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회의원(전 국무총리)이 자서전적 이야기를 담론식으로 담은 책 <청양 이 면장댁 셋째 아들, 이해찬>(푸른나무刊)을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했다. 국판 크기의 이 책은 270여 페이지로 제작되었으며, 이해찬씨 자신의 이야기와 이해찬씨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들이 그의 인간적인 모습과 리더십에 관해 소개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책의 제목에서도 와닿듯 저자인 이해찬 씨가 자신의 아버지가 생전에 '면장'의 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유독 자랑삼아 이야기라도 하는 듯한 느낌을 선뜻 받게 되는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 아닐까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책 제1부의 시작부터 <잊지 못할 '청양 이 면장'의 당부>란 제목의 글로 채워지고 있는데, 그 대목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는 점이 퍽 인상적이다. "충청남도 청양이 고향인 우리 아버님은 한평생 '이 면장'으로 불리셨다. 실제로 면장 일을 하신 기간은 해방 직후부터 4·19 혁명 때까지 십 수 년이지만, 내 기억이 시작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2004년 마지막 눈을 감으실 때까지 아버님은 늘 '이 면장'이셨고, 나는 언제나 '이 면장 댁 셋째 아들'이었다. 아버님이 생전에 그 호칭을 자랑스러워 하셨듯이 내게도 '이 면장 댁 셋째 아들'은 여전히 자랑스러운 이름이다." 이러한 대목에서는 이해찬씨가 그의 부친에 대해 충만했던 존경심과 효심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성 싶다. 또한 책의 앞표지를 넘기자마자 나타나는 시 한 수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고은 시인의 시다. 차령산맥 아랫자락 / 충남 청양 산골에서 태어나 / 느린 말 / 느린 행실일 터인데 // 아버지는 일본유학생이었으나 / 그냥 고향에 묻혀 / 마을 길 쓸거나 / 이웃들 / 이웃 마을들 돕거나 하며 // 그 아버지의 말은 느렸다 / 그러나 아들 해찬이야 / 그럭저럭 / 말도 느리지 않고 / 행실도 느리지 않게 되어 // 이세호 중장이 재판장이던 / 민청학련 사건 이래 / 내내 / 유신체제와 맞섰다 // 때로는 실실 실눈 떠 웃으며 / 모진 턱이야 적막하지만 / 그 머리는 빠른 팽이라 / 쓰러지지 않고 / 그 이론은 한판의 잔치 남기고 있어 ― 고은, 「만인보」 12권 이해찬 편 중에서 이 책은 제1부 '나 자신을 말한다', 제2부 '미래를 향한 전진', 제3부 '이해찬을 말한다' 등 3부로 크게 나뉘어져 있는데, 독자들이 이해찬 씨의 정치적 역정과 정치적 소신·철학 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도서정가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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