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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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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영혼의 은유 혹은, 끝없는 떠돎의 환유로 설명되는 사람들이 있다. 치렁거리는 긴 머리칼과 텁수룩한 수염. 거기에 넝마 같은 입성. 언제 어디서 처음으로 생겨났는지조차 모호한 그들을 우리는 '집시'(Gypsy)라고 부른다.

우울한 전설처럼 전해져오는 집시의 탄생설화는 아름답다.

걸릴 것 없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작은 새들이 있었다. 날지 못하는 짐승들의 미움과 저주 탓에 날개가 황금으로 바뀌자 이 새들의 비행은 끝이 났다. 타의에 의해 지상으로 내려온 새들은 인간이 되기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찾아 끊임없이 떠돌아야 하는 운명과 마주 섰다. 그들이 바로 집시, 아니 스스로는 '롬'(Roms)이라 불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집시가 지향하는 자유분방함과 정처 없음은 많은 사람들이 가슴속에 간직한 로망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한 자유의지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배척해온 게 사실이다. '집시 탄압의 역사'는 그 뿌리가 깊다.

유럽의 많은 나라가 '더럽고, 성적으로 타락했으며, 도둑질을 일삼는다'는 증명된 바 없는 이유를 들어 집시를 자기네 국경 밖으로 내쫓기 바빴다.

지배계급은 두려웠던 것이다. 집시가 제 온몸을 통해 전파하는 자유로운 삶의 방식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규범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메시지가 국민들을 현실이 아닌 몽상으로 내몰까봐.

심지어 2차대전 당시 히틀러는 유대인과 함께 집시를 인류역사에서 사라져야 할 대상으로 규정한 이후, 추방한 것은 물론 집단적으로 학살하기도 했다.

ⓒ 한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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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나긴 수난의 역사도 색안경을 낀 사람들의 편견도 집시를 온전히 추방하지 못했다. 그들은 여전히 살아남아 현실에서 허우적대는 우리를 꿈꾸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 눈빛은 이렇게 묻고 있다.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은 다들 다른 게 아닌가요? 왜 당신과 같은 방식으로만 우리를 이해하려고 하죠?"

바로 이 집시들의 아픈 역사와 현실에 카메라 렌즈를 들이댄 한국인이 있다.

한국에선 심리학을, 파리유학 시절엔 사진을 전공한 한금선. 잡지 <인권>의 사진 디렉터이기도 한 그가 종로구 인사동 아트비트 갤러리에서 집시를 주제로 한 사진전을 연다. 이름하여 '집시-바람새 바람꽃'.

편견과 선입견을 깨기 위해선 자기부정이 선행돼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자기부정을 통해 새로운 세상과 만날 수 있다면 잠시 겪을 어려움이 무슨 문제이겠는가.

기존에 가졌던 집시에 대한 인식전환을 촉구하는, 자기부정을 통해 그들의 자유로움과 만나길 권유하는 한금선 사진전 '집시-바람새 바람꽃'은 22일 시작돼 9월 4일까지 계속된다.

ⓒ 한금선

덧붙이는 글 | 전시관련 문의: 02)722-8749(아트비트 갤러리)


#집시#한금선#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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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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