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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전어가 풍년인 소래어시장.
ⓒ 김혜원
처서를 이틀 앞둔 8월 21일.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와 열대야로 입맛마저 잃어버린 가족들을 위해 특별한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서울에서 가까운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의 재래어시장 소래포구를 찾았다.

휴가철의 막바지라 아직 휴가에서 돌아오지 않는 상인들도 적지 않은 듯 건어물상 몇 곳은 문을 열지 않은 곳도 있지만 소래의 명물인 횟감이나 젓갈류를 파는 가게들은 여전히 활기에 넘쳐 보인다.

▲ 소래어시장 입구에서 함초를 파는 할머니.
ⓒ 김혜원
"함초사세요. 소래 갯벌에서 나는 함초예요."

서해안 갯벌에 자생하는 함초를 가시고 나오신 할머니. 할머니의 권유로 조금 떼어 맛을 보니 기대했던 대로 소금만큼이나 짜다.

함초의 달달한 뒷맛과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다 냄새를 음미하면서 시장골목에 들어서니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이게 무슨 냄새죠?"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 굽는 냄새지요. 요즘 전어가 한창이거든요. 살이 통통하고 뼈가 연해서 지금 먹기 딱 좋은 때예요."
"봄 주꾸미, 가을 전어라고 이제부터 전어가 가장 맛있을 때거든요."


▲ 구이용 전어는 3kg당 1만원. 횟감은 1kg당 13000원.
ⓒ 김혜원
그러고 보니 횟감 생선을 파는 가게마다 살아 있는 은빛의 전어들의 몸부림이 찬란하다. 저녁식사 때 먹을 회 한 접시와 밑반찬에 유용한 짭짤한 젓갈류를 사려고 계획했던 나는 망설임 없이 전어회와 구이용 전어를 구입했다.

밴댕이만큼이나 성질이 급해 살아 있는 것을 먹기가 쉽지 않다는 전어는 한창 성어기인 가을이 아니라면 선도 높은 생선회를 먹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살아 있는 전어 가격은 죽은 것에 비해 월등 높다.

하지만 요즘 바다에 전어가 풍년이라는 소문처럼 한창 많이 잡혀서인지 살아서 펄펄 뛰는 횟감 전어의 가격도 예년에 비해 낮아 1㎏당 13000원에 팔리고 있다.

상인들의 말로는 전어를 찾는 손님의 발길이 많아지면 가격은 그보다 조금 더 오르지 않겠느냐고 한다. 조금 때 이른 전어풍년에 아직 끝나지 않은 휴가철 때문에 아직은 전어가격이 오리지 않은 상태라는 말이다.

횟감 전어에 비하면 구이용으로 좋은 죽은 전어는 3㎏에 1만원으로 훨씬 저렴하다.

▲ 가을에 한창 맛이 좋아지는 수꽃게와 전어.
ⓒ 김혜원
전어는 광어나 도다리, 우럭과 같은 흰 살 생선에 비해 지방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회로 먹을 때 씹히는 식감은 고등어나 갈치보다는 조금 더 쫄깃한 편이며 광어와 같은 흰 살 생선회에 비해 고소한 맛이 강하지만 고등어회보다는 느끼함이 덜해서 식감과 얕은맛에서 모두 식도락가의 입맛을 사로잡을 만하다.

바다로 돌아가려는 듯 싱싱한 회도 좋지만 전어의 맛은 뭐니 뭐니해도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구이에 있다. 만원짜리 한 장이면 3㎏을 구입할 수 있으니 어지간한 집이라면 전어 만원어치로 한 달은 두고 먹을 수 있을 양이 된다.

구이용 전어를 사 가지고 왔다면 조리하기 전에 비늘부터 제거해주어야 한다. 식당에서 파는 전어구이는 대부분 숯불에서 굽기 때문에 비늘이 타서 떨어지게 되지만 가정에서 가스레인지나 그릴을 사용할 때는 비늘이 그대로 붙어 있어 식감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 전어회와 전어구이로 집나간 입맛을 찾아보세요.
ⓒ 김혜원
많은 양을 받아왔다고 미리 소금에 절여두면 맛이 떨어지므로 먹을 만큼씩 얼려 두었다가 굽기 전에 녹여 소금을 솔솔 뿌린 뒤 구워내야 한다. 몸 기름이 많은 생선이라 기름을 두르고 요리하는 것은 피해야 하며 높은 온도에서 지느러미와 꼬리부분이 탈 정도로 바짝 구워야 고소하고 바삭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해가 진 저녁까지 30도를 웃도는 무더위로 사람들을 지치게 만드는 요즘. 이번 주말엔 때 이르게 풍년을 맞은 가을 전어로 남들보다 먼저 가을의 맛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가격은 저렴하고 맛은 최고인 가을전어에 집 나간 며느리도, 집 나간 여름 입맛도 모두 돌아오지 않을까?

▲ 더운 여름엔 짭짤한 젓갈 반찬도 입맛을 살려준다.
ⓒ 김혜원
▲ 생선이 말라가는 소래포구.
ⓒ 김혜원

태그:#가을 전어, #전어회, #전어구이, #소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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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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