후'를 이야기한다. 시시비비를 가려 할 때 '좋은 게 좋은 식'이라며 넘어가려 할 때 보다 억울할 때가 없다. 박근혜 후보 쪽으로서는 복창이 터질 노릇이다.

하지만 어쩌랴. 조·중·동으로서는 이미 그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게 돼버린 것을. 조·중·동은 한나라당 경선 초기부터 '경선 승복'을 최고의 가치로 고집해왔다. 누가 되는가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누가 돼야 할 것인가도 중요하지 않았다. 누가 되든, 한나라당만 깨지지 않으면 오합지졸의 '여권'을 제압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이 때문에 조·중·동은 처음부터 '검증'에는 관심이 없었다. 원해서든, 그렇지 않든 결과적으로, 또 결정적으로 이들 신문들이 이명박 후보 편에 서게 된 배경이다.

조·중·동으로서도 이 같은 상황은 내심 당혹스러울 수 있다. 한나라당 후보 경선이 예상 외로 치열해지면서 '후보 검증'이 막판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지만, 이들 신문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자승자박이다. 기껏해야 검찰의 '정치적 의도' 쪽에 초점을 맞추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당장 박근혜 후보 쪽의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이래서는 '경선 이후'를 기약하기 어렵다.

'경선 이후'에도 '검증 논란' 외면할 수 있을까?

사실 '경선 이후'를 생각할 때 '후보 검증'을 미룬 조·중·동의 전략은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은 한나라당 후보 경선 국면과는 또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조·중·동의 검증 외면 전략이 계속 유효할지도 의문이다.

여론은 '검증 논란'에 식상해하고 있다. 어지간한 의혹 제기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조·중·동의 위력일 수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악재가 터졌을 때도, '경선 이후'에도 계속 그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조·중·동은 대선 정국에 또 하나의 변수로 떠오른 남북정상회담의 여파를 차단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무리한 '주문'과 '조건'들을 미리 내걸어 그 성과를 '원천봉쇄'하기로 작심한 듯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실패한 정상회담'이라고 못을 박고 나선 신문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봉쇄전략'이 유효할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조금이라도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게 되면 조·중·동의 원천봉쇄 전략에 대한 여론의 반동 또한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10년 만에 '보수재집권'을 열망하고 있는 이들 신문들에게 있어서 최근 상황은 여러 가지로 불만일 수밖에 없다. 지리멸렬한 여권의 이합집산이 그나마 위안거리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한나라당 집안 꼴도 엉망이긴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돌아가는 사정도 뜻대로 되는 것 같지 않다. 한나라당 후보 경선 막바지 국면에 본의 아니게 '이명박 편'에 서 있는 자신들을 발견하는 것 또한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백병규#미디어워치#이명박#도곡동#차명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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