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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우체국(국장 박종희)에 근무하는 집배원 이문환(47·정보통신원 7급·아산시 용화동)씨는 지난 7월 초, 여느 때처럼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해 배달 구역인 아산시 도고면 효자리를 찾았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이었다.
A(50대 중반·농민)씨에게 등기우편물을 전하러 가던 이씨는 논에서 트랙터를 타고 작업을 하고 있는 A를 발견하고 논에서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잠시 후 다시 A씨가 있던 자리를 쳐다본 이씨는 순간적으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A씨가 눈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달려가 보니 뒤집힌 트랙터에 A씨가 깔려 있었다.
이씨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논으로 뛰어들어 A씨를 구출했다. 기도는 이미 진흙으로 막혀있어 숨조차 쉴 수 없는 상태였고, 조금만 더 지체했으면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씨는 침착하게 A씨의 기도를 막고 있던 진흙을 제거하고 응급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119에 신고를 했다.
잠시 후 소방서 구조대원들이 현장에 나타났고, A씨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이씨의 함구에도 그로부터 한 달여가 넘은 뒤 이씨의 선행은 세상에 알려졌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우연한 기회에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는 얘기로 잠시 당시 일을 회상한 것을 같이 근무하는 직원이 귀에 담아 두었다 제보하면서 뒤늦게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씨와 함께 근무하고 있는 남소현씨는 "평소 자신보다는 주위 분들을 위해 항상 힘써 주고 직장 내 즐거운 분위기 조성에도 큰 몫을 하고 있는 넉넉한 웃음을 지닌 분"이라고 칭송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이씨는 평소의 모범적인 생활과 노력을 인정받아 체신청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씨는 당시 상황에 대한 질문에 한동안 쑥스러운 듯 웃음으로 말을 대신하다 잠시 후 "누구라도 같은 처지에 있었더라면 할 일이었다. 더욱이 아는 사람일 경우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면서 "나만 특별한 일을 한 것이 아니다"라며 인터뷰를 극구 거절한다.
A씨는 이날 사고로 갈비뼈 골절상을 입고 한동안 병원 신세를 졌으나 다행히 지금은 건강을 되찾아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
"음주를 한 것 같더라고요. 그러나 사고를 겪고 난 후부터는 절주를 하고 있대요. 물론, 일할 때는 절대로 술을 안 하고요."
집배원 일을 하다 보면 힘들고 어려운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지만 기쁜 소식을 전달해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려움이 싹 가신다는 이씨. 그러나 반대로 안 좋은 소식을 전할 때는 그 무거운 마음을 표현할 수가 없다고.
"집배원 생활을 그만두는 그날까지 날마다 좋은 소식만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씨 그러나 쉽지 않은 일임을 아는지 이내 "힘들겠죠?"라며 물음표를 보내온다.
한편 충남 홍성 출신인 이씨가 아산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집배원'이라는 직업을 갖게 된 지난 88년부터다.
부인 문춘순(40)씨 및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 둘과 오순도순 살고 있으며, 도고면 신유리와 덕암리, 그리고 도산리, 오암리, 농은리 지역 주민들에게 갖가지 소식을 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아산투데이>(http://www.asantoday.com)에도 실렸습니다. 박성규 기자는 아산투데이신문사 소속으로 아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신문 및 인터넷언론 기자들의 연대모임인 '아지연(아산지역언론인연대)' 사무국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