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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잡이 배 .
멸치잡이 배. ⓒ 위창남

기선권현망. 멸치잡이 배를 그렇게 부른다. '권현망'은 표층 끌그물(자루 앞쪽에 날개가 있고, 그 끝에 기다란 끌줄이 달렸다) 한 가지로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는 방법이다. 기본 구조는 다른 끌그물과 같지만 날개그물 길이가 다른 어구에 비하여 훨씬 크다.

어구를 끄는 속도가 매우 느려 자루그물 안으로 들어가 고기가 되돌아 나오지 못하도록 해선망(긴 원추형 그물에 날개 줄을 연결하여 배 양쪽에 친다)이 설치되어 있다. 예전에는 어민들이 손으로 그물을 거두어들였으나 요즘에는 '양망기'라고 하는 그물 걷어 올리는 기계를 쓴다.

기선권현망 멸치선단은 어로장(고기잡이하는 일을 맡은 책임자)이 탄 어탐선 1척과 본선 2척, 가공 운반선 2척 해서 모두 5척인데 새로 갖추려면 40억쯤 들어 옛날엔 선주들이 '귀족'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멸치잡이에서는 어로장에 따라 멸치어획이 좌우돼 실력 있는 어로장은 연봉 1억원이 넘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배 두 척이 그물을 끌면서 멸치를 그물자루 끝 쪽으로 모으면 굵은 호스와 연결된 펌프를 이용해 가공 운반선으로 보내진다. 가공 운반선은 그 멸치들을 즉석에서 대나무 발(요즘에는 플라스틱으로도 쓴다)에 담아 기다란 직사각형 솥에서 3~4분가량 삶는다. 그런 다음 곧바로 육상 건조장으로 운반한 뒤 13~14시간동안 말려 다음날 바로 시장에서 판매한다.

정치망(어구를 일정한 장소에 설치해 어획하는 어법)과 유자망(수건 모양 그물을 수면에 수직으로 펼쳐서 조류를 따라 흘려보내면서 그물코에 꽂히게 하여 잡는 어법)은 1년 내내 멸치잡이가 가능하지만 가장 많은 어획량을 올리는 기선권현망 멸치잡이는 매년 7월1일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이뤄지며 4월부터 6월까지는 어자원 보호를 위해 고기를 잡지 못하도록 지정돼 있다.

국내 마른멸치 생산량 50%를 차지하는 통영은 경남 곳곳에 흩어진 멸치잡이 선단 본거지이자 국내유일 멸치잡이 수협인 기선권현망 수협 본점이 있는 멸치조업 중심지다.

그렇지만 서해는 중국배가, 서남해는 기선권현망이 싹쓸이 해 바다는 노인과 뼈만 남겨져 청산도 어민들은 "허울 좋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라고 허탈해한다.


#기선권현망#멸치잡이#청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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