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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들에게 강연하는 문국현 후보의 모습. 이날 특강에서 문국현 후보는 강연 내내 기업의 사회적 책임, 평생교육의 중요성, 중소기업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 손기영

최근 대선출마를 선언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의 대학생 특강이 28일 저녁 7시 남산 '문학의 집, 서울'에서 열린정책연구원의 주최로 열렸다. 강연 예정 시간 30분전부터 강연실은 삼삼오오 모인 대학생들로 시끌벅적했다. 강연장의 풍경은 교수님을 기다리고 있는 강의실과 별반 다를 바 없어보였다.

문국현 대선후보를 지지한다는 대학생들은 많지 않았지만 그의 이미지는 대학생들에게 깔끔하고 청렴하고 신선하게 비쳐지고 있었다.

고종혁(21)씨는 "손학규 후보를 지지하지만 다른 후보에 대한 지지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며 "문국현 후보는 부패와는 거리가 먼 깔끔한 이미지를 갖고 있고, 기업경영에서도 새로운 방식을 많이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노승원(21)씨는 "이 후보는 서울시장 같은 정치경력이 있지만 문국현 후보는 대선후보에 갑자기 끼어든 것 같아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도 "문국현 후보가 어떤 취지로 대선에 나왔는지 궁금하다"며 관심을 표현했다.

이들은 '대학생정책자문단' 소속 학생들로 전체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인 문국현 대선후보의 특강을 듣기 위해 모였다.

문국현 후보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발걸음을 한 대학생도 있었다. 최다함(27)씨는 "평소에 경제 적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깨끗한 이미지의 기업인 문국현 후보가 인터넷 언론 등에서 부각되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며 "인터넷에서 강연회 소식을 접하고 찾아왔다"고 했다.

"대기업·재벌·대운하의 환상에 빠지지 말아야"

학생들의 박수소리로 문국현 후보의 강연은 시작됐다. 문국현 후보는 "큰딸은 학원 선생님하다 해고되어 지금은 파견 직원으로 근무하고, 대학 4학년 둘째딸도 파견 직원으로 늦게까지 일하고 월급도 조금 받는다"며 "제 딸을 포함해 여러분의 고민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문국현 후보는 "우리나라는 평균 노동시간이 연간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높아 2423시간이나 된다"며 "긴 노동시간은 일자리 500만개를 뺏어갈 뿐 아니라 산업재해도 엄청나게 많이 발생시킨다"고 말했다.

또한 문 후보는 "40만 명밖에 태어나지 않는 나라에서 연간 10만명이 다친다는 것은 개인의 불행 배우자의 불행 자식의 불행"일 뿐만 아니라 "연간산업재해손실도 15조원으로 노사분규 손실의 8배나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문에는 노사분규로 인한 손실에만 집중하는데, 이런 보도를 접할 때 마음이 움직일 수 있는 뜨거운 가슴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문국현 후보가 한 학생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 손기영
대기업과 기업인들에 대한 쓴소리를 하며 학생들이 대기업에 관한 환상을 깨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12년 동안 대기업·공기업·재벌기업 합해서 230만 명의 종사자가 130만명으로 줄어 무려 100만 명이 대기업에서 쫓겨난 것"이라며 "겉에 드러난 크기만 보고 대기업과 재벌기업이 여러분의 솔루션이라 생각하면 잘못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강연은 자연스럽게 중소기업 문제로 넘어갔다. 문 후보는 "'9988'이라고 '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말이 중소기업 종사자에게는 '중소기업의 비율이 99%이고, 공무원을 포함한 직장인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하는데 천대받는 현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한 "중소기업 제품이 대기업을 통해 수출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수출할 수 있도록 활로를 열어주면 국제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여러분들이 이 일을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대운하에 관해서도 날선 비판을 가했다. 문국현 후보는 "대운하 만들면서 온 동네 깎아내 서민들 어렵게 만들고, 깨끗한 물을 기름 뜨는 물로 만들겠다는 얘기가 있다"며 "그 돈으로 어떻게 중소기업 살릴 것인지 여러분을 어떻게 해외로 내보낼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문국현 후보는 강연 내내 평생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학생들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국현 후보는 "평생학습도 기업자율에 맡길 게 아니라 약자인 중소기업 벤처 자영업일수록 정부가 인프라를 깔아주어야 한다"며 "교육투자를 과감히 80조로 올리고, 중소기업을 위한 현장학습을 늘려 세계화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에게 25세가 되면 평생학습쿠폰 5개를 주어 75세까지도 끊임없이 경제활동 사회활동 할 수 있도록 교육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긴 강연은 "여러분 희망을 가지십시오"라는 말로 끝났다. 강연이 끝나자 대학생들이 서로 질문하겠다고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 학생들은 기후변화, 환경보존과 경제성장의 관계, 영어와 사회양극화, 교육과 복지 재정 마련 문제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대학생들 "대선후보 문국현 관심있게 지켜보겠다"

