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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 한 부모 가정의 탈출구는 경제적인 자립과 심리적 안정. 12만 명에 달하는 이들에게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한 부모 가구 수 중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비율은 전체 30%가량. 하지만 100만원 남짓한 낮은 수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가족까지 포함하면 대부분의 한 부모 가정이 경제적인 지원을 필요로 하는 실정이다.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심리적 불안감과 갈등도 큰 문제다. 김은정 성산복지관 가정복지상담센터 팀장은 “특히 청소년기 자녀들에겐 새롭게 형성된 가족 형태를 받아들이는 데 상당한 고통이 뒤따른다”고 전했다.

경제적 문제와 정서적 불안으로 파생하는 문제점은 한 부모 가족의 존립 자체를 흔들어놓는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가족의 다양성이 존중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지원 제도와 정책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현재 한 부모 가정은 비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와 정책 부족으로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다.

한 부모 가족의 실태

ⓒ 우먼타임스
경기 침체, 이혼 증가 등으로 전국의 한 부모 가구 수가 12만 가구를 넘어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한 부모 가정은 전국 1589만 가구의 8.6%인 137만 가구이며, 이중 79%인 108만 가구가 엄마와 자녀들로 구성된 모자 가정이다. 한 부모 가족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눈높이에 맞는 지원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정상적이지 않은 가족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 역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우먼타임스>는 한 부모 가족이 처한 어려움은 물론, 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책과 프로그램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한 부모 가족에게 희망을’ 기획 시리즈를 ①한 부모 가족의 실태, ②한 부모 가족 지원 프로그램, ③달라지는 한 부모 가족의 모습 순서로 3회에 걸쳐 싣는다.

혼자서 딸아이를 키운 지 2년 6개월. 김현주(가명·38)씨는 이혼한 뒤 혼자 아이를 맡아 키운 지 3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한 부모로 독립해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 일자리가 안정적이지 못해 아이 양육비는커녕 두 식구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정부 지원이라곤 한 달에 5만 원씩 나오는 양육비가 고작이기 때문에 모자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딸과 단둘이 살아가기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막막하다.

전국의 한 부모 가구 수가 12만 가구를 넘어서는 등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한 부모 가정은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때문에 이들이 빈곤층으로 몰락하지 않도록 경제적 자립을 돕고, 최소한의 생활을 지원하는 정부 차원의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정부의 지원을 받는 가정은 5천여 세대. 대부분이 경제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전체 한 부모 가정 12만 가구 중 4.4%만이 경제적 지원을 받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모(부)자 가정 보호 대상에 따라 차별 지원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속하지 않을 경우, 실제 한 부모 가정이 느끼는 '체감 복지'는 제로에 가깝다.

모(부)자 가정 보호 대상이라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니면 실질적인 도움은 받지 못한다. 정부는 2인 가족은 월 소득 95만원, 3인 가족 126만원, 4인 가족 157만원 이하 등 가족 수별 소득 기준을 정해 모(부)자 가정 보호 대상을 선정하는데, 6세 미만 아동의 월 양육비 5만원, 고교생 자녀 입학금·수업료 지원이 고작이다.

예를 들면 아이가 셋인 한 부모 가정에 한 달에 100만 원의 수입이 있고 전세를 살면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선정 대상자의 소득인정액이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약간의 부동산이나 동산이 있을 경우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현재 가구원 수별 소득인정액 기준을 보면 2인 가구는 95만원 이하로 책정되어 있어 1백만원 안팎의 수입이 있는 한 부모들은 아무런 경제적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이제는 생활품이 된 자동차가 있을 경우에도 보호 대상자가 될 수 없다.

통계청의 추산에 따르면 한 부모 가족의 월 평균 소득은 약 80만원 수준에 그친다.
그렇기 때문에 한 부모 가정의 가장에게 경제적인 자립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취업·창업 지원 등을 통한 경제적 자립 지원 체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복지 자금 대여 사업 선정 기준이 까다로워 연대 보증인을 구하지 못하면 대출도 불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인적 네트워킹이 취약한 모자 가정은 연대 보증인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것. 갑자기 가장이 돼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모자 가정의 가장은 비정규직 일거리를 전전할 수밖에 없다.

한 부모 가정의 가장들은 자신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스스로 생계를 꾸리고, 가정을 돌볼 수 있도록 경제적 자립 기반을 만들어주는 정책이라고 강조한다.

경제적 능력이 없어 아이를 직접 키우지 못한다는 최이연(가명·40)씨는 “대출이 까다로운 것은 물론이고, 자립을 돕는 여성 직업교육이라고 해봐야 미용 기술 등에 국한돼 있어 현실성이 없다”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한 부모 여성 가장들의 모임인 ‘빅 맘스 클럽’ 회원들 역시 “정부에 무조건적으로 의지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돈 벌어 자립하고 떳떳하게 세금 내고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달라”고 입을 모았다.

심리 치료 시급...상담 지원 서둘러야

경제적인 어려움만큼이나 한 부모 가정을 힘들게 하는 것은 사회적인 시선이다. 가족 해체로 한 부모 가정으로 편입된 가족 구성원들은 주변의 차가운 시선에 커다란 심리적 상처를 입게 된다.

2년 전 이혼하고 두 아이를 키우는 김만수(40·회사원)씨는 한 부모 가정이 된 뒤 가장 힘든 점을 본인의 심리적 위축과 자녀들의 정서 불안이라고 요약했다. 아내의 외도로 이혼한 김씨는 아이와 아내가 연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화번호, 휴대폰 번호도 바꾸고 이사도 감행했다.

처음엔 엄마와 떨어져 사는 것에 큰 불안감을 보이지 않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주 울고, 큰 소리로 싸우는 증세를 보이더니 급기야 며칠 전에는 담임교사한테 둘째아이가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한다는 소식까지 듣게 됐다.

김씨는 “부끄러운 일이 아닌데도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 사실이 무척이나 창피하고 수치스럽게 느끼는 듯하다”며 “새로운 가족 형태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주위 시선에 위축해 생활 전반이 불안정하고 불만족스럽다”고 전했다.

한 부모 가족을 여전히 ‘문제 가정’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심리적 우울증을 앓기 쉽다. 특히 청소년기 자녀들은, 공항 장애나 정서 불안 등이 생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갑작스럽게 아버지나 어머니를 잃었다는 충격 이외에도 어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정신적 공황 상태를 경험할 수 있는 것.

전문가들은 심신이 지친 한 부모 가족에게 국가적인 차원에서 상담을 통한 심리 치료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황은숙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 소장은 “한 부모들이 심리적인 부분에서 가장 큰 고충을 겪는다”며 “지역마다 건강가족지원센터 같은 형태의 한 부모 가정 지원 센터를 마련해 한 부모와 자녀들의 실제 고충을 덜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엔 이혼 등 가족 해체를 경험한 자녀들의 심리 치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부모들이 깨달으면서 자녀 교육에 초점을 맞춘 상담이 주목받고 있다. 김은정 성산복지관 가정복지상담센터 팀장은 “갑자기 한 부모 가족에 편입한 자녀들은 부모 중 한 사람이 곁에 없다는 사실을 자기 방어 차원에서 숨기기 때문에 혼란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알맞은 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태그:#여성, #우먼, #한 부모, #가족,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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