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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관 전경
과학관 전경 ⓒ 김대갑
모든 과학은 상상에서 비롯된다. 공상과 환상을 통해 그려진 세계가 결국엔 현실화되는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다.

부산의 초읍동에 가면 바로 이런 상상력을 자극해 줄 수 있는 곳이 있어 참으로 다행스럽다. 국내 대기업이 전액 출자하여 다양한 기자재와 실험도구 등을 갖춰놓고 무료로 청소년들에게 과학교육을 시키는 곳이다. 기업의 사회 환원이란 측면에서도 바람직스럽고, 부산의 과학교육에 일조한다는 점에서도 바람직스럽다.

'부산 LG청소년 과학관'은 서울의 사이언스 홀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만든 사설 과학관이다. 어린이 대공원으로 가는 길에 있는 이 과학관은 새롭고 미래지향적인 전시물을 갖고 있다. 또 관람객들이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각 분야별 과학 체험장을 갖추고 있다.

청소년 과학관은 지하 1층과 지상 2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요 전시물은 지하 1층의 사이언스 홀에 집중되어 있다. 지상 1층은 케미토피아 관이며, 2층은 디지털 라이프 관이다. 과학관을 관람하려면 우선 관람예약을 해야 한다. 단 한 명이라도 미리 예약을 하면 안내 도우미가 모든 프로그램에 대해 친절히 설명한다.

운동에너지관
운동에너지관 ⓒ 김대갑
관람예약을 끝내고 출입구로 들어가면 10명 단위로 관람을 하게 된다. 관람객들은 우선 사이어스 홀로 들어간다. 사이언스 홀은 총 10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이 에너지관인데, 손잡이를 돌려서 다양한 모양의 기어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점이 이채롭다. 인력에너지가 기계에너지로 바뀌고, 기계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바뀌어 수많은 전구에서 빛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 다음 파트는 바이오텍인데, 여기에서도 무척 흥미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 '아들과 딸 게임' 부분에서는 연인이나 신혼부부가 장차 태어날 아이의 모습을 미리 체험하게 만들었다. 남녀의 특징을 재빨리 파악한 기계가 아이의 모습을 조합해서 영상물로 재현하는 것이다. 만일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곳에 함께 와서 은근슬쩍 프러포즈를 해도 재미있을 것이다.

내 심장이 이렇게 크네
내 심장이 이렇게 크네 ⓒ 김대갑
바이오텍을 지나 미래종합체로 가면 실감나는 진동 시물레이터 영상물이 있다. 일명 마이크로 오디세이라고 불리는 체험장인데, 의료용 마이크로 로켓이 암환자의 몸 안에 들어가 암세포를 파괴하는 장면을 재현한 것이다.

영화의 장면에 따라 흔들리는 의자와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는 관람객이 직접 사람의 몸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준다. 마치 SF 고전영화인 <이너스페이스>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흥미진진하면서도 실감나는 영상물이다.

이제 사이언스 드라마를 관람할 차례. 재미있고 실감나게 과학의 원리를 배울 수 있는 체험장이다. 우스꽝스러운 배우들이 출연하여 다양한 과학실험을 보여준다. 특히 학생들이 직접 무대 위로 올라가 실험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강한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드라마를 통해 과학은 아주 재미있는 소재로 등장하는 것이다. 딱딱하고 어려운 과목이 아니라 연극을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주제가 바로 '과학'이라는 것이다.

사이언스 드라마
사이언스 드라마 ⓒ 김대갑
신기술 파트로 넘어가면 두 개의 무생물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하나는 사람의 얼굴을 자동으로 그리는 로봇 화가이고, 또 하나는 사이버 세상에서만 존재하는 디지털 강아지 초롱이다.

관람객 중에서 한 명을 뽑아 그의 얼굴을 디카로 촬영한다. 그리고 그 인물 정보를 로봇에게 전달하면 바로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로봇이 초상화를 그리는 동안에 관람객들은 사이버 강아지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 기술은 컴퓨터가 사람의 음성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도우미가 초롱이를 부르면 커다란 화면에서 강아지가 등장하여 마치 진짜 개처럼 사람의 말대로 행동한다.

강아지에게 작별을 고한 후 디지털 네트워크 장으로 가보자. 전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과 함께 화상 강의로 김덕수 사물놀이를 배울 수 있다. 화상으로 연결된 다른 나라의 어린이들과 함께 김덕수의 신명나는 장구 가락을 배우는 것이다. 이 기술은 이미 보편화 되었다. 그래서 다소 식상한 기분을 주기도 한다.

로봇 화가
로봇 화가 ⓒ 김대갑
마지막으로 가상레포츠 장. 여기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사이버 낚시와 컴퓨터 농구, 그리고 가상현실을 이용한 봅슬레이 체험이다. 이 부분들은 특별한 감흥은 없다. 게임장에서 볼 수 있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봅슬레이 체험은 나름대로 흥미롭다. 안경을 쓰고 급경사를 내려가는 것이 진짜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약 2시간에 걸친 관람시간은 단 일 분도 지루하지 않다.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는 실험들이 관람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느끼는 감정은 뿌듯함이었다. 어린이를 위한 시설이 태부족한 부산에서 조금이나마 아빠 노릇을 했다는 자부심이 생긴 것이다.

아직도 부산은 많이 부족하다. 서울에 비해 모든 것이 열세인 부산이다. 부산의 상공인들이 뜻을 모아 사설 과학관과 사설 박물관, 사설 미술관이라도 부지런히 건립하면 그 얼마나 좋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LG청소년과학관#로봇화가#사이언스#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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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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