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운동가 최병성 목사가 '쓰레기 시멘트' 문제를 거론한 지 1년이 넘었다. 그동안 최 목사와 시멘트 회사들이 설전을 벌였고, 지난해 말에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다뤄졌다. 국회는 국내 생산 시멘트의 60%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6가크롬이 검출되었다며 선진국의 규제 기준을 검토하고 시멘트 내 중금속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해 현실적 기준을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시멘트 공장이 배출하는 분진 등에 대해서도 대기배출 허용기준을 정하고, 공장 주변 토양 오염 실태도 정밀 조사하라고 덧붙였다. 최 목사는 뭔가 달라지는 것 같아 한껏 기대했다. 그러나 올해 반생명 세력의 연대가 시멘트만큼이나 견고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최 목사를 가장 허탈하게 한 건 국회의 지적을 받고 환경부가 지난 7월 18일 내놓은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이다.
환경부는 "폐기물 재활용을 통해 자원순환형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시멘트에 폐기물을 재활용(소각)할 수 있도록" 허가했는데, "폐기물 소각으로 인한 대기 오염과 공장 주변 환경오염 등으로 시멘트 업체와 지역 주민과의 갈등 등 사회적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며 개정안을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자원순환형 사회 위해 쓰레기 시멘트 만든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4년 기준으로 전국 47개 소성로(시멘트를 만드는 가마)에서 하루 평균 약 7만9천 톤(연간 약 288만 톤)의 폐기물을 '재활용' 차원에서 부원료 및 보조연료로 사용했다. 총 4700만 톤의 시멘트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폐타이어 26만5천 톤과 폐합성수지 21만5천 톤 등 모두 269만6천톤(전체 원료의 5.7%)의 폐기물이 쓰였다.
환경부가 발표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시멘트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폐기물 종류와 기준을 적시한 것이다. 공장 주변의 환경오염 실태를 소각장과 같이 3년마다 조사하기로 하였다. 대기배출 허용기준도 수은 0.1mg, HCI 15ppm으로 신규 규제하고, 질소산화합물(350→330ppm)과 먼지(50→40mg/S㎥)도 배출 기준을 강화했다.
환경부는 올해 안으로 시멘트에 잔류한 오염물질에 관행 시행 규칙과 폐기물 관리법을 제정하고, 시멘트 부원료의 유해물질 조사와 공장 주변 토양정밀조사도 벌일 계획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상당히 고심한 것 같다. 일부 언론들도 이제는 시멘트 만들 때 폐기물을 마음대로 못 쓴다고 환경부 개정안을 보도했다. 그런데 최 목사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고, 오히려 쓰레기 사용을 합법화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환경부 주장은 모두 눈속임에 불과"
최 목사는 무엇보다 환경부가 제시한 쓰레기 종류와 기준이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시멘트 부재료는 크롬(Cr) 함유량이 1800ppm 미만인 철강슬래그, 석탄재, 소각재, 분진, 폐주물사, 도자기 조각, 콘크리트, 벽돌, 폐흡착제 등이다. 보조연료는 염소(Cl)함량 2% 이하, 발열량 3000Kcal 이상의 폐타이어, 폐목재, 폐합성고분자화합물, 폐유, 유기성 오니류 등만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부원료와 보조연료 모두 '기타 시도지사 또는 유역(지방)환경청장으로부터 승인받은 폐기물'이 들어간다.
우선 발열량 3000Kcal 이상의 쓰레기만 사용한다고 되어 있는 사용 조건이 문제라고 최 목사는 지적했다. 최 목사는 "하수 슬러지도 4000~5000Kcal가 나온다. 웬만한 쓰레기는 모두 그 정도 발열량이 나오기 때문에 있으나마나 한 제한이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사용 가능한 폐기물 종류로 부원료 7종, 보조연료 5종으로 제안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최 목사는 사실 관계를 호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조연료로 쓰이는 폐합성고분자화합물만 해도 폐합성수지, 폐합성고무, 폐페인트, 폐래커 등 종류가 다양하며, 폐흡착제와 폐흡수제라고 하면 두 종류에 불과할 것 같지만 어마어마한 종류의 쓰레기가 이런 이름으로 묶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멘트 공장에 쓰레기를 납품하는 한 회사의 홈페이지에 뜬 '연포장재와 합지류'의 종류만 해도 농약봉지, 사탕봉지, 썩은 비닐 등 30종이 넘는다.
