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했던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의 마지막 결전의 날이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오늘(18일) 신문 사설은 한나라당 경선에 대한 각 신문사의 '마지막 입장 표명'이기도 하다. 그 다양한 입장 표명이 무척 흥미롭다.
우선 <한겨레>. 아예 관련 사설을 싣지 않았다. 대신 '북한 수해 복구에 실질적 도움을'을 주자는 내용과 '3년 만에 막 내린 백년정당' 실험에 대해 각각 언급했다. 나머지 하나의 사설은 인천공항의 바가지 택시 요금 문제를 짚었다.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전당대회인 만큼 보통은 구색 맞추기라도 한 편의 사설 쯤 할애할 법도 한데, 아예 무시했다.
반면에 <조선일보>의 사설은 그야말로 한나라당으로서는 '지독한 사설'이 될 것 같다. '이명박·박근혜, 과연 수권 능력 보였나'라는 제목의 사설은 한나라당 후보 경선 과정에 대한 지독한 '냉소'와 '저주'로 가득 차 있다.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는 '너죽고 나죽자'는 식의 진흙밭 개싸움으로 "한나라당 '필승론'을 완전히 허물어 버렸다"고 질타했다. "오는 20일 승자가 된 사람은 두 손을 높이 치켜들 것"이지만 "유권자들은 오물투성이가 된 그 얼굴을 바라보며 혀를 찰 것"이라며, 거의 악담 수준의 독설을 그치지 않았다. "그 누가 대선 후보로 당선되든 12월 19일에 대통령을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무엇이 <조선일보>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한나라당의 두 유력 후보와 그 캠프가 경선과정에서 보여준 행태가 <조선일보>를 절망케 한 것일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조선일보>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써온 사설의 맥락을 보면 그렇다. 달리 해석하자면 한나라당과 그 후보들에게 걸었던 <조선일보>의 당초 평가나 기대가 처음부터 잘못됐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조선일보>도, 한나라당도, 한나라당의 두 후보도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감정'이라곤 전혀 없는 '불편한 관계'가 돼버린 듯싶다.
다수의 신문들은 어쨌든 한나라당 경선이 아름다운 경선으로 마무리되기를 기원했다. 의례적인 주문이자 희망일 수 있다.
<조선>의 '지독한 사설'과 한나라당 두 후보와의 불편한 관계
하지만 <경향신문>의 주문(한나라당 경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지만)은 여러 가지 점에서 이채롭다. 이명박 후보 쪽에 치중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한나라당 후보 검증에 가장 날카로운 칼을 들이댄 곳이 바로 <경향신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경향신문>이 한나라당과 후보들의 그동안의 노고를 높게 평가했다. 무엇보다 이번 '지독한 경선'의 긍정적인 요소를 적극 평가했다. "우리의 정치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그 마지막이 '아름다운 경선'으로 마감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적어도 오늘 만큼은 한나라당이나 한나라당의 후보들 모두 <경향신문>의 이런 후한 평가와 주문을 부담 없이 받아들여도 좋을 듯하다. <경향신문>의 기사에 그동안 마음고생이 컸을 한나라당 경선 후보들이나 관계자들은 '병 주고 약 주느냐'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이지 모르겠다. 하지만 비판할 것은 하고, 또 평가할 것은 하는 것이야말로 언론의 본령이다. 언론의 본령과 본업을 조금이라도 존중할 줄 아는 한나라당이고, 그 후보들이라면 <경향신문>의 오늘 평가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경향신문>의 오늘 사설이 빛나는 이유는 또 있다. <경향신문>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친인척의 부동산 의혹 등을 집요하게 제기한 것과는 별도로 비정규직과 부동산 등 한국사회의 주요 현안 10대 쟁점에 관한 한나라당 4인 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검증하는 시리즈를 게재해왔다. 오늘 그 마지막 순서로 중소기업과 재벌에 관한 네 후보의 정책과 공약에 대한 평가와 분석을 실었다. 이와 함께 10대 쟁점에 대한 각 후보의 정책과 공약에 대한 총평도 실었다. 그 구체적인 성적표도 실었다.
<경향>의 사설이 빛나는 이유... 철저한 정책과 공약 검증
오늘 많은 신문들은 한나라당 경선의 문제점으로 후보 검증이 의혹 검증에만 너무 치중돼 정작 중요한 정책이나 공약 등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향신문>의 '2007 대선 10대 의제 한나라당 주자 4인 정책 평가'와 오늘의 지면은 누구 탓을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바로 '언론의 몫'이라는 사실을, 무엇보다 언론이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내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선거에 참여하는 분들 가운데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경향신문>의 오늘 한나라당 후보 정책 평가와 그 점수들을 한 번 훑어보시라. <경향신문>의 평가에 대한 각 후보 진영의 반응을 소개한 기사 까지 같이 읽으면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데 여러 가지로 참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