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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인턴…온갖 허드렛일에 무보수

▲ 삼성생명 하계 인턴십에 합격한 인턴사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삼성생명은 우수 인턴사원에게 해외연수 자격과 취업 가산점을 준다.
ⓒ 우먼타임스
'토익, 토플, 성적은 필요 없다. 화려한 인턴십 경력만 있다면!'

대학가에 인턴십이 취업의 열쇠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취업 준비생 사이에 인턴십이 취업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바야흐로 인턴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실제 업무 대처 능력을 길러준다는 취지로 시작된 인턴십이 기업의 상황에 따라 극과 극으로 운영돼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명암을 결정짓는 핵심은 성취감.

인턴 지원자들은 보수, 근무 환경 등 대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무언가 배웠다는 성취감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두 달 방학 기간을 모두 바쳐 일하는 만큼 취업 시 유리한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대사관 공보과 인턴 최미애(24)씨는 무급으로 정신없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지만 인턴십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뛰어난 영어 실력과 진취적인 성향의 기질을 발산하기 안성맞춤인 곳일 뿐만 아니라, 대학생 신분으로는 만나기 어려운 유명인들을 업무상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공보과에서 주최한 리셉션이 있었는데 '워싱턴포스트' 기자랑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대화를 나눴어요. 외교통상부 고위 관계자들이나 국회 보좌관들과도 자주 연락하죠. 얼마나 설레고 뿌듯한지 몰라요."

최씨는 인턴 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물론이고, 인턴 생활을 함께한 인턴 지원자들과 계속 친분을 이어갈 생각이다. 취업에 대한 정보도 얻고, 인맥을 활용해 취업의 문도 넓힐 계획인 셈이다.

외국계 기업인 P&G에 입사한 이모(25)씨도 개강해 학교로 돌아가기가 아쉬울 정도로 인턴 생활이 즐겁다고 말했다. 이씨는 인턴 2개월간 100만원이 넘는 월급을 받으면서 정직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았다. 그는 "동등한 대우를 받은 만큼 애사심이 더욱 커졌다"며 "회식 자리와 아침 회의 시간에 동참하면서 인간관계를 배우는 것은 물론, 조직의 생리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반면 국내 명문대 4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23)씨는 겉만 화려한 지금의 인턴 생활은 '빚 좋은 개살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는데도 무급이고 심지어 식대와 교통비조차 지급되지 않는다. 더욱이 도대체 하루 종일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짜증만 밀려온다.

"선배들한테 실제로 배우는 것은 없고 잔심부름과 업무 보조만 한다"는 그는 "호칭도 제대로 불러주지 않아 자존감도 많이 잃은 상태"라며 "나중에 이력서에 기재할 때 실질적으로 배운 것이 없어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이처럼 일하는 곳에 따라 인턴십의 명암이 엇갈리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정규직 채용을 전제로 하는 인턴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체 역시, 우수한 인턴십을 마친 구직자에게 취업의 기회를 주려는 추세다.

신문사 인턴기자를 마치고 NGO단체에서 일하는 고미경(24) 푸른시민연대 상근활동가는 "다양한 인턴 활동을 통해 정말 하고 싶었던 일과 관심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근 취업 준비생들은 취업이 보장되거나 취업 활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인턴 활동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인다"며 "적은 보수로 일은 죽도록 하는데 취업도 못하면 억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크루트의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가운데 42.3%가 기업 인턴십 참가자에게 서류전형 시 가산점을 주거나 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는 아예 인턴십을 거친 사람에게만 신입사원 지원 자격을 준다. 로레알, P&G 등 정규직 채용을 전제로 인턴십을 운영하는 일부 외국계 기업은 인턴으로 채용되기가 웬만한 공채 통과하기보다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인턴 잘만 꿰면 '정규직 날개' 훨훨

기업 61% 인턴 채용 계획…우수 근무자엔 정사원 발탁 특전

▲ P&G 인턴사원들이 직원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P&G는 정직원 채용을 전제로 하는 유급 인턴제를 시행하고 있다.
ⓒ 우먼타임스
기업들의 인턴십 제도가 취업 준비생들에게 짭짤해지고 있다. 인턴십을 마치면 취업에 유리한 점수를 주는 것은 물론 어학연수도 받을 수 있다. 인턴십이 인기를 끌면서 인턴을 뽑는 방법이 UCC를 통한 자기소개서 점수까지 반영하는 등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지난 8월 5일 인크루트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130개 기업 가운데 61.5%(80개)가 인턴 채용 계획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당수 기업체가 우수 인턴에게는 정규직 채용 기회를 줄 예정이라고 발표해 인턴 지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1년간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면 근무 성적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인턴 지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기업체. 이달 6일부터 모집하는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캐빈 승무원 인턴사원의 자격 요건은 캐빈 승무원의 특성상 키 162cm 이상, TOEIC 550점 이상의 어학 실력 등의 자격을 갖춘 4년제 대학 졸업자나 내년 2월 졸업예정자다. 전형 과정은 실무자 면접을 거쳐 영어 시험과 체력·수영 테스트를 치르는 등 정규직 채용 기준과 별반 다르지 않다.

P&G의 '서머인턴십(summer internship)'도 두 달간의 인턴 생활을 마친 우수한 학생을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프로그램이다. 두 달을 잘 버티면 취업의 길이 활짝 열린다. 보수는 월 120만 원이며, 정직원 채용 시 300만원의 인턴 어워드(intern award)를 지급한다. 인턴 기간 중 3일 동안 일본 P&G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한편 어학연수와 인턴십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업체도 있다. 국제이주개발공사는 미국 영어연수와 인턴십이 동시에 가능한 인턴십 지원자를 모집한다. 자격 요건은 만 18세 이상 38세 미만으로 TOEFL 550점 이상의 영어 실력을 갖춘, 영어연수와 더불어 미국인 회사에서 적성에 맞는 직업훈련을 받고자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체류 기간은 희망에 따라 8~14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일부 기업은 사택까지 제공하며 대학생 인턴 모시기에 적극적이다. KT&G는 대전 근무자에 한해 사택을 제공하며 모든 인턴사원에게 근무 기간에 노트북을 지급한다. 급여는 5주에 100만원 선. 그러나 무엇보다 인턴사원들이 솔깃한 내용은 리프레시 프로그램(refresh program)에 참여할 수 있는 것. 리프레시 프로그램은 KT&G 복지재단과 함께하는 봉사활동, 오리지널 뮤지컬 '캣츠' 관람과 자기개발의 기회를 제공받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인턴사원들에겐 하반기 공채 서류전형에서 가산점이 부여된다.

한편 최근 대형 포털 업체들이 UCC를 통해 동영상 자기소개서를 접수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기업의 특성을 이해하는 인재를 뽑기 위해서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대표적인 사례로, 이 회사는 하반기 인턴사원을 모집하면서 UCC 동영상 자기소개서를 접수해 주목을 끌었다. '싸이월드'를 이용하는 네티즌이 참여하는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UCC 동영상 자기소개서를 제출한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이재은 기자 lje@iwomantimes.com

태그:#취업, #대학생, #인턴, #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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