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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테지 배치를 보여주는 안내 지도
 이시테지 배치를 보여주는 안내 지도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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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장 요술시계의 한판 요술을 보고 우리 일행은 이시테지(石手寺)로 향했다. 이시테지는 도고온천에서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이다. 그러나 비도 오고 시간도 벌겸 버스로 이동한다. 이시테지 앞에 내리니 먼저 산 위에 커다란 부처님 동상이 보인다. 시코쿠 지역에 불교를 퍼뜨린 고보대사(弘法大師)라고 한다.

그 산 아래 이시테지가 있는데, 이 절은 고보대사가 걸었던 순례의 절 중 51번째에 해당한다. 현재 마츠야마에는 46번 조루리지(淨琉璃寺)에서 53번 엔묘사(円明寺)까지 8개의 순례 절이 있다. 그 중 우리는 이시테지를 자세히 보게 되었다. 이시테지는 728년 쇼무(聖武) 천왕의 지시로 오치 다마수미(越智玉純)가 세웠다.

현판을 통해 이시테지가 횡곡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현판을 통해 이시테지가 횡곡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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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테지에 들어서면 긴 회랑이 우리를 맞이한다. 그리고 절로 들어가기 전 문 위에 횡곡산(橫谷山)이라는 현판이 있어 이시테지가 횡곡산에 자리잡고 있음을 알린다. 이 문을 지나 법당으로 들어가는 인왕문(仁王門)에 이른다. 인왕문은 지금부터 670년 전 가마쿠라(鎌倉) 막부 시절 세워졌으며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이 문을 지나 우리는 오른쪽으로 돌면서 절을 구경한다. 이렇게 하면 청정심이 생긴다고 하는데 정말 믿거나 말거나 수준이다. 오른쪽으로 첫 번째 고보국사의 오차당(お茶堂)이 나온다. 그 북쪽으로는 3중탑이 세워져 있고 오른쪽에는 종루가 서 있다. 3중탑은 높이가 25m로 가운데 석가여래가 모셔져 있고 좌우에는 보현과 문수 보살이 협시하고 있다.

가리제모천을 소개하는 안내판
 가리제모천을 소개하는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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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으로는 호마당(護摩堂)이 있고 그 북쪽에 가리제모천당(訶梨帝母天堂)이 있다. 가리제모천은 아마 자식을 점지해 주고 그들이 태어나서 잘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모양이다. 이들 두 건물은 기복적인 성격이 강해 보인다. 이곳을 지나자 동굴이 나온다. 대선굴(大仙窟)이라고 하며 그 안에 88개의 기도처가 있다. 기도처에는 대개 목불(木佛)이 안치되어 있다.
굴을 나와 우리는 중요문화재인 본당으로 간다. 본당에는 약사여래가 모셔져 있다고 하는데 확인하기 어렵다. 본당 앞 마당에는 좌우로 두 대의 등롱이 세워져 있다. 전체적으로 좁은 공간에 건물이 많이 들어서 있어 절이 조금 답답한 느낌을 준다. 마당 서쪽에 있는 아미타당만 유일하게 단순한 건축미와 싱그러운 녹음이 잘 어울린다. 이곳에서는 참선을 하면 쉽게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한 건축미를 보여주는 아미타당
 단순한 건축미를 보여주는 아미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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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면서 국보인 인왕문을 다시 자세히 살펴본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팔작지붕의 2층 누각 형태이다. 아마 건축학적인 아름다움보다는 가마쿠라 시대를 대표하는 역사성 때문에 국보로 지정된 것 같다. 이시테지에는 그 외에도 대사당, 오륜탑, 보물관이 볼만하다고 한다. 그러나 날씨가 좋지 않아 이 정도로 절 구경을 마무리한다. 

꽃과 새를 그려 넣은 꽃병
 꽃과 새를 그려 넣은 꽃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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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을 나와 우리 일행은 빗속을 뚫고 마츠야마에서 조금 떨어진 도베야키(砥部燒) 도예관으로 간다. 이곳에는 꽃병과 접시, 다기, 세면 용기 등 주로 생활도자기가 있어 상당히 실용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값이 너무 비싸 사고 싶은 마음이 별로 생기지 않는다. 세면기로 쓸 수 있도록 만든 도자기는 4-5만¥이나 하고 꽃과 새가 그려진 화려한 꽃병은 10만5천¥이나 했다. 우리 돈으로 따지면 50만원, 100만원 정도나 하니 엄두를 낼 수가 없다. 그리고 설사 산다고 해도 이것을 어떻게 한국에 가져갈지 자신이 없다.

도베야키 도예관에 전시된 자기들
 도베야키 도예관에 전시된 자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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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일본의 박물관이나 전시관을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물건들을 기가 막히게 잘 전시해 놓는다는 점이다. 소위 전시기획의 수준이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다. 이들 전시관에서 나는 공간 배치의 기술, 조명을 통해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기법, 영상이나 체험을 통한 현장감 부여 등의 기술과 재주를 배우게 된다. 

도예관 2층으로 올라가자 전시관 한쪽으로 체험관이 있다. 유리로 차단된 공간 안에서는 장인이 물레를 돌리면서 성형을 하고 있다. 그리고 바깥에서는 어린 애들을 데리고 온 교사 같은 사람이 애들과 함께 작은 접시를 만들면서 그곳에 무늬를 그려 넣는다. 조금 큰 녀석은 그래도 제법 문양을 집어넣는데, 작은 녀석은 잘 안되는지 눈에 눈물이 맺혔다. 함께 온 엄마가 맞은 편 책상에 앉아 이들 자매를 바라본다. 이러한 모습을 보니 애들 키울 때 생각이 난다.

물레를 돌려 도자기 모양을 만드는 장인
 물레를 돌려 도자기 모양을 만드는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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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일본여행 열 여덟번째, 마츠야마 네번째 이야기다. 마츠야마 지역의 정신세계를 알기 위해 이시테지를, 예술세계를 알기 위해 도베야키 도예전시관을 찾았다. 절에서는 기복적인 면을, 도예관에서는 실용적인 면을 파악할 수 있었다.



태그:#이시테지, #고보대사, #아미타당, #도베야키, #생활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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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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