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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양복에 짧은 머리스타일을 하고 다니는 일부 아저씨들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한 '깍두기'. 그렇다면 <깍두기>는 혹시 조폭드라마? 재미있는 상상이기는 하지만 주말 드라마 <깍두기>에는 스포츠 머리에 검은 양복를 즐겨 입는 몸집 좋은 아저씨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어떤 음식이든 어떤 상차림이든 그 모든 음식들과 잘 어울리는 깍두기는 다른 반찬과 잘 어울려 감칠맛을 더해주는 양념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편을 갈라 하는 게임에서 깍두기는 어느 편에도 속하지 못하고 홀로 남은 한사람을 말한다. 홀로 남았지만 게임에서 제외되지 않는 깍두기는 어느 편을 위해서든 도움이 되어주는 덤과 같은 역할로 와일드카드나 조커처럼 중요한 승부수가 되기도 한다.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깍두기라는 이름으로 남겨두는 따뜻한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를 담고 싶었다."

 

제작발표회에서 권석장 감독은 깍두기의 의미를 '따뜻한 마음 씀씀이'라 정의하며 "드라마 <깍두기>를 통해 시대에 따라 형태는 바뀌지만 근본적인 의미는 변하지 않는 가족들의 사랑을 그릴 것"이라고 밝혔다.

 

드라마 <깍두기>는 4대가 함께 사는 정구만(김성겸) 일가와 엄처시하의 이승용 일가, 호텔사장인 여걸 송수남 일가등 세 가족의 알콩달콩 사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사랑과 정, 관심과 배려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할아버지와 증손녀까지 요즘 보기 드문 4대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정구만 일가는 사라져가는 가족제도에 대한 재발견이다.

 

엄마없는 여섯 살짜리 증손녀와 친구가 되어 주는 증조할아버지, 아버지의 다리를 주무르다 잠이 들어버리는 머리 허연 아들, 남편과 시아버지를 하늘처럼 존중하는 며느리.

 

예전에는 흔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들은 치정과 출생의 비밀, 외도와 폭력 등으로 얼룩져 있던 주말 드라마계에 오랜만에 부는 따뜻한 바람이 아닐 수 없다.

 

생활환경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며 서로 추구하는 바가 다른 세 가족의 이야기 속에 문득 문득 등장하는 절집소녀 '장사야'(박신혜분). 절집에서 뛰쳐나온 사야는 어느 집에도 속하지 않는 외톨이지만 사랑과 행복을 덤으로 가져다 줄 깍두기가 분명하다.

절집에 버려진 날 우는 소리가 하도 우렁차 "우는 소리가 장사야"라고 했던 스님들의 감탄사가 이름이 되어버린 사야. 언제 어떻게 절집에 들어와 잿빛 승복을 입고 살게 되었는지 알지 못하는 사야는 호기심 많고 천방지축인 성격으로 첫회부터 시청자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있다. 

 

절집에 갇혀 살기에는 혈기가 너무 왕성한 사야는 9번 도망치고 9번 잡혀온 끝에 23년을 입어온 잿빛승복을 벗고 속세로 나오지만 찾으려고 했던 아버지를 끝내 찾지 못한 채 비 맞은 생쥐꼴로 도시의 한 구석에 웅크려 잠이 든다.

 

짧은 머리, 덜렁거리는 성격, 화 났을 때 삐죽이 내미는 입술까지 사야는 <커피프린스>의 남장여자 윤은혜(고은찬)와 쌍둥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닮아 있다. 호텔리어 왕자님과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설정 역시 커피 재벌가의 아들인 한결과 사랑에 빠지는 은찬의 운명과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절집에서만 23년을 지낸 소녀의 순진무구한 모습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는 박신혜를 보면 <커피프린스>의 근로청년 은찬과는 또다른 신선함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18세 여고생이라는 박신혜의 청순한 매력이 절집아이 사야의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져 천진함과 사랑스러움을 더해주고 있는 것이다.

 

편을 갈라 무리를 짓지 않으면 늘 불안해 하는 우리들. 혼자 남게 된 하나에게는 그 어떤 호의도, 배려도 베풀려하지 않는 인색함. 드라마 <깍두기>는 지금껏 우리가 편을 갈라 무리를 지으며 버렸던 혼자남은 것들에 대한 돌아봄이다.

 

혼자 남겨진 것들에 대한 소중함, 고마움, 미안함. 드라마 <깍두기>에서  바라게 되는 맛은 우리네 깊은 심성 속에 자리한 정감어린 이런 맛들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티뷰기자단 작성기사


태그:#MBC주말드라마, #깍두기, #장사야, #박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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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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