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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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나무 그늘 아래
나이 드신 할아버지
할 일 없이 졸고 있다가
마을 얘기?
내가 올해 아흔 하나여!
다 알지,
뭐가 궁금 혀?
빤히 쳐다보신다.
6,25 난리 때
이 마을에도 보도연맹원이 있었나요?
뭐?
보도연맹 아시쥬?
뭐라구?
귀가 잘 안 들려서...
먼지 날리는 구멍가게 아저씨
바싹 다가와
아버지,
작은 아버지가
보도연맹으로다 끌려 가셨다구 했잖유
도장 찍지 말라구 했는디,
고집스럽게 도장 찍다가
돌아가셨다고 했잖유
난리 통에 사라진
동생 얘기에
뭐라구?
누가?
점점 귀가 멀어가는 할아버지
아버지,
작은 아버지 학살당한 데서
제사도 지내 준데요.
뭐라구?
몰러 안 들려...
우리 아버지 잘 들리시는 디
괜히 그러는 거유
육이오 때
귀머거리 행세로 살아나셨데요
도장 잘못 찍어
학살당한 동생에게
술 한 잔 부어 주지 못한
57년 세월
여전히 귀머거리 될 수밖에 없는 할아버지.
무엇이
할아버지의 귀를 막고 있는 것일까?
잠깐 만요,
돌아서는 발걸음 잡아 댕기는
구멍가게 아저씨,
서둘러 시원한 캔 커피 들고 나와
한사코 돈 받지 않고
귀 멀쩡한 할아버지는
허리 굽힌 인사 받으며
가늘게 뜬 눈으로
슬픈 미소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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