기후변화에 대한 평소의 의견을 묻는 인하대학교 한 학생의 질문에 "사람은 더울 땐 덥게 살고 추울 땐 좀 춥게 살아야하는데 왜 여름엔 춥게 살고, 겨울에는 너무 더워 러닝셔츠만 입은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한 그는 "40% 이상 차지하는 수송용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직장 주거 상가 학원을 250m 내로 근접시켜 도시가 하나의 중심을 갖는 거대한 수박형이 아니라 포도송이 같이 수백 개의 작은 허브구조로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익 시민기자는 "문국현씨는 여전히 노동자를 사람이 아닌 생산요소로 바라본다"는 심상정 의원의 비판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문국현 후보는 "우리 평생학습 조직은 결코 생산성만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친화를 기반으로 하며 본인들 스스로 평생학습을 통해 자기실현을 이루었기 때문에 연간 1인당 발명 10개 나올 수 있는 것이지 직원들을 기계로 보는 것이 아니다"고 응수했다. 그는 또한 "유한킴벌리가 왜 아시아에서 직원들이 가장 만족하는 직장이 됐는지 직접 와서 확인해보라"며 "사람을 중히 여기는 직장이고 생산성은 저절로 생긴 부산물"이라고 강조했다.

▲ 문국현 후보의 강연을 듣는 학생들의 모습.
ⓒ 손기영
끊임없이 쏟아지는 질문들로 강연회는 저녁 9시 30분이 다 되어서야 끝났지만 자리를 뜨는 학생들은 많지 않았고 강연이 끝날 때까지 학생들의 눈빛은 초롱초롱했다.

강연회 전에는 문국현 후보에 대해 잘 모르거나 언뜻 알고 있었던 학생들은 강연 후 대체적으로 문국현에 대한 호감을 보였다. 오은화(21)씨는 "예전에는 문국현 후보를 잘 몰랐는데 이번 강연으로 호감이 생겼다"며 "대선후보라고 해서 유세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현실에 대해 진솔하게 알려준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노수미(21)씨는 "집에서 <조선일보>를 보는데 문국현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 강연으로 관심이 생겼고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평소 한국 사회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강연으로 한국의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민경남(22)씨는 "주요 언론에서 잘 다루지 않아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지만 강연을 통해 기업인으로서의 경제 전문가 이미지와 노동문제에 긍정적인 마인드가 합쳐져 다른 후보와의 차별화를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문화와 기업문화에 대해서만 많이 보여줬을 뿐 정치문화와 소통문화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었다"며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문국현 후보의 부인은 BMW를 탄다고?

문국현 후보에 대한 인지도가 작은 만큼 그의 소탈한 면도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엔진을 고쳐가면서 업무용 차량 타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고, 강연장에 올 때 지하철을 이용하는 그의 모습은 분명 다른 후보들에 비해 신선했다. 문국현이 이야기하는 그와 그의 가족이야기.

# 문국현

이날 취재에서 사진을 담당한 손기영 기자는 강연 10분 전에 도착했다. 헐레벌떡 뛰어와서 하는 말. “내가 지하철에서 내리는데 어떤 아저씨가 같이 내리더라고. 누군가 했는데 문국현씨였다니까~"

한편 질의응답 시간에 "문국현 후보는 몇㏄의 차량을 타고 다니냐"는 질문이 있었다. 문 후보는 "3500㏄짜리 에쿠스를 타고 다니는데 6년동안 엔진이며 변속기까지 고쳐가며 타고 있다"고 답하며 웃었다.

# 부인

어느날 문국현 후보의 부인은 자신이 BMW를 타고 다닌다고 말했다. 순간 친구의 차를 빌려서 타나 생각한 문 후보. 알고보니 'B'는 'Bus(버스)', 'M'은 'Metro(지하철)', 'W'는 'Walking(걷기)'이라나.

# 자녀

문국현 후보는 자신이 한국에서 월급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 중의 하나였지만 공교육이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자신의 자식만 좋은 교육을 따로 받도록 할 수는 없다며 사교육을 거부했다.

그 탓에 두 딸들은 엄마 아빠만 믿어서는 안되겠다며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였다고 했다. 중고등학교 때 영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 다른 학생들을 따라잡는 데 고생하고, 대학생이 되어서야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고 한다.

이 말과 함께 문국현 후보는 "영어를 개인에게 맡기는 것은 옳지 않으며, 국제어 교육은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상익 기자

태그:#문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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