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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회견장을 꽉 메운 기자들을 보며 "고맙다"는 말로 첫인사를 했다.

 

5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은 그의 '여의도 데뷔' 무대였다. 문 전 사장은 여의도 국회 인근의 한 빌딩 4층에 마련한 선거 캠프에서 회견을 열었다. 크기는 60평 정도다. 그는 사무실의 이름을 '대한민국 창조본부'라고 붙였다. 입구 왼쪽에는 '문국현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창조본부'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박혀있다.

 

최근 의미있는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인지 회견에는 취재진 40여명이 몰렸다.

 

기자들에게 "캠프 자주 찾아달라... 제 방에 상주하셔도 좋다"

 

캠프에서 처음 기자들을 마주한 문 전 사장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조그만 공간을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며 "조그맣지만 이 곳은 여러분 공간입니다"라고 입을 뗐다.

 

그는 회견 전·후 두 번이나 기자들과 악수를 나눴다. 캠프를 자주 찾아달라는 당부도 했다. 문 전 사장은 "(기자) 여러분의 공간으로 이 곳과 이 옆방(기자 상주실)을 만들었다"며 "(캠프 면적 중) 30% 정도를 작지만 (기자들을 위해) 마련했다, 여러분 공간으로 잘 활용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부탁했다.

 

회견을 마치면서도 웃으며 "여기에 자주 오시라"며 "상황에 따라선 제 방에서 상주하셔도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전 세계 정부가 개방적·창조적·기업형 정부로 바뀌어 나가듯 정책 개발, 홍보전략 개발에도 기자들이 같이 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언론과 정치 간의) 벽을 허물면서도 보도는 정확하게 하시되 새로운 캠프가 어떻게 새 정치사의 한 페이지를 열어가는지 함께 하시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견장을 나가면서도 거듭 "여러분 여기 상주하시라"며 "제가 손님, 여러분이 주인이 되는 게 새로운 정치의 시작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의도적이었든 그렇지 않았든, 여성 친화적 면모도 드러냈다. 이날 여성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그는 "여성들을 위한 방도 따로 만들어야겠다"며 말끝에 "사실 (캠프 내에) 모유수유실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사장으로 있었던 유한킴벌리도 가족(여성) 친화적 경영으로 유명하다.

 

50분간 열린 '롱타임' 기자회견

 

회견은 길었다. 오전 10시 59분에 회견장을 들어선 그는 11시 50분이 되어서야 회견장을 나섰다.

 

문 전 사장이 말하는 스타일은 기존 정치인과는 좀 다르다. 구체적인 정치적 메시지보다는 배경과 맥락 설명에 치중한다.

 

이 날 그는 대선 막판 후보단일화를 할 가능성을 '99%'라고 내다봤다. 그러자 기자들이 '단일화할 수 없는 1%(의 후보)는 누구냐'고 물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염두에 두고 한 질문이었다.

 

그런데 문 전 사장은 "우리 사회가 진보·보수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통합적 발전을 이뤄나가는 사회라고 봤을 때 과연 거기(대통합민주신당)에 진보가 어디 있나"며 "어찌 보면 중도 보수보다 더 나아가 한나라당과 비슷한 보수인 분도 있다, (이 사회가) 끊임없이 보수로 가서 어떻게 발전을 하겠나"라고 답했다.

 

'가치관이나 정체성이 사실상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와 다를 바가 없는 손 전 지사가 후보가 되어선 안 된다'는 뜻을 그렇게 에둘러 설명한 것이다.

 

이를 두고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직에서 물러나 캠프에 합류한 김헌태 정무특보는 "(정치인이 아닌) 정책 후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특보는 "문 전 사장은 좋게 표현해 정책후보에 가까운데 그를 취재하는 정치부 기자들은 '명료한 정치적 메시지'를 원할 것"이라며 "반면 후보 입장에서는 자꾸 더 구체적 답변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질문이 더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의 문장 중에는 주술관계가 맞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손학규 선생은 민주화 운동이나 이런 걸 봤을 때 좋은 과거가 한 때 있었죠. 그렇지만 지금은 가치관의 혼란을 아주 크게 일으킨 장본인이기 때문에, 비록 이번에 (예비경선) 다섯 분 안에 들어가시긴 했지만 거기 계시는 많은 분들이 그렇게 가치관의 큰 혼란을 느끼면서까지… 최근 13~14년간 살아온 삶이 상대방(한나라당)과 너무나 비슷한 분을 선택한다고 가정하기가, 상상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럼에도, (손 전 지사가) 이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 위치에 있지만, 그럼에도 (당원들이 그를 후보로) 선택할 가능성은 완전 배제할 수 없죠."

 

회견이 끝나자 김헌태 특보는 기자들에게 이런 우스개를 던졌다.

 

"하루 빨리 (후보의) 말투에도 신경 써서 기자들 수고를 덜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내주부터 정책발표 시작

 

문 전 사장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자신이 이룬 과거의 성과를 세 번이나 반복해 강조하기도 했다. 유한킴벌리 회장, 유한학원 이사장으로서 벌인 반부패운동, 일자리 창출, 환경·생태운동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활동 이력 등이다. 국가경영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문 전 사장은 "제 이력을 눈여겨 보시면 전 세계에서 저만큼 국제사회와 각 국가정부, 한국정부, 지역사회와 수많은 활동을 해온 경제인은 없었다고 본다"며 "저는 비록 몸은 33년간 기업에 있었지만 그중 24년은 기업을 통해서 한반도 평화와 경제발전, 생태복원, 사회·정부 개혁, 나아가 동북아와 세계개혁에 기여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달 23일 출사표를 국민들께 보이고 희망제안을 한 날, 각계의 어른들이 500~600명씩 모여 저를 보증한 것에도 (왜 '문국현이냐'는 데 대한) 답이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인생의 80~90%는 누구보다 열심히 국가의 품격과 운영체제를 높여서 국민이 만족스런 국가로 만드는 데 앞장서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여의도 캠프에서 데뷔무대를 치른 문 전 사장은 내일(6일)부터 본격적인 정책 간담회를 열기 시작해 다음주부터는 정책발표에 나선다. 일단 '바람'을 일으키는 데는 성공한 그가 어떤 정책으로 구체적인 미래상을 그려낼지 주목된다.


#문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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