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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제17대 대통형후보 선출을 위한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이명박 후보가 연설을 하고 있다.
14일 오후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제17대 대통형후보 선출을 위한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이명박 후보가 연설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박근혜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가 13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선예비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가 13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선예비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구태로 시작해 부정시비로 끝났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의 막판 한 달을 촌평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이번 한나라당 경선은 정치사상 최초로 당이 나서서 정책토론회와 후보검증청문회를 열어 후보의 정책과 자질 검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선거가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구태와 불법 의혹으로 혼탁 양상을 보였다.

몸싸움으로 시작한 합동연설회... 순회 연설 중단 사태도

한나라당 대선경선후보 첫 합동연설회가 실시된 22일 제주 한라체육관 연설회장에서 이명박 후보 지지자와 박근혜 후보 지지자가 몸싸움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경선후보 첫 합동연설회가 실시된 22일 제주 한라체육관 연설회장에서 이명박 후보 지지자와 박근혜 후보 지지자가 몸싸움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17일 오후 한나라당 제17대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서울합동연설회가 열린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앞에서 박근혜 후보 측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던 뉴라이트전국연합 관계자들과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17일 오후 한나라당 제17대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서울합동연설회가 열린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앞에서 박근혜 후보 측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던 뉴라이트전국연합 관계자들과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제주에서 열린 첫 연설회는 지지자 간 몸싸움으로 얼룩졌다. 양쪽의 기 싸움은 행사장 입장 때부터 시작됐다. 문이 열리자마자 양쪽 지지자들은 경쟁하듯 더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뛰어 들어왔다.

응원전이 시작되자 양측의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이 후보의 대학생 지지자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이 후보의 이름이 새겨진 흰색 티셔츠를 일제히 입은 게 발단이었다.

박 후보 지지자들은 손가락질을 하며 "선거법 위반이다", "불법이다", "벗어라"라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결국 연설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양측의 고성이 오갔다.

결국 이른바 이 '제주 사태'로 당 지도부에서 연설회를 무기한 연기하는 소동이 일었다. 당 지도부는 연설회를 재개하면서 사실상 모든 응원도구에 대한 '금지령'을 내렸다. 허용된 응원방법은 연호와 박수뿐. 또 2명 이상이 같은 색상·디자인의 옷을 입는 것도 규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짜 초청장' 시비가 불거졌다. 지난달 30일 인천 연설회 때였다.

연설회에는 미리 당에서 발송한 초청장이 있는 선거인단만 입장할 수 있다. 그런데 특정 후보 쪽에서 선거인단이 아닌 사람에게 위조 초청장을 주고 참석하도록 독려한 것이다. 비선거인단이 초청장을 가져와 입장을 시도하다 들킨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연설회 때마다 등장한 '전세버스 행렬'도 동원 의혹을 부추겼다. 버스에서 내린 이들은 하나같이 "(비용을) 갹출해 버스를 빌려 타고 온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연설회에서 지지자들이 서로 상대 후보의 연설 때에는 박수조차 치지 않은 채 팔짱을 끼고 앉아있거나 야유를 보낸 것도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캠프 간 장외 공방... 금품살포·구전홍보단 운영·투표지 '폰카' 촬영까지

17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앞에서 열린 '한나라당 제17대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서울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대형 홍보물을 내걸자,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도 이 후보의 발언이 담긴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앞에서 열린 '한나라당 제17대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서울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대형 홍보물을 내걸자,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도 이 후보의 발언이 담긴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7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앞에서 열린 '한나라당 제17대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서울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후보 연설 도중 지지자들이 선관위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의 얼굴과 공약이 담긴 현수막과 태극기를 내걸고 파란색 손수건을 흔들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앞에서 열린 '한나라당 제17대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서울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후보 연설 도중 지지자들이 선관위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의 얼굴과 공약이 담긴 현수막과 태극기를 내걸고 파란색 손수건을 흔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연설회 바깥의 장외 공방도 갈수록 치열해졌다. 불법 구전홍보단, 괴문서 유포, 금품살포, 투표지 '폰카' 촬영…. 양 캠프에서 제기한 상대의 부정선거 수법은 아날로그형부터 디지털형까지 다양했다.

가장 먼저 터진 건 금품살포 의혹이다. 선거가 중반을 지나면서 양 캠프에서 모두 금품살포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먼저 증거를 들이댄 건 이명박 캠프다. 이 캠프 박형준 대변인은 지난 5일 "진짜 돈 선거, 불법 비방전은 이것"이라며 박 후보가 대학생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제시했다. 그러나 박 캠프는 "녹취록에 등장한 인물은 박 캠프의 2030국민참여본부에 위장취업 형식으로 들어와 일했던 이 후보 측 관련자"라고 맞섰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박 캠프에서는 이번엔 '불법 구전홍보단' 카드를 꺼냈다. 이 캠프의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정의화, 본부장 정종복)의 내부 문서를 입수해 이 캠프가 65명 규모의 구전홍보단을 구성해 전국적으로 활동했고 이들에게 1억5000만원 상당의 활동비까지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까지 사활 건 설전... "2등 후보의 자작극" vs. "메가톤급 매표행위"

결국 양측은 투표 하루 전날까지 경쟁하듯 긴급 기자회견을 열며 상대의 부정선거 의혹을 폭로했다.

17일 이 캠프는 박 후보 측의 괴문서 유포 의혹과 함께 박 후보 측 지역특보 4명의 이름을 적시해 이들이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금품을 뿌렸다고 주장했다.

이튿날 박 캠프도 지지 않고 캠프에 접수된 제보 내용을 공개했다. 이 캠프 측이 택시기사들과 계약을 맺어 투표 날 선거인단에 불법으로 교통편의를 제공할 계획을 세운 데 이어 기표 내용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해서 가져오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결국 투표 당일 부산, 인천, 울산, 대구 등 4곳에서 유권자 일부가 실제 투표지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다가 적발됐고 양측은 험악한 설전을 주고받았다.

"단 한 번도 판세를 뒤집지 못한 박 후보 측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벌인 자작극." (이명박 캠프)
"헌정사상 초유의 메가톤급 매표행위이자 3·15부정선거보다 더 나쁜 신종 부정선거 수법." (박근혜 캠프)

엇갈리는 평가... "모범사례로 꼽힐 경선" - "이전투구식 대결"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가 1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마지막 대선예비후보 합동연설회가 끝난 뒤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뒤로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내건 플래카드가 보인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가 1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마지막 대선예비후보 합동연설회가 끝난 뒤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뒤로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내건 플래카드가 보인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근혜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가 1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마지막 대선예비후보 합동연설회가 끝난 뒤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가 1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마지막 대선예비후보 합동연설회가 끝난 뒤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당내에선 평가가 엇갈린다.

당 선관위 간사를 맡고 있는 최구식 의원은 "민주적이면서도 치열한 정책 경선이었다"며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모범사례로 꼽힐 정도"라고 평가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당내의 한 의원은 "양측의 부정선거 시비 공방이 자칫 경선 불복의 빌미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중립 성향의 의원들로 구성된 중심모임의 회장 맹형규 의원도 "경선 후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맹 의원은 당이 후보검증위를 구성, 검증청문회까지 연 데 대해서는 "우리나라 정당정치 발전에 기여한 일로 기록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빅2) 두 진영이 지나치게 첨예한 대립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정책토론회, 후보검증 청문회, 국민 참여 경선 등 새로운 시도들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이전투구식 대결과 막판 혼탁선거 양상은 분명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대선후보경선#이명박#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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