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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이면 가정방문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 지난 목요일, 저수지가 한눈에 보이는 마을에 도착하여 가정방문대상자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 도로가에 차를 세우고 내려가는데, 그 집의 텃밭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텃밭에는 오이, 가지, 호박, 고추, 토마토가 자연스럽게 열려 있었고 그 한 가운데에 어디서 본 듯한 나무가 이상한 꽃과 열매를 안고 서 있었습니다. 그 나무를 본 순간 다른 것은 보이지 않고 그 나무만 자꾸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선 이곳에 온 목적을 실천하기 위해 대상자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마침 그 집에는 들에서 일을 하고 막 돌아와 쉬고 있는 아주머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저씨가 몸이 불편하셔서 들일은 아주머니 혼자서 감당하고 계셨습니다. 혈압, 혈당 재고, 투약 및 병원에 다녀온 상황을 파악하고, 현재의 상태를 살피기 위한 상담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지, 운동의 필요성과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 방법 등을 반복하여 설명하고 보호자 상담을 끝으로 방문을 마치고 나오면서, 배웅하는 아주머니와 작별 인사를 하고 그 텃밭으로 가보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자 옛날 어렸을 때 동네 어느 밭에서 보았던 아주까리 나무였습니다. 나무에는 이미 열매가 맺혀 있었고 막 열매가 되려는 것과 노란 꽃이 예쁘게 피어 있었습니다. 아주까리 꽃은 처음 보는 것이라 여간 신기하지 않았습니다. 귀한 보물을 만난 듯 조심스럽게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작고 귀여운 것이 예쁜 모습으로 햇살을 받으며 피어 있었습니다.

 

아주까리 나무를 보자 갑자기 어느 가수가 열창하는 노래 가사가 떠오릅니다. '아리랑'의 가사에도 종종 아주까리가 등장하는데 '영천 아리랑', '강원도 아리랑'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아라린가 쓰라린가 영천인가/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오. 아주까리 동배야 더 많이 열려라/ 산골 집 큰 애기 신바람난다/ 멀구야 다래야 더 많이 열려라/ 산골 집 큰 애기 신바람난다/ 울 넘어 담 넘어 님 숨겨두고/ 호박잎 난들난들 날 속였소.

 

이 가사는 '영천 아리랑'의 가사입니다.

 

강원도 아리랑의 가사에도 아주까리가 등장합니다.

 

아주까리 동백아 여지 마라/누구를 괴자고 머리에 기름/아리아리 스리스리 아라리요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열라는 콩팥은 왜 아니 열고/ 아주까리 동백만 왜 여는가/아리아리 스리스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산중의 귀물은 머루나 다래인간의 귀물은 나 하나라/ 아리아리 스리스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아주까리는 피마자라고도 불리며, 열대 아프리카 원산으로서 전 세계의 온대지방에서 널리 재배한다고 합니다. 약 2m의 높이로 원산지에서는 나무처럼 단단하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라고 합니다.

 

꽃은 암수한그루로서 8∼9월에 연한 노란색이나 붉은색으로 피며, 원줄기 끝에 길이 20cm 정도의 총상꽃차례로 달립니다. 수꽃은 밑 부분에 달리고 수술대가 잘게 갈라지며 꽃 밥이 있고, 화피갈래조각은 5개이며 암꽃은 윗부분에 모여 달린다고 합니다.

 

씨방은 1개로서 털이 나고 3실이며, 3개의 암술대가 끝에서 다시 2갈래로 갈라지고, 열매는 삭과(殼果)로서 3실이고 종자가 1개씩 들어 있으며 겉에 가시가 있거나 없습니다. 종자는 타원형이고 밋밋하며 짙은 갈색 점이 있어 마치 새알 모양이고 리시닌이 들어 있으며, 종자에 34∼58%의 기름이 들어 있는데, 불건성유이고 점도가 매우 높으며 열에 대한 변화가 적고 응고점이 낮은 특징이 있습니다.

 

피마자유는 설사약·포마드도장밥·공업용 윤활유로 쓰고, 페인트·니스를 만들거나 인조가죽과 프린트 잉크 제조, 약용으로도 쓰인다고 되어 있습니다. 아주까리는 단정한 사랑, 우아, 친구의 우정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으며, 아주까리(피마자) 열매의 씨로 짠 기름은 완화제나 관장제로 쓰이며 피부나 머리에 바르기도 합니다.

 

요즘 젊은 신세대들은 머리에 무스를 바르지만 예전에는 무스대신 창포물로 머리를 감고 린스대신 아주까리기름을 발라 한껏 멋을 냈던 기억이 납니다. 머리에 기름이 좌르르 흐르도록 아주까리 기름으로 멋을 내고 사랑을 나누던 청춘 남여들이 가물가물 떠오릅니다.

 

동네 텃밭에서 아주까리를 만나자 고향 친구들을 만난 듯 반가움이 새록새록 솟아납니다. 유년시절을 보냈던 산골짜기 고향 마을이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때 고향마을에는 초가집, 함석집, 기와집이 사이좋게 옹기종기 모여 살았고, 밭에는 고추, 벼, 뽕나무와 오이, 호박, 가지 등과 함께 아주까리 나무가 간간이 심어져 있었습니다.

 

지금쯤 그 아주까리기름을 바르며 한껏 멋을 부렸던 청춘 남녀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사진을 보노라니 고소한 아주까리 향이 느껴지는 고향이 그리워집니다. 

덧붙이는 글 | 이인옥 시민기자는 현재 보건진료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아주까리, #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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