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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이 23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23일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킴벌리 클라크 전 북아시아 총괄사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한나라당의 푸른색과 대비되는 붉은색 바탕의 캐치프레이즈 "사람중심 진짜경제"를 내세우면서 말이다.

문 전 사장은 확실히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행보를 걸어왔다. 왕성한 환경운동가이자 성공한 기업인으로서 살아왔지만 기존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어왔다. 대선을 3달여 남겨 놓은 시점에서 그가 어느 정도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의견들이 많지만, 그가 기존 주자들과는 다른 새로운 인물이라는 점과 그 동안 걸어온 길을 감안했을 때 그는 분명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과의 공통점, 그리고 차별성

그가 내건 “사람중심 진짜경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보더라도 분명 그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겨냥하고 있다. 둘 다 경제인이었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문 전 사장의 색채는 이 후보의 그것과는 분명 다르다. 둘 다 샐러리맨에서 최고경영자까지 성장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경영철학에 있어서는 견해가 다르다.

현대건설 사장과 서울 시장 시절, 결과를 중시하는 리더십으로 이 후보가 무엇인가 보여주는 성과지향적인 경영을 했다면, 문 전 사장은 과정을 개혁하는 식의 경영을 펼쳤다. 그 대표적인 예가 90년대 초반부터 유한킴벌리에 도입한 4조 교대제라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시스템이다. 외환위기 당시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고 기업 경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4조 교대제라는 시스템 덕분이었다.

당시 새로운 시스템에 반발을 보이는 노조를 끊임없이 설득하고 상생의 길을 마련했던 그의 경영 사례는 훌륭한 경영철학의 표본으로 많은 기업들이 따르고 있다. 그런 기업문화 때문인지 유한킴벌리는 2002년과 2003년에는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조사한 아시아 기업순위에서 톱10안에 들었고, 2003년에는 아시아에서 근무하기 가장 좋은 직장 6위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는 한국 기업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이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서도 문 전 사장은 기념비적인 행보를 보였다. 우리강산 푸르게푸르게, 내셔널 트러스트 같은 많은 환경 운동에 참여했고, 2003년 제1회 한국윤리경영대상 종합대상과 2004년 제2회 기업윤리대상 등 윤리적인 책임감을 가진 기업으로 유한킴벌리를 성장시켰다. 유한킴벌리 사장직을 맡으면서 경영능력 또한 인정 받아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킴벌리 클라크의 북아시아 지역 총괄 사장을 겸직했다.

여러 여론조사, 한나라당 경선에서도 드러났지만, 이번 대선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경제다. 노사문제에 대한 유연한 리더십, 혁신적 경영 성과 그리고 21세기형 기업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문국현 전 사장은 경제분야에 분명 강점이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경영능력과 비교해 누가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범여권에 난립한 다른 후보들과 비교할 때 이명박 후보를 상대했을 때 경쟁력이 있고, 차별성 또한 분명히 있다.

환경 전문가

21세기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환경문제다. 중국과 중동지역에는 황사바람이 거세고,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북극의 얼음은 녹기 시작했다. 세계 여러 곳에서 갖가지 기상이변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국들 사이에서는 환경문제는 아주 큰 이슈다.

세계적인 저널에 환경문제가 톱 스토리로 나오는 것은 요즘 비일비재한 일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대중적인 주목도가 조금 떨어지는 이슈기도 하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환경문제의 예외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상기온은 벌써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중국의 황사 위협에도 자유롭지도 못하다.

이런 문제에 대해 문국현 전 사장은 우리 나라 전문가 그룹의 중심에 서 있다. 환경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시작으로, 90년대 후반부터 ‘생명의 숲’ ‘동북아 산림포럼’ 공동대표를 지내는 등 환경 시민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와도 환경운동을 통해 오랜 친분을 쌓아 왔고, 얼마 전에는 최열 대표와 김수종 전 한국일보 주필과 함께 ‘지구 온난화의 부메랑’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세계의 저명한 정치인 경제인이 참석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P)에 직접 참석해 환경문제에 대한 세계적 연대흐름을 파악하기도 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환경문제는 중요하다. 2012년 교토의정서의 이행기간이 끝나면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감축 대상국에 포함될 확률이 많다. 이는 나라의 경제 성장에도 밀접히 연관된 부분이다. 하루 이틀 걸려 준비할 일도 아니고, 그냥 하나의 작은 정책으로 생각할 만큼 작은 문제도 결코 아니다. 환경문제를 위시해 세계적인 흐름을 읽는 식견과 환경문제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부각한다면, 문 전 사장은 다른 대선 후보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조직

그렇다고 문 전 사장의 미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그 중 하나가 조직의 문제다. 문사장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김헌태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이 합류하고,시민사회세력, 지식인, 성공한 경제인 위주로 꾸려진 그의 캠프는 기존 정치인들과 다른 신선함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온갖 전략과 관행이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 또한 분명하다.

유시민 통합민주당 경선 후보의 지적도 일정 부분 수용할 필요가 있다. 문 전 사장이 기존 정치판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범여권 컷오프에 참여하지 않고 아예 거리를 두는 것은 파격적일 수도 있지만, 잘못하면 주류 정치인들의 경험과 노하우에 밀려 주목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고심해야 하는 대목이다. 현재 원혜영, 이계안 의원 등이 합류하기는 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꼭 경선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메인 필드에서의 전략적 경험을 가진 핵심 참모들의 영입을 통해 입지를 다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 정치는 신념과 진정성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동안 세를 얼마나 불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대국민 인지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지도다. 미미한 지지율을 가지고는 문 전 사장의 행보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확률이 높다. 현재 그의 대중 인지도는 그리 높지 못하다. 시민 사회세력이나 지식인 계층에는 그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이 많지만, 대중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인물이다.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그가 가진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국제적인 감각과 경영 능력, 깨끗한 인품 등을 빠른 속도로 알려야 한다. 무한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그의 앞날은 범 여권의 컷오프가 끝나는 시점과 맞물리는 시기의 여론조사의 향방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합신당이나 민주당 경선 후보들을 웃도는 지지율을 얻는다면 그의 행보는 쉬워질 전망이다. 통합신당 내에서도 천정배 의원처럼 몇몇 정책에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쉽게 포섭할 수 있고, 지지부진한 범여권 경선주자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는 기존 정치세력들을 빠른 속도로 끌어들일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본 경선에 참여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독자적 행보를 가속화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지지율만 높아진 다면, 범여권 후보들에게서 한계를 느끼는 DJ나 노무현 대통령도 막판 그를 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지지율이 현재처럼 아주 미미하거나, 기타 중소 주자들과 비슷한 수준에서 머문다면, 컷오프에서 탈락한 범여권 주자들의 반발로 범여권 본 경선 출마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지 세력 결집이 힘든 것도 물론이다.

기존 정치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고건 전 국무총리,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과 같은 길을 걷느냐, 기존 정치인과 다른 신선함과, 이명박 후보와 대항할 수 있는 경제 능력과 깨끗한 인품 등을 부각시켜 이번 대선 최대의 흥행변수로 발돋움 하느냐, 결국 문 전 사장의 향후 거취는 앞으로 한달여 내의 민심의 향배가 결정할 전망이다.

태그:#문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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