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백시향(할아버지가 지어주었다는 이름, 아버지가 동생들의 이름을 금녀, 미녀로 자은 탓에 이름조차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음)
나이 : 42살
직업 : 검사
특징 : 42살이지만 30대 미모를 자랑하며, 우우하고 단아함의 표상. 단, 노처녀로 동생의 앞길을 막고 있다는 죄책감과 원망을 듣고 있어 괴로움.
미모와 지혜를 가진 단아한 한국의 언니?
<아현동 마님>은 임성한(47) 작가와 남편 손문권(35) 감독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설도 나오고 있는 만큼 본인이 원하는 한국의 어머니상이 아닌 언니상을 그리고 싶은 모양이다. 실제로 그녀가 백시향 같은 여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러한 여성을 꿈꾸는 듯하다.
백시향을 그려내는 모습에 대단한 애정을 쏟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극중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에 비해 드라마의 비중은 온통 백시향에게 쏠려 있고 그녀는 거의 완벽 수준에 가까운 여성으로 그려진다.
사실상 마흔 두 살에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라도 약간은 느슨해졌을 법도 한데 시향 언니는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아줌마보다야 여전히 처녀라는 사실 때문에 마음 놓고 아줌마와 같은 행동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감안한다면 시향 언니 어떨까? 그래도 너무 한다.
미모는 서른 살 수준으로 피부는 백옥같고, 주름 하나 없는 것이 누가 본들 그녀를 42살로 볼까. 거기에 우아하고 단아한 한국의 언니상인 시향 언니. 게다가 미모도 출중한데, 직업도 대단하다. 나쁜 놈들 죄다 잡아들이는 검사로 아버지 백제라(김병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애칭은 “영감님!”인 다소 생뚱맞은 그녀이다.
거기에 행동 말투도 영락없는 30대 초반으로 설정 자체가 그렇지만 역시나 네티즌들로부터 호된 비난을 받고 있다. 역시 네티즌들의 비난을 무시하는 임성한 작가답게 뚝심 있게 그녀를 30대 초반의 미모를 지닌 여성으로 그리고 있다.
거기에 여동생들은 뚱보 자매로 만들어 버리고 무능함까지 더해 놓았다. 동생 금녀와 미녀는 사사건건 언니와 비교 당하며 고달픈 인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럴수록 시향 언니의 완벽은 지속적으로 빛난다.
아무리 한국 드라마가 노처녀를 그리는 재미에 빠져있다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 그렇다고 다른 언니들처럼 자신의 미래나, 현실에 대해 적잖이 고민하고 좌절하며 도전하지도 않는다. 물론 안정적인 명성이 있는 직업에, 아버지의 후원에 단지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한 것이 흠이라면 흠인 시향 언니이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모든 설정이 띠동갑 남자인 부길라(김민성)와 결혼에 골인을 시키기 위함이란다.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려 12살 아래 연하남과 맺어주기 위해 외관상 어울릴 수 있도록 보이고자 시향 언니를 나이 값도 못한 여성을 만들다니... 아무리 한국의 언니상을 만들어 내고 싶다고 해도 이건 과욕이라 생각이 들 정도다.
언니 검사였어? 몰랐네!
물론 검사로써 덕망도 있고 일도 잘한다고 되어 있다. 시향 언니가 유일하게 못하는 것이라면 뚱뚱한 자매의 등살에 짓눌려 주눅 들어 있는 것과 연애와 결혼을 못하고 있다는 점뿐이다.
헌데, 도대체 언제 시향 언니는 검사로써의 모습을 보여줄지 의문이다. 가끔 범인들을 취조하면서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실생활에서 너무나 여성적으로 그려지다 보니 그 자체가 어색해 보인다.
또한 그 조그마한 검사실에서 부길라와 연애를 시작할 무렵이니, 더욱더 검사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검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따져봐야 다른 검사들과 회의를 하거나, 식사를 함께 하는 정도.
그리고 그 사이 간간이 시향 언니를 칭찬하는 장면이 등장할 뿐, 그들이 검사로서 고뇌하는 모습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다른 드라마에서도 언제나 직업은 허울이며, 일일드라마일수록 가정과 가정의 화합과 결혼이 주요 이야기이지만.
임성한 작가와 손문권 감독이 이 드라마를 만들면서 내세운 기획의도대로라면 온통 드라마에서 결혼과 연애 이야기로 점철되는 지금의 상황과 시향 언니를 미모 검사로 만들어 부길라와 짝을 지어주는데 올인한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럼 이즘에서 기획의도로 이야기 해보자.
“이 드라마는 그들의 힘겹고도 정의로운 싸움과 온갖 인간 군상들과의 만남 속에서 벌어지는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 그리고 사랑을 통해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동시에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지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기획의도대로라면 참 좋은 드라마가 탄생했을지도 모르며, 임성한 작가도 변신을 했다는 평가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리가 한참 멀다. 임성한 작가의 정의 구현은 시향 언니의 결혼이며, 다양한 인간 군상은 뚱뚱이 자매 금녀와 미녀를 어떻게 하면 구제불능으로 그려내는가이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시향 언니가 자꾸만 검사란 사실을 망각하게 만들어 버리고, 가끔 취조하는 장면이 나오면 낯선 풍경이 연출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도대체 일을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는데, 언제 그 많은 일을 하실라요? 시향 언니!
그럼에도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12살 어린 젊은 남자 덥석 물어 시집가고, 며느리로서 똑부러지고 야무진 모습을 보여줄 참이다. 분명 검사라는 타이틀은 어디론가 사라져 유능한 커리어우먼의 모습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 부분이 다른 노처녀 드라마와 차별화를 이룬 것이라 우긴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 일단 다르긴 달라도 너무 다르니 말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하나. 더는 시향 언니를 자꾸만 가녀린 여성으로 만들다 가는 임성한 작가도, <아현동 마님>도, 시향 언니도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것 하나는 명심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