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감 시- 한빛/손현희 감나무 밑에서 제법 모양을 갖춘 살 오른 녀석들을 올려다보다 뒤통수를 때리는 무언가에 놀라 고개를 돌리니 한창 삶을 채우던 애기 땡감 하나, 떼구르르 굴렀다. 아직 삶 채우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왜 벌써 제 집과 이별하는 걸까? 그러고 보니 발 아래 제 놈 같은 녀석들 여럿이 뒹굴고 있었다. 옳아! 그게 제 몫인 거야! 아직 실하지 않을 때 남겨진 식구들 배불리 채우라고 좁은 틈, 제 식구에게 넘겨주고 저는 떠나온 게 분명해. 나를 채우려던 욕심이 땡감에게 쑥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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