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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에 담을 상토를 손으로 열심히 섞으며 즐거워하고 있는 어린이와 학부모
상자에 담을 상토를 손으로 열심히 섞으며 즐거워하고 있는 어린이와 학부모 ⓒ 장호영

"오늘은 배추재배에 대해 배워보겠습니다. 도시농업에서 재배하기 힘든 대표적인 작물이 고추와 배추에요. 고추는 병균과 싸워야 하고 배추는 벌레와 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배추는 모종을 해서 옮겨 심는 게 좋아요. 배추를 잘 키우기 위해선 먼저 화분에다 좋은 상토를 만들어 담아야합니다. 상토는 저기 있는 펄라이트와 질석, 지렁이 똥 흙을 잘 섞어서 담으면 되요. 가운데 구멍을 파서 물을 조금 부은 후 배추 모종을 심으면 끝납니다. 이제 집에서 잘 키우기만 하면 되요. 베란다는 일조량이 적고, 통풍이 잘 안 돼 실패하는 경우가 많으니 이를 잘 염두하고 매일 아침, 저녁 물을 주면 됩니다".

푹푹 찌는 무더위가 한창인 25일 오전 11시. 인천 부평구 일신공원에는 도시농업을 배우려는 어린이와 부모가 모여들었다. 강사가 도시농업의 의미와 농업의 소중함, 상자를 텃밭으로 만들어 배추를 잘 키우는 법을 흥미롭게 설명하자, 참가자들은 신기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상자텃밭 만들기' 행사는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일신동에 위치한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관장 오미숙)의 회원과 지역주민을 위해 도서관 어린이생태프로그램으로 진행한 것이다.

오미숙 관장은 "직접 흙을 만져보고 농작물을 키워봄으로써 도시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환경과 농업의 소중함을 전해주기 위해 행사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추 모종을 상자에 심고 어린이와 학부모가 기뻐하고 있다.
배추 모종을 상자에 심고 어린이와 학부모가 기뻐하고 있다. ⓒ 장호영
이날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와 부모는 상자를 대신한 화분에 직접 상토를 만들고 배추 모종을 심느라 땀을 흘렸다. 농사를 처음 접해본 참가자들은 신기하고 색다른 체험 때문인지 뜨거운 날씨에도 입가에 웃음이 번졌으며, 배추를 잘 키우겠다고 굳은 다짐을 보였다.

오서연(일신초 2년) 어린이는 "처음 해보는 거라 신기하고 재밌었다"며 "집에서 꼭 잘 자라게 하겠다"고 말했다.

자녀와 함께 참가한 김성희(39)씨는 "아파트나 일반 주택에서도 농사를 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며 "그 동안 한미FTA로 농민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수도 있게구나 하고만 생각했는데 오늘 농업이 환경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등 더 큰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진행 중인 '상자텃밭 만들기'는 도시생태 농업 확산을 위한 사업의 하나로 어린이들이 직접 작물을 재배하면서 자연을 배우고 흙과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또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기 위한 농민들의 땀과 노력을 이해하고 먹을거리에 대한 공부도 할 수 있는 체험 학습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는 이달 28일과 30일에도 부평지역의 어린이도서관이나 장애인단체를 방문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배추가 다 자란 11월에는 인터넷 카페 상에서 '배추왕 선발대회' 등의 행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상자텃밭 만들기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잘 키울 것을 다짐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상자텃밭 만들기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잘 키울 것을 다짐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 장호영


도시농업은 도시와 농촌 모두 살리는 사업
김진덕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운영위원장

▲ 김진덕 운영위원장
- 도시농업이라는 말이 생소하다.
"말 그대로 도시민이 도시의 다양한 공간을 이용해 식물을 재배하고, 동물을 기르는 과정과 생산물을 활용하는 농업활동과 도시와 농촌의 교류를 통해 농업인과 도시민의 삶의 질을 함께 향상시키는 농업활동을 말한다.

농업은 생물, 대기, 토양 환경의 보존, 문화, 정서, 여가, 교육 기능 등의 다원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상품화된 교역적 가치만을 강조한 국가정책으로 인해 농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농업이 갖고 있는 다원적 가치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도시농업은 도시민들이 직접 도시에서 농업활동을 체험하며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회복하고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활동이다."

-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는 어떤 단체인가?
"도시민들이 농업을 체험함으로써 생태환경과 농업의 소중함을 깨닫고, 유기농법에 의한 안전한 먹을거리를 도시에서 생산해 공급하는 로컬푸드운동(‘지역에서 생산한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지역 먹을거리 운동)을 확산시켜 생태도시농업을 활용한 공동체 운동과 사회복지운동을 펼치기 위해 인천지역의 노인복지·청소년·어린이도서관·지역아동센터·시민단체와 개인 참가자들이 지난 6월 결성한 단체이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도시생태 농업 확산, 도시농업 연계 복지사업, 친환경 실천사업, 도시농업 교육사업, 먹을거리 공동체 사업 등 5가지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가장 먼저 상자텃밭을 보급하고 옥상텃밭과 베란다 농사를 지원해 도시생태농업을 확산시킬 것이다. 또한 독거노인에게는 텃밭과 상자텃밭을 보급하는 등 도시농업과 연계된 일자리를 창출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하는 친환경 실천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청소년 환경체험활동과 농업기술지원을 통한 도시농업 교육사업, 도시농업 먹거리 유통망 확보와 도·농 직거래 장터 개설을 통한 먹거리 공동체 사업도 계획 중이다."

-도시농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
"과도한 도시화로 인해 도시민들의 삶의 질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이를 파악한 국가나 지자체도 이미 녹지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펴고 있다. 이런 정책들의 일환인 옥상 녹화사업과 접목해 제도화한다면 충분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 이미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도시농업의 긍정적 효과를 인정해 중요한 도시정책의 하나가 된 지 오래이다. 캐나다 밴쿠버는 시민의 44%가 도시농업에 관여하고 있으며, 독일 베를린은 시유지인 커뮤니티 농장에서 시민 8만명이 농사를 짓고 있다.

도시농업이란 말은 생소하지만 우리나라도 이미 도시농업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주말농장을 통한 농업체험, 도심 곳곳에서 이뤄지는 경작활동이 도시농업의 발전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다세대, 빌라옥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농사, 도심의 작은 자투리땅 곳곳에 벌어지고 있는 경작활동, 화분농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경작활동을 도시농업의 관점에서 네트워크로 묶어내고 도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다양한 풀뿌리 시민운동과 결합한다면 미래는 밝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upyeongnews.com)에도 일부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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