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항공이 다음 달 25일 시드니-싱가포르 구간에서 A380기의 첫 상업운항을 시작한다. 에어버스의 거듭된 납기지연으로 취항이 늦어졌던 A380기가 드디어 승객을 받기 시작하는 것.
총 19대의 A380기를 주문한 싱가포르 항공은 올 해만 4대의 기체를 인도받아 장거리 노선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 항공은 최근 취항을 기념해 시드니-싱가포르 구간의 1등석 2장을 이베이에서 경매에 붙여 10만달러가 넘는 가격에 팔기도 했다.
싱가포르 항공이 주문한 A380은 그 동안 알려진대로 '하늘 위의 호텔'이라는 이 수퍼점보기의 진면목을 보여 줄 수 있을까?
항공기 엔진과 내부 디자인은 전적으로 항공사의 결정사항이다. 그간 에어버스가 언론에 공개한 실내 디자인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시안. 대다수 항공사가 기내 실내 디자인을 핵심 경쟁요소로 여기기 때문에 싱가포르 항공 역시 A380기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지 철저히 보안에 붙이고 있다.
<시애틀 포스트>에 따르면 싱가포르 항공은 자사의 우량 고객을 초청해 A380의 실내 디자인 시안을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품평회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객에게 비밀준수서약서를 받는 등 기밀 유지에 매우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
싱가포르 항공측이 먼저 공개하기 전에는 첫 선을 보일 A380이 '하늘 위의 호텔'이라는 그간의 진면목을 보여 줄 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간접적으로 추론할 단서는 있다.
싱가포르 항공이 에어버스에 주문한 A380기는 총 490석으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에어버스측이 일등석, 비즈니스석, 일반석 등 3단계 좌석구성을 할 경우 예상한 555석보다 65석이 적은 숫자.
싱가포르 항공이 예상보다 널찍한 공간구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첫 취항인 만큼 승객을 깜짝 놀라게 할 만 한 무엇을 준비하고 있지 않나 추측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중동의 에미레이트 항공 역시 480~490석으로 좌석을 설계했고 호텔 객실처럼 일등석 전용 별실을 만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총 40대가 넘는 A380을 주문한 에미레이트 항공은 고급형 외에 비즈니스석과 일반석으로만 구성한 650석 모델도 운항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보잉 747의 전례를 보면 A380이 '하늘 위의 호텔'이 될 것이라는 일반의 기대는 실현되지 못할 확률이 더 높다.
보잉 역시 지난 1970년 당시 최대의 민항기인 747을 공개하면서 고급 라운지 등을 제안한 바 있다. 보잉은 2층 객실을 소파, 테이블 등을 갖춘 고급 '타이거 라운지'로 꾸며 항공사에 제안했고 팬암 등이 실제로 운항을 하기도 했지만 미국 항공시장의 가격경쟁이 심해지면서 곧 사라지고 말았다.
고급서비스보다 한 명이라도 더 승객을 태워야 수지를 맞출 수 있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쓸모 없는 럭셔리 공간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것.
실제로 버진 항공과 에미레이트 항공은 에어버스에 현재 모델보다 동체를 늘인 A380 변형기종을 개발해 달라며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양 항공사는 이를 통해 대당 140석 이상을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싱가포르 항공이 올 10월 A380을 취항시키더라도 실제로 헬스클럽 등을 갖춘 '하늘 위의 호텔'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휴식용 라운지, 간이 바 등이 일반 승객이 A380에서 실제로 즐길 수 있는 현실적인 럭셔리가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는 대한항공이 A380기 5대를 주문했으며 로스엔젤레스 등 미주와 유럽 노선에 주로 투입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