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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조제 공사가 한창이던 2001년 8월 한·일공동갯벌조사단의 일원으로 새만금갯벌 생태조사에 나선 일본인 생태학자 야마시타 히로요시(山下博由)씨는 전북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부안댐과 해창교 사이에서 대추귀고둥을 발견하였다. 대추귀고둥뿐 아니라 희귀종으로 알려진 얼룩비틀이고둥도 발견되었다.

대추귀 고둥의 몸의 크기는 높이 3.5 cm 정도, 지름 1.5 cm 정도로 대추를 닮은 원추형이며 입구는 사람의 귀를 닮아 좁고 상하로 길며, 항문구 쪽은 좁고 앞쪽은 둥글고 넓다. 껍데기는 두껍고 갈색의 각피로 덮여 있어 벗겨지면 회색이 드러나며, 껍데기 안은 하얀색을 띤다.

대추귀고둥은 담수의 영향이 미치는 곳에서 살지만 살아가는 데 낮은 염분이 필요하여 강 하구의 만조선 위에서 서식하는 희귀종으로 강 하구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지표생물로 우리나라의 서해안에서만 사는 희귀종이다. 1속1종인데다 환경파괴로 인해 개체수마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이러한 대추귀고둥을 환경부는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Ⅱ급으로 지정하였다.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대추귀고둥이 방조제 완공으로 물길이 차단되었음에도 아직도 목숨을 지탱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지난 6월 13일 환경운동연합 산하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새만금 지역 내 전북 김제시 광활면 은파리 학당마을 개펄에서 대추귀고둥 100여 마리가 집단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힌 것이다.

부안 지역 인터넷 신문 <부안21>의 새만금 생태조사팀도 지난 8월 12일과 17일 부안군 동진면 하장리 동진강 하구와 변산면 대항리 해창천 하구에서 대추귀고둥이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하였다.

환경운동연합 새만금생태조사단이 밝힌 바에 따르면 새만금생태조사단이 환경부에 대추귀고둥을 옮기는 행정절차를 문의하자 환경부는 새만금 사업지역 내에서 발견된 보호종은 사업주체인 농촌공사가 실행해야 한다고 대답하였다.

이에 따라 새만금생태조사단은 대추귀고둥의 빠른 이식을 위해 농촌공사 새만금사업단에 일임하기로 하였으며 지난 9일 김제시 학당마을 개펄에 살고 있던 대추귀고둥 30마리가 전남 보성군 회천면 전일리 개펄로 이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환경부와 농림부 산하 새만금사업단은 자기 할 일을 다 한 것일까. 문제는 특정 개체를 다른 곳으로 옮겨 살리는 데 있지 않다. 그 서식지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새만금간척사업은 대추귀고둥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사업이다. 야생동·식물보호법에서도 멸종위기야생동·식물Ⅱ급을 포획·채취·훼손하거나 고사시킨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대추귀고둥 뿐만이 아니다. 2006년 3월 9일 한·일공동갯벌조사단은 환경부 기자실에서 일본 측 전문가들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갯벌에서 서식하던 신종과 미기록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때 주름기수우렁이, 갯벌기수우렁이, 개맛살이조개를 ‘신종’으로, 대한둥근입기수우렁이, 야베가와모치(일본명)을 ‘신종의 가능성이 높은 종’으로, 구슬우렁이과의 Glossaulax sp., 송곳고둥과의 Terebra sp., 새알조개과의 Glauconome sp., 띠조개과의 Laternula(Exolaternula) sp.을 ‘미기록종(신종의 가능성이 있는 종)’으로 제시했다. 이들 신종과 미기록종도 고사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생물 한 종 한 종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결국 자연의 일부인 인간도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후손들이 살아갈 터전인 자연을 파괴하는 일은 후손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지금 당장 33km 방조제와 영광 원자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온배수로 바다를 빼앗긴 전북지역의 어민들은 대추귀고둥과 함께 고사하고 있는 중이다. 새만금갯벌은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해수유통을 실시하여 대추귀고둥의 서식지를 살리고 어민들도 살려야 한다.

태그:#대추귀고둥, #새만금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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