부원료와 보조연료 모두 '기타 시도지사 또는 유역(지방)환경청장으로부터 승인받은 폐기물'을 사용하도록 한 규정도 사실상 모든 쓰레기를 다 쓰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최 목사는 말했다. 시도지사의 승인을 받은 폐기물이라고 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엄격하게 관리하면 문제될 게 없어 보이지만, 실은 폐기물은 허가를 받는 게 아니라 신고만으로도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최 목사는 부원료로 쓰이는 쓰레기의 사용 조건인 크롬 1800ppm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정부는 이 정도로 크롬을 제안하면 6가크롬(크롬을 고온에서 가열할 때 나오는 발암물질)이 20ppm 수준으로 맞춰진다고 하지만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다"고 일축했다.
특히 6가크롬은 소성로의 온도가 높을수록 급속하게 늘어나는 성질이 있다. 환경부 산하 단체의 조사에서도 1200도에서 크롬 895ppm이 6가크롬 10ppm으로 전환되는데 반해, 1500도에서는 크롬 1221ppm이 6가크롬 159ppm을 만들어내는 결과가 나왔다.
"환경부, 산하 단체 보고서와 정반대 주장"
무엇보다 문제는 6가크롬 이외에도 인체에 해로운 중금속이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쏟아져 나오는데, 환경부는 이 중금속에 대해서는 규정을 만들지 않았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지난 6월 18일 작성해 국회의원들에게 돌린 '시멘트 소성로 관리개선 추진현황'이라는 제목의 자료에서 "크롬 외 중금속 항목은 용역 결과 시멘트 제품에서 검출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외국의 경우에도 특별히 관리를 하고 있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여 (관리기준 항목에서) 제외"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부의 주장은 지난해 국립환경과학원이 환경부에 제출한 자료로만 따지자만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최 목사는 주장했다. 최 목사가 제시한 국립환경과학원 자료의 중금속 항목을 보자.
"현재 국내 시멘트 소성로에는 중금속에 대한 규제치가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외의 경우, 대부분의 시멘트 소성로에서 중금속을 규제하고 있으며…투입 폐기물의 중금속 함량에 따른 유해성을 평가할 때, 배출가스 중 중금속농도 함량은 중요한 인자이므로 국내 시멘트 소성로도 중금속에 대한 규제를 곧 시행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현재 수은만 고시예정농도가 설정된 상황으로, 여러 중금속에 배출 허용 기준에 대한 합리적인 검토를 통해 규제를 시행해야만 한다."
결국, 정부 산하 연구소는 시멘트 소성로의 중금속에 대한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환경부는 크롬 외 중금속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외국의 경우도 특별관리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정부의 연구소에서는 대부분 소성로에서 중금속을 규제하고 있다고 환경부에 보고했다.
특히 양회협회에서 번역해 발표한 '시멘트와 크링카에 있는 중금속 수준'이라는 해외논문을 보면, 시멘트의 연료로 쓰이는 폐타이어의 경우만 해도 납이 평균 50배 이상, 아연이 150배 이상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연구소의 결과와 정반대로 국회의원에게 공개한 것이다.
"환경부와 시멘트 회사 믿을 수 없으니 국민이 직접 나서자"
최 목사는 다른 어느 부서보다도 환경과 국민의 건강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환경부가 시멘트 회사에게만 유리하고 국민 전체의 건강을 위협하는 '악법'을 만들었다고 개탄했다. 게다가 산하 연구소의 조사 결과와 정반대로 국회의원에게 보고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최 목사는 분개했다.
최 목사는 더는 정부에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해 현재 인터넷 상에서 '쓰레기발암시멘트 생산 중단을 위한 네티즌 청원'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3000명 정도가 서명했다. 또 그는 국민들의 힘으로 깨끗한 시멘트를 만드는 운동을 펼칠 생각이다.
현재 '쓰레기 시멘트'의 해로움을 더 정밀하게 분석해줄 연구원과 소비자 운동을 펼칠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최 목사는 자신이 찍은 이슬 사진을 전시하고 자기가 쓴 책을 팔아 얻은 수입으로 시멘트 회사와 환경부를 상대로 싸워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독교 대안 언론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