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교회성장 정책은 해외선교에 경쟁을 촉진시켜 호기심이 강한 젊은이들을 자극시켜 봉사활동이라는 미명하에 선교를 강행한다. 그 옛날 점령군이 파견된 외국에 선교사들이 파송되어 이교도들을 개종시키는 전투적 선교를 방불케 한다." - 김형태 목사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에 대한 국민의 차가운 반응은 한국교회의 자기반성이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한가를 일깨워주었다. 이번 기회에 한국교회는 자기들만 자족하는 모임이 아니라 예수님처럼 이웃을 위해 희생하는 모임으로 거듭나야 한다." - 보수 개신교계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와 관련해 개신교계가 진보·보수의 이념을 떠나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사태로 불거진 단기선교에 대한 비판이 한국교회 전반에 대한 비난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측의 해법은 서로 달라 보인다. 일부 진보 측 원로 목사들은 "이번 사태는 개신교계의 모순이 폭발한 것"이라면서 한국교회에 전반적인 각성을 촉구했다. 교회의 배타성·부패 문제에 쓴소리를 내온 원로 목사 및 교회 관계자 150여명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연지동 연동교회에서 '장로교 목사안수 100주년 기념 참회기도회'를 열었다. 앞서 오후 1시 서울 장충동 기독교사회책임 사무실에서는 6개 보수 개신교단체들이 모여 '기독교인의 반성과 다짐'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보수측 단체들은 정부의 권고에 따르지 않은 점 등에 대해서는 자기반성을 외치면서도 "단기봉사활동을 선교활동이라 해서는 안된다"면서 선교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아프간 피랍자 19명이 한국땅을 밟은지 3일째인 4일 오후 진보·보수 개신교 단체들이 각각 참회기도회·기자회견을 열고 피랍 사태를 되돌아봤다. [진보] "아프간 피랍, 한국교회 모순 적나라하게 드러나"
이날 연동교회 참회기도회에 모인 원로 목사들은 탈레반 피랍 사태를 한국교회 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였다. 이들은 피랍 사태를 두고 "양적 성장만을 강조해온 한국교회의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와 동시에 이들은 개신교를 바라보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에 대해 "뼈를 깎는 반성이 필요하다"며 통탄했다. 김형태 목사(예장통합 전 총회장)는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자'는 성경 구절을 딴 제하의 설교에서 "한국교회는 교인수·대형 집회수·파송 선교사 및 외국 자원봉사자의 수와 업적을 신앙적인 성과인 것처럼 선전하면서 전투적인 선교활동을 강조한다"며 "이 같은 양적 증가는 도덕적·영적 가치의 타락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장로)도 '한국역사에서의 목사안수의 의미'라는 기념강연에서 "대부분 누리꾼·시민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교회의 모순 전체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한국교회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이 전 위원장은 "국민들은 사람·평화·용서·화해를 말하는 종교 지도자들이 얼마나 독선적이었는지, 자기 잇속만 챙기려들었는지에 대해 그간의 울분을 쌓아놓고 있다가, 이번 사건으로 그 분노가 집약돼 표출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이 전 위원장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을 도우면서 그들로부터 그 나라의 언어·문화를 4~5년간 배운 신자들을 선교사로 임명해 외국에 보내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선교방식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 전 위원장에 이어 설교대에 선 서광선 목사(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세계화 시대 올바른 선교란 외국에 나가 다른 언어·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들의 문화·종교를 배우는 것이다"면서 "젊은이들에게 단기선교를 시키기보다는 차라리 장기 유학을 보내라"고 주장했다. 원로 목사들은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양적 성장 제일주의 ▲오만과 독선 ▲잘못된 신학교육 ▲미숙한 복음전도(선교방식) ▲교회의 사유화 ▲목회자의 타락한 사생활 등으로 요약하면서 참회의 기도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서일웅 목사는 참회기도문에서 "경제·문화 우월주의를 전제하는 19세기 제국주의적인 복음전도를 되풀이 하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보수] "한국교회 자기반성하고, 끝없이 인내하는 자세로 선교해야"
보수 개신교 측에서도 이번 피랍 사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보수 측은 한국교회의 자기반성을 촉구하면서도 개신교계가 해외선교 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사회책임·기독교선진화연합 등 개신교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국민은 교회에 대한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사태를 보고 있다"면서 "앞으로 선한 일을 적극적으로 펼쳐서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이 다시 교회로 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기독교사회책임 등은 "한국교회의 해외선교 전략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아야 한다"면서 ▲해외선교의 주된 목적에 따라 사랑과 평화가 넘치는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할 것 ▲이슬람권 등 전도활동이 불가능한 지역에서는 끝없이 인내하는 자세로 선교활동에 임할 것 ▲선교라는 용어 사용에 신중을 기할 것 등을 개신교측에 당부했다. 이들 단체는 "선교는 전도활동과 봉사활동을 다 같이 포괄하는 개념임에도 일반국민은 선교를 단순히 전도활동으로만 국한하여 이해하고 있다"면서 "순수한 봉사활동을 선교활동으로 표현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단기 봉사활동을 단기 선교활동으로 표현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한국교회 전체가 반사회적·반국가적 집단으로 오해받을 염려가 있다, 국내외선교에 타격을 입을 것이 우려된다"면서 다음달 4일까지 한 달 동안 이들이 발표한 '기독교인의 반성과 다짐' 성명에 동참을 호